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억셉티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5,840회 작성일 16-11-01 14:46

본문

벌써 대전에 온지 10년이 넘었다. KAIST로 대학교 진학을 하여 대학원까지 쭉 지내오면서 학교에서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기 그지 없는 나였지만, 고등학교 이후 자연스럽게 대학교-대학원 코스를 밟고 있는 내 모습에 어느 순간 의문을 품게 되었다. 애초에 왜 난 대학교를 가려고 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의 학부 생활은 무언가 새로운 지식을 갈구하며 내일은 어떤 것을 배울까 가슴이 뛰던 그런 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관성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지식을 쌓는 것에, 또는 이런 코스를 밟아야 사회에 나가서 유리하니까 라는 비교적 타산적인 생각이 더 먼저 앞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억셉티드’라는 한 편의 가벼운 영화를 통해 찾아볼 수 있었다.


주인공 바틀비 게인스 (저스틴 롱)는 지원한 대학 그 어떤 곳으로부터도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하였으며, 그의 부모 특히 아버지는 바틀비에게 대학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무엇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바틀비는 자신에게 실망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가짜 대학 입학통지서를 만들어 대학생 행세를 하는 위험한 모험을 계획한다. 이 일의 발단은 그가 대학에 떨어지면서부터 다. 이 일을 혼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그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어릴 때부터 친구를 통해 가짜 대학의 사이트를 개설하고, 한 대학교 옆의 폐쇄된 정신병원을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가짜 대학에 합격한 것으로 가족을 속이는데 클릭만 하면 합격이라는 문구와 함께 클릭이 가능하게 만든 덕분에 무려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실제로 이 학교에 입학금을 내고, 대학생이 된다. 하지만 교육을 위한 교과 과정, 교육 시설, 교수진 그 어느 것도 없는 와중에, 이들과 함께 진정으로 대학을 운영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짜 대학의 특징은 교과 과정은 학생들 스스로 만든다는 점이다. 어떤 짜인 수업들에 자신들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듣고 싶은 과목이 무엇인지 학생들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며, 배우고 싶은 과목이 있다면 스스로 그 강의를 만들면 그만이다. (개 중에는 초능력을 개발하는 수업을 만들어 듣다가 엔딩 크래딧에 진짜로 초능력을 발휘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남들이 본다면 그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지만 실제로 그 강의를 계획하고, 수강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다르다. 의료 시설도, 운동 시설도, 도서관도 없는 무허가 대학교이지만 학생들의 열의는 그 어느 대학보다도 뜨겁다.


분명 영화의 내용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입시위주 교육과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풍조, 적성과는 상관없이 성적에 맞춰서 학과를 선택하는 풍조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 자신들이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 마음껏 표출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과연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었는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잘 짜여진 교육과정을 고등학교 때까지 반복하다가 막상 자유롭게 배우라고 허허벌판에 던져 놓아졌을 때 방황하다가 결국 다시 누군가 짜놓은 전공 코스를 밟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닐까 하는 고뇌와 함께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가짜 대학의 존립 여부를 결정하는 심문회에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자극시키는 것입니다.”


아마 이 한 문장이 대학의 본질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본질을 따진다면 우리나라 대학의 절반 이상을 사라져야 하지만 말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