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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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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6,098회 작성일 16-12-0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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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법칙

             -장 튈레


 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씩은 “너는 그럴 운명이었어!” 라는 뉘앙스로 이야기 할 때가 있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고 영양가 없는 말이지만, 모든 것을 합리화 시켜주기도 하고 그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는 오묘한 말이다. 이렇게 필연적인 운명은 우리가 받는 중력과도 같은 불가항력에 비유되곤 한다. 과연 우리의 삶의 어디서부터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이 운명은 정말 불가항력과도 같은 존재일까?



 갖은 폭력에 시달리다 얼떨결에 남편을 12층 밖으로 밀어버린 한 여인은 10년간 ‘죄책감’이라는 중력에 이끌려 결국 경찰서를 찾지만 그를 기어코 잡아들이지 않겠다는 경찰관과 대립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몇 시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은 둘의 토론의 긴박감을 더해준다.

 


 여자 집배원은 당장 얼굴부터 감싸더니, 그 살인자의 손안에다 울음을 터트린다. 방금 던진 가시 돋친 말 때문인지, 돌아가신 부인을 떠올려서 인지,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무너진 자신의 초라한 인생 때문인지, 경찰관은 갑작스레 여자가 울음을 터트리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조사실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한쪽의 의견을 시작으로 두 입장의 속내 이야기가 번갈아 공개되는 가운데 여인은 오히려 정상참작이 가능 할만한 건전한 사람임이, 경찰관은 탈법과 타락에 허덕이는 병든 존재임이 점차 드러나지만 이 점은 여자에게 새로운 삶을 주기는커녕 그 왜곡의 정도를 더욱 심화시킨다. 결국 미망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우편 집배원이자 결국엔 살인자였던 그녀의 무지갯빛 추억들, 앞으로 가게 될 3호 감방 수감자들의 무자비한 유린도 그녀의 운명을 바꾸지 못한다. 그녀에게 작용했던 건 그녀 스스로 살인자라고 옭아매었던 죄책감이라는 중력이었다. 경찰관 역시 그에게 중요한 건 단지 조사기록을 남기지 않고 속 편히 휴일을 만끽하는 것이었지만 경찰이라는 의무적 책임이라는 중력에서 벗어나진 못한다. 완전범죄를 원하는 경찰과 체포를 당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여인의 아이러니는 결국 순리대로 마치 운명이 정해졌던 것처럼 끝난다.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행동, 어떤 선택에 기로에 서야 할 때가 있다. 신중한 선택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럴 때면 자신이 의식하고 있던 특정한 생각이 불가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운명처럼 작용하는 시점은 우리 마음속에서 어떠한 의식이 자리 잡고 그 의식이 자신의 머리 안에서 소화되며 어떠한 생각, 신념으로 진화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경찰관이 모든 일을 끝낸 후,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맡긴 그 자세가 망나니 남편이 중력에 굴복하며 떨어졌던 마지막 자세와 같다는 사실은 이 소설 전체의 의미를 관통한다.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은 어떠한 의식이 자신의 마음속에 싹 트고 있을 때 그것은 결코 만만하게 볼 게 아닌, 우리에게 작용하는 중력처럼 운명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우리의 중력에 순응하는 모습이 올바른 것인지, 저항하는 모습이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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