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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광주의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아주 굉장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40대 용의자가 대학원생인양 도서관에 드나들며, 학생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려 약 보름 남짓 동안 학생들의 소지품을 훔쳤다. 대략 230만원 상당의 소지품을 훔쳤다는데 대부분의 내용물들은 2500원이 들어있는 지갑, 식권 18장이 들어있는 가방 등이 전부였다. 이 기사를 보도한 기자는 제목에서 가난한 청춘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는데, 용의자 혹은 피해자 누구를 지칭하건 이만큼 적절한 제목표현도 오랜만인 듯하다. 잘 살아보겠다는 학생들의 피를 빨아먹은 셈이라 굉장히 괘씸한 생각이 올라오는 동시에, 또 한편으론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털어먹고 사는 것을 보니 마냥 씁쓸한 감정 역시 올라온다. 겉으로 드러나는 몇몇 수치로는 이제는 세계에서 어느 정도 잘 사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곪고 썩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인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사회는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 그리고 나와 의견을 나누는 대부분의 사람들(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 역시, 나와는 다르지만 각각의 이유로 이러한 사회모습에 부정적인 의견을 남긴다. 여기 재미있는 설문결과의 일부가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정서경험과 콘텐츠 소비의 관계' 설문에 따르면(20~50대 대상), 응답자의 49%가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2명 중 1명인 꼴이다. 감정을 숨기는 것이 좋다는 반응 역시 40%를 웃돈다. 본 설문 인원 중, 20대의 50%이상이 감정표현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물론 우리나라가 옛날부터 감정을 절제하고, 생각 표현에 상당히 인색한 사회인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흔히 자유분방할 것이라 여겨지는 현대의 20대의 반응마저 이렇다는 것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한 금융권 종사자는 조직에 맞춰 감정을 숨기는 게 편하고, 눈물이나 웃음은 그저 세상 편하게 사는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또 다른 홍보업계 직원은 사회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사적이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아마추어 느낌이라 말한다. 감정표현 자체가 사람을 쉬워보이게 하고, 일과 연관하여 부정적인 결과를 내다보니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줄어든다고 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과거 2008년 한미 FTA개정, 2014년 세월호 사건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드러냈던 20대가 이와 같은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직성은 더욱 놀랍기만 하다. 이를 통해서 대한민국 사회의 보수적 성향과 보이지 않는 억압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절감케 된다. 우리를 위한 판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딱딱한 틀에 넣으며 '너희들이 뭘 아냐. 그냥 여기에 적응해라'고 강압했던, 그런 어른들이 만들어 낸 결과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사견을 어필하는 글에 좋은 기회를 주신 에디터 분께는 죄송하지만, 나의 글 역시 그런 어르신들에겐 단지 “이제 펜대 좀 굴려볼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가 쓴 하등의 글”일 뿐이다.
논리적이기 보다는 복합적인 감정이 북받친다. 지갑 안에 달랑 현금 3,000원 들고 다니는 대학생, 공부한 책은 제발 돌려달라는 취준생, 웃음은 도움이 안된다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20대들. 그리고 아주 그럴싸한 타이밍에 등장한 최순실과 정유라. 화룡점정이 따로 없다.
정치·사회의 매체를 많이 접하고 그에 대한 사견을 내는 데 집중한 올해의 목표를 거의 채워간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그리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지울 수 없는 허탈감이 든다. 공정함이라는 게 사라진 사회, 권력과 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우리보곤 재주껏 살아남아 보라니. 그리고는 세상물정 모르는, 나약한 청년들이라 치부하는 이 사회. 얼마나 잔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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