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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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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현준
댓글 0건 조회 5,700회 작성일 16-09-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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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사용 설명서 – 롤프메르클레,도리스 볼프 공저/유영미 역


 유난히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퇴근길에 집에 들어가면서 생각을 해보면, 오늘도 참 많은 사람과 ‘부딪’히거나 부딪쳐 지친 나를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잠시 혼자 생각하다가 그때 상대방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문득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기 포기하고 남은 내 저녁 시간을 위해 머릿속을 비울 때도 많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과 함께 뒤 섞여 행복한 때와 부딪히며 지치는 때가 그날의 나와 상대방 사이에 어떤 것으로부터 발단이 되는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저 사람 저 정도로 화를 낼 일인가?’

 ‘아니, 어떻게 이런 상황에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

라는 생각은 난 저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말한다. 상대방과 나의 ‘생각’ 차이에서 온 행동일 것이다. 내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무언가가 상대방에게 소중했거나, 나에게 소중한 것이 상대방에게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을 배려한답시고 ‘상대방 입장’에서 고민해 보려 하지만 결국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은 항상 이렇다.


모든 사람의 배경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니까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되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쓴 알약 삼키듯 꿀꺽 삼켜버리고 마음을 비워버리는 게 최선일까? 그래서 요즘 베스트 셀러에 ‘혼자 가라’ 라던지 ‘반응 하지 말라’, ‘상처 받지 말라’와 같은 전투적인 현대에서 ‘멘탈 강화’를 위한 내용 그리고 자기 방어에 관련된 부제를 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모두들 알약 꿀꺽 삼키고 베스트 셀러를 펼쳐 읽으며 쓴 속에 겔포스 먹듯 마음을 다스리는 중일지도 모른다.


 행동의 차이가 생각에서 나오듯, 생각의 차이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다면 상대방에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은 ‘감정 사용 설명서’를 읽다가 떠오른 생각이다. 생각이 감정에서 비롯된 다고 하는 저자의 말이 마치 이성에 앞선 본능같이 느껴져 인정하기 싫어 지려던 찰라, 책의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성적인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접점이 보이지 않는 다면 그 대화는 아마도 하나의 것에 두 사람의 각기 다른 감정이 입혀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성적으로 정답을 낼 수 있는 문제라면 같은 답을 내놓아 서로 다툴 필요가 없을 테니.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과연 이성만으로 정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현실의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하나의 관점을 갖기 까지 우리가 고려하는 많은 것들 중에는 분석하고 추리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분명 감정이 녹아들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같은 사물을 보고 다르게 느껴 달리 표현한다면 이는 분명 감정의 차이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의 대립은 상당수 감정, 느낌으로부터 생겨난다고 봐도 무방할까. 만약 그렇다면, 이성이라고 믿었던 관점의 대립에서 나와 상대방의 감정을 찾아 읽어 서로의 접점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로써 나의 관점에서 사사로운 감정을 제하고 오롯이 그 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방이 나에게 부딪힐 일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성적인 판단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일 테다.


 저자는 “부정적인 생각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죄책감을 갖게 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행복하게 하고, 기쁘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만족스럽게 한다. 중립적인 생각은 침착하게 하고, 평온하게 하고, 이성적이게 한다.”라고 말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요즘 유행하는 자기방어적 분위기와는 사뭇 다름을 느꼈다. 자기 방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두려움에 문제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자신이 보지 못한 부분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감정으로 대체한다. 그리고 관점을 만든다. 그런 두 사람의 의견은 좁혀질 수가 없다. 저자의 말 중에 나는 긍정적인 생각보다 중립적인 생각에 눈길이 자꾸 갔다.


 다시 퇴근길로 돌아와 고민해 본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오래 귓가에 맴돌았던 평온하고 이성적이게 나를 만들어 줄 중립적인 생각으로, 상대방에 대해 답답해하며 설득하려 했던 나의 번드르르한 이성적인 관점에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었는지.

 ‘그 사람 나한테 왜 그렇게 말했을까’가 아니라

 ‘그 사람 그 말했을 때, 무슨 생각했을까’도 아닌,

 ‘무슨 감정이었을까, 그 말을 할 때’라고 되뇌어 본다.

 도무지 모르겠다. 무슨 감정이었는지. 그런데 뭐랄까. 답답하고 비워버리고 싶었던 딱딱하게 부딪히던 것들이 부드럽게 녹아 내리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내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워버리는 것이 아닌 녹아서 젖어 스며 들었다.

 ‘그래, 어쩌면 그랬는지도 몰라. 다음엔 그 사람 말할 때 눈을 좀 바라봐야겠어 슬픈 일이 있는 지, 아니면, 뭔 일 있었는지. 그래 물어나 좀 봐야겠어’라고 응어리가 녹아 촉촉히 젖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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