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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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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충선
댓글 0건 조회 5,724회 작성일 16-10-1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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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Letter

조조 모예스 지음

 

막 대학교에 입학하고 풋풋한 새내기 시절을 보낼 적에, 나는 같이 입학했던 한 친구에게 완전히 마음을 뺏긴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공부와 운동, 그리고 친구들밖에 몰랐던 나에게 예고없이 덮친 ‘사랑’ 이라고 확신했던 그 감정은 그때까지 중요하다고 생각 했던 모든 것들–공부나 친구, 혹은 미래의 직업이나 꿈 같은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 지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사람이 되든, 혹은 그 사람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 것 같은 것들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단지 이 사람과 지금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던지 이 사람과 함께 인생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 후 약 10여년이 지난 지금, 친구들과 만나거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들은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결혼은 현실이다’ 라는 구호는 이미 당연한 것처럼 머리 속에 자리잡았고, 그에 따라 외모가 어떻게 되는지, 학벌이나 직업은 어떤지, 혹은 집안은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우선적으로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내가 어느 정도로 괜찮은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사람이며, 부모님의 기대에는 얼마만큼 부응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하면서 만남에 대해 소극적으로 변하는 내 모습을 보면 가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기도 하다.

 

이렇게 점점 현실적으로 변해가던 나에게 잠시나마 순수했던 ‘사랑’의 감정으로 빠져들게 해 준 책이 바로 베스트셀러 작가 조조 모예스의 ‘The Last Letter’라는 책이다. 1960년 10월 교통사고를 당하고 기억을 잃은 제니퍼 스털링은 지역에서 알아주는 부자인 남편을 따라 집으로 들어온다. 들어온 집에서 우연히 몇 통의 편지를 발견하고, 그 편지들을 계기로 교통사고 이전에 자신의 기억들을 점점 찾아간다. 문제는 이 기억이라는 것들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기억들이라는 것이다. 단지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자와 함께 살기 위해 남편과 결혼했던 제니퍼에게, 편지 속의 주인공인 앤서니 오헤어라는 작은 신문사의 기자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감정과 함께 찾아온다.

 

자신을 단지 예쁜 부인으로 사람들에게 내세우기만 하고 인격적인 교감을 나눌 수 없었던 남편과는 달리 너무도 달콤하고 가슴을 울리는 사랑의 속삭임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편지들을 통해서 그녀는 앤서니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기억을 되찾은 후 4년 뒤에 우연한 기회로 앤서니를 마주치게 된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전혀 식지 않았던 그들은 다시 한 번 사랑의 도피를 계획하지만, 주위의 방해로 크게 엇갈리게 되어 결국에는 이뤄지지 못한 사랑으로 남게된다.

 

이로부터 40년 뒤, <네이선> 지의 엘리라는 여기자를 통해 40년 전의 한 편지가 발견된다. 편지에는 진실된 사랑의 감정이 생생하게 묻어나왔고, 유부남과의 불륜에 얽매여 감정적으로 피폐해져 있었던 엘리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이 한 장의 편지를 토대로, 엘리는 편지의 주인공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조사해 나갔고, 결국 그들의 사랑을 찾아주었다. 제니퍼는 남편과 이혼한 후 딸을 키우고 살고 있었으며, 앤서니 역시 누구도 만나지 않으며 <네이선> 지의 서고 보관소에서 일하며 제니퍼를 추억하며 살고 있었다. 피상적인 사랑을 했던 자신과는 다른 방법으로 깊이 사랑했던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한 엘리의 노력으로, 40년 간 소중히 간직해온 그들의 사랑이 맺어지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소설은 끝이 나게 된다.

 

단지 줄거리를 적는 것 만으로는 소설의 복잡한 감정 묘사와 로맨틱함을 전달할 수 없기에, 앤서니가 제니퍼에게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때 적었던 편지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하나의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가슴 떨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다시는 연락하지 않으리라고 맹세했어요. 하지만 6주가 지나도록 나이질 생각을 하지 않아요. 당신이 없는 곳에 있다는 건, 당신에게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는 건 어떤 위안도 주지 못하네요. 당신을 보며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진정으로 원하는 단 한 가지를 손에 넣지 못한 내 무능함의 즈거를 매일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날 치유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죠. 내 미래는 황량하고 텅 빈 도로처럼 느껴져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사랑하는 제니. 그저 당신의 결정이 틀렸다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문이 아직 활짝 열여 있다는 걸 알아달라는 말밖에는요.

 

당신의 결정이 옳았다면, 적어도 이것만은 알아 줘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영리하고 다정한 사람인지 이해하는 남자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걸요. 당신을 사랑했고,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남자가요.'

 

다른 것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있는 것만을 생갔했었던 성숙하지 못했던 내 첫 사랑의 결말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사랑이 집착과 비슷한 모양으로 변하면서 결국 500일을 넘기지 못하고 헤어짐으로 끝이 났다. 그 때는 아직 사랑이라는 것은 현재의 감정적인 만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서로를 올바로 세워주어야 된다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했다. 소설속에서 너무나도 아름답게 묘사된 불륜과 직업을 넘어선 순수한 사랑 그 자체에 대한 동경이 아직도 내 감정선을 건드리며 가슴을 떨리게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소설 속의 앤서니처럼 운명의 여자를 만났다고는 해도 남편에게서 빼앗을만한 용기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이제 만나게 될 사람과는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면서 서로를 정말 아끼며 세워줄 수 있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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