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알렉산드로 솔제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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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독일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라는 단어를 들으면 인권유린에 분개하면서도 그 자극적인 내용에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제까지 내가 본 수용소에 관한 정보는 대략 수용소에서 간수들이 수감자들을 다루는 방법, 수감자들이 살아가는 인간 이하의 삶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특이하게도 수감자가 직접 수용소에서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어 수용소에서 실제 생활하는 수감자의 생각이나 생활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었다는 것이다.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스탈린 시대의 강제노동수용소에 수감되어있다. 그의 하루는 이른 아침 기상 신호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노동을 하고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나서 또 노동을 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노동을 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취침을 하게 되는 단순한 생활이지만, 이 생활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다. 식사라고 해봐야 멀건 양배추국 같은 것과 기껏해야 이백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은 빵이 전부다. 게다가 일은 얼마나 혹독한지. 영양실조에 걸려 이가 전부 빠지는 것이 오히려 정상인 이 수용소는 정말 지옥 그 자체이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곡괭이질을 해야 하고, 경비병의 감시 속에 속옷까지 벗은 채로 신체검사를 해야 하고, 식사시간에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놀라운 것은 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처음 입소할 때는 같은 수용자였지만, 일부 사람들은 권력에 붙어 반장이나 막사장이나 당번들이 되어 같은 죄수들에게 횡포를 부린다. 본인에게 온 소포를 찾기 위해서 소포담당자에게는 뇌물을 줘야 한다. 그야말로 수용소 내부는 뇌물, 청탁으로 둘러싸인 부패의 온상이다. 슈호프는 영창에 가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숨겨놓은 작은 빵 조각을 뺏기지 않고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약간의 담뱃잎을 살 수 있었던 하루에 감사하며 잠이 든다.
이 수용소에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지를 궁리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여기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것인가 만을 고민할 뿐이다. 아마도 탈주가 불가능 할 정도로 심한 감시와 탄압이 그들이 탈주를 꿈꾸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정말 무섭게도 극한의 상황에 적응한다. 슈호프 역시도 이 생활에 완벽히 적응하여 자신의 몫을 빠르게 챙길 줄 안다. 뿐만 아니라 힘없는 약자에게는 도움을 주기까지 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작가는 이반 데니소비치를 통해 지배 권력에 의해 죄 없이 고통당하는 약자에 대한 숭고한 애정을 보여주고, 그러한 약자들을 대변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고 그러한 예술이야말로 예술의 궁극적 목적임을 역설한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대로 지배 권력에 의해 죄 없이 고통당하는 약자의 모습을 고발하기에는 내용이 부족한 것 같다. 크게 보자면, 근본적으로 비판받아야 하는 지배 권력은 그들을 수용소로 몰아넣은 스탈린 정부이다. 수용소의 간부나 경비병들 모두 그들과 한 패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중점을 두어 서술되는 부분은 같은 수용자들 사이의 상하관계와 수용자이면서 지배 권력으로 변모해버린 사람들에 의한 횡포이다. 경비병들은 신체검사를 하거나 작업장까지 가는 길을 감시하고, 점호를 실시하는 정도로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지배 권력을 비판하려고 했던 자신의 의도를 확실히 하려면 경비병, 교도소 간부들과 수감자의 대결구도로 서술이 되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같은 입장의 수감자들 사이에 생성된 지저분한 지배 권력 관계보다 더 근본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수용소에 사람들을 가둔 정부라고 생각한다. 수감자들 사이에 생긴 일종의 상하관계는 생존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에 의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뚜렷한 죄목도 없이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둔 정부의 행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작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정말로 비판하고자 했던 지배 권력의 대상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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