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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지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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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6,003회 작성일 17-01-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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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지휘하라> - 에드 캣멀

 

예전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디즈니 박물관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 일요일 아침마다 TV에서 상영해주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꼭 챙겨보던 기억이 있는데, 어린아이들에게 우상과도 같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회사의 탄생 스토리와 성장 배경들에 대해 세세하게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수 많은 캐릭터들의 탄생 비화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디즈니라는 회사를 창업한 월트 디즈니와 그의 동료들이 가진 도전 정신과 열정이었다. 당시 만화를 영화화 하겠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고 망상 취급을 받던 시기였다. 열정과 용기를 가지고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분야에 도전하였던 그들의 스토리를 읽으면서 마치 나도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마음 한 구석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감동을 경험하였다. 상황은 다를지라도 평소에 내가 꿈꿔왔던 삶의 목표가 이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듯한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과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삶이라면 그 결과가 비록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행복하고 보람찰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픽사 창업자이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장인 에드 캣멀의 자서전과도 같은 이 책을 읽으며, 디즈니 박물관에서 느꼈던 그 감정이 다시 생각났다. 사실 이 책은 경영자들을 위한 지침서의 성격에 가깝다. 에드 캣멀이 픽사를 경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 시키고 조직 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솔직함의 가치, 실패와 공포에 대처하는 법 등 가치 있는 조언들이 많았지만, 현 시점의 나에게 있어 가장 강렬하고 직접적으로 다가온 가치는 픽사를 시작하게 된 에드 캣멀의 동기였다. 월트 디즈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3D 기술을 애니메이션에 적용하여 3D 애니메이션의 영화화를 꿈꿨던 에드 캣멀의 열정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픽사가 생기기 전에는 디즈니가 제시한 (2D 기반의) 포맷이 애니메이션 그 자체였고, 3D 기술은 그저 컴퓨터 그래픽 학계에서 이주 미미하게 다뤄졌던 연구 주제였을 뿐이다. 심지어 영화에서조차 3D 기술이 생소했던 시절이었고, 스타워즈에서 최초로 3D 그래픽스를 도입하여 이슈가 되었던 상태였기에 애니메이션을 통째로 3D 기술로 제작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자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디즈니 조차 그것은 가치가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 상품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일에 에드 캣멀은 흥미와 열정을 바탕으로 도전을 하였다. 명성을 바라고 한 것도, 큰 돈을 바라고 한 일도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애니메이션을 사랑하였고 그것에 3D 기술을 도입해 보고 싶다는 열정이 결국에는 픽사를 만들고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등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혹자가 보기에는 숱하게 접하였던 하나의 성공 스토리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즈음 들어서 갖고 있는 고민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를 던져 준 것 같아 나에게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 이상으로 다가왔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렸을 때에 가졌던 순수한 열정과 도전 정신이 많이 희석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당장 몇 년 후에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과 경제적 문제들이 다가오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떤 일을 해야 내가 살 수 있을지’라는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예나 지금이나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동일하다. 다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보다는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본질적인 고민 보다는 학업, 생활 등 당장 눈앞에 닥쳐오는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해져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점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망각해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픽사나 디즈니와 같은 성공 스토리가 이러한 근본적인 고민에 결정적인 해답을 줄 수는 없다. 세상에는 정도(正道)라는 것이 없으니까. 결국 각자의 상황과 철학에 맞는 길이 있고 그것을 잘 찾아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길을 걷는데 필요한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 길을 걷게끔 하는 것은 물욕도 아니요, 명예욕도 아닌, 그저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이라는 점은 위대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가치인 듯 하다. 내가 하고싶은 일에 대한 열정과 그 길을 갈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미래에 다가올 날들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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