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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앎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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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윤
댓글 0건 조회 6,808회 작성일 16-12-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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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앎 3부작
-1부 엄마의 자리, 2부 서진아 엄마는, 3부 에디냐와 함께 한 4년
-삶과 죽음, 깨달음 : 삶의 가치


  독후감을 쓸 때마다 인생의 최고 가치들에 대해서 쓰게 될 때가 있다. 오늘도 흔히들 말하는 인생의 최고 가치 중 하나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한 설문에 보면 재벌 총수들에게 ‘그들의 전재산과 젊음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들 중 대부분은 그러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도대체 젊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이기에 계산이 불가능한 정도의 돈과 바꾼다는 것인가.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기에, 현재의 나에게 만약 ‘나의 젊음과 재벌의 재산을 바꾸겠는가?’라고 거꾸로 질문한다면 나는 단숨에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저 ‘고민해보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할 것 같은 것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나는 2016년에 28살, 며칠 후 다가오는 2017년에 29살이 된다. 현재 몸 담고 있는 곳이 학교이기에 학생들 중에서는 적지않은 나이라고 놀림받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보면 28살이라는 나이는 ‘아직까지 서른도 되지 않은’ 굉장히 젊은 나이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젊음’이라는 것에 굉장히 큰 가치를 부여한다. 이는 젊음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매우 추상적이면서도 동시에 구체적인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리라. 젊음은 놀라운 가능성을 함축하며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젊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몇 가지 요소 중 건강, 이 한 가지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젊은 나이의 사람들은 그들이 이미 젊음을 영유하고있기에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젊은이들이 그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재산인 젊음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는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건강을 신경쓰지 않는다. 밤새워서 술마시는 게 자랑이며, 인스턴트 음식을 가까이하고,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독특하고도 무모한 행동을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미명 하에 쉽사리 행한다. 그들에게는 삶이 가볍다. 그들은 삶의 마지막인 죽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도 않으며, 그럴 필요자체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인간의 마지막 순간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기도 한다. 건강을 자신하는 젊은이에게, 누구보다 행복한 젊은이에게, 연이은 성공으로 인생의 탄탄대로가 보이기 시작하는 젊은이에게도 죽음은 평등하게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KBS 스페셜에서 최근에 3부작으로 제작된 ‘앎’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사전에서는 앎이라는 단어를 아는 일Knowledge로 말한다. 본 다큐멘터리는 악성 질환인 암을 통해 삶에대해서 알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강릉의 마리아의작은자매회가 세운 호스피스 병원인 갈바리의원과 인터넷 암환우 커뮤니티인 아름다운 동행의 젊은 4기 암환자들을 찾았다. 앎은 총 4년 동안 갈바리의원의 환자들과 아름다운 동행 소속 암환자들의 암 확진 이후 영면의 순간까지 보여준다.


 암과 같은 악성 질환에 오랜 기간 혹은 짧고 격렬하게 대항하며 살아가는 환자들을 본 적이 있는가. 앎은 그런 환자들을 무수히 많이 보여준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그런 환자들에게 ‘너의 식생활이 문제야’, ‘평소에 운동을 안하니까 그렇지’ 등의 몰상식한 발언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은 당신과 같이 누구보다 평범한 인생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서 결혼을 하였고, 때가 되어 아이를 가졌으며, 부모로서 책임감을 갖고 자녀를 키워나갔다. 그러다 통증이 시작되었고 병원에 가보니 암 4기라는 선언을 받는다. 매년 정기 건강검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암은 초기에 통증이 없어 발견하기가 어렵다. 통증으로 인해 알게된 암은 이미 다른 장기에 전이되어 수술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앎’에 나오는 환자들은 문자그대로 마른하늘에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그 삶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지면서 본인의 삶에 대한 절박함보다는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사랑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보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시청자들의 눈가가 붉어졌으리라.


 사실 나는 ‘앎’에서 나온 환자와 같은 사람을 꽤나 가까이에서 3번이나 경험하였다. 4년전에 어려서부터 돌아가시기 전까지 같은 공간에서 동거동락한 할머니를 통해서, 20년이 넘도록 매주 교회에서 얼굴보며 친하게 지냈던 2살 많은 누나를 통해서, 결혼 후 2년 동안 짧지만 나에게 많은 사랑을 주신 아내의 이모님을 통해서 경험하였다. 그들을 나름대로 위로하려 그들이 있던 대학병원, 호스피스 병원, 숲 속의 요양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강한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왜 이렇게 빨리 데려가나요?”라는 투정섞인 평범한 슬픔을 공유하였다.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투병생활에 따른 몸과 마음의 변화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고,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생각거리는 ‘앎’이 던지는 그것과 같았다.


어느 순간 죽음이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생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어떤 깨달음을 얻는가? 우리의 죽음은 아름다울 수 있는가?


 며칠 전 성탄절에 예기치 못하게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안 좋은 일이 있은 후 굉장히 흥분된 마음을 안고 30분 정도 동안 머릿 속으로 빠르게 한 가지 오류가 담긴 논리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오류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전제 :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
인간(나)의 말은 불화를 자초한다. -> 말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 거미줄 같이 연결된 사회 속에 살아가며 말을 안하는 것 또한 바람직 하지 못하다. -> 만약 실행할 만한 용기가 있다면 스스로 마지막 순간을 앞당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 자살이 나쁜 것이라는 논리적 확신만 없다면 행해봄직도 하다.


 스스로 이렇게 결론을 도출하며 ‘자살이 정말 나쁜 행동일까’에 대한 생각에 휩싸이며 생각의 깊은 구렁텅이로 빠지고 있을 때 첫 번째로 곁에 있던 아내가 나를 어두운 생각 속에서 꺼내주었고, ‘앎’이 나에게 이 생각의 흐름을 깨뜨릴 만한 논리를 선물해주었다. 나는 내가 생각한 대전제는 참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전제를 지키기위해서 또한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인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서 나는 굳건히 존재해야만 한다. 사랑과 생명의 기쁨을 아는 이는 강하게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죽음은, 특히 스스로 죽음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


 암투병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아이와 가족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희생하고 싶은 마음에 삶을 강하게 원한다. 내일이 없는 그들의 안타까운 모습들을 바라보며 내일이 있는 젊은이가 할만한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자책하며 한 단계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건강하지 못한 이들은 사소한 것을 원한다. 그들의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고 싶고, 배우자에게 한 번 더 미소를 띄우고 싶어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랑하기도 부족하고, 기쁨을 나누기에도 부족하다. 어려운 단어도 없고, 특별한 기교도 없는 아래의 편지를 다시 한 번 보며 삶을 주신 하나님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내 곁에 나의 존재가치를 계속해서 일깨워주는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며 서진이 엄마의 마지막 편지로 글을 마무리한다.


서진아 엄마는
서진이가 태어날 때 너무 기뻤고 행복했어
서진이를 낳은 것이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고 값진 일이야
 
엄마는 서진이의 등굣길을 함께 하고 싶고
준비물도 같이 챙겨주고 싶어
학부모 모임에도 참석하고 싶고
모든 엄마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서진이 엄마로서 다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게 되어서 너무 속상해
함께 놀아주지 못해 미안해 아들
 
서진아 엄마는, 좀 많이 아파서
서진이보다 좀 많이 일찍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어
우리가 떨어져 있지만 엄마는 늘 서진이 곁에서
마음속에서, 꿈속에서 함께 있을 것이고
늘 응원하고 격려하고 함께 할 거야
나중에 다시 만날 때까지 사랑해 서진아

                                                                       _김정화씨가 남긴 편지, [출처] [KBS스페셜] 앎 - 2부 서진아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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