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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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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5,565회 작성일 16-10-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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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내부자들’이라는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큰 흥행을 불러 일으켰다. 정치인과 재벌회장, 그리고 언론인의 유착관계와 그에 대항하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으로 흘러가는 이 영화는 정치, 자본, 언론의 카르텔이 보이는 막강한 파급력을 픽션으로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현실을 뛰어넘는 픽션은 없다고 했던가?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실제 모습은 결코 영화 속에서 존재하는 모습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제 1의 대기업으로 불리는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는 7년간 재직하면서 본인이 보고 들은 삼성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삼성의 비리를 폭로한 저자가 세상에 내놓은 이 책은 단순히 저자가 책을 내놓게 된 배경 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책의 출판과정에서도 한바탕 이슈가 되었다. 삼성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책에 대한 광고를 대부분의 언론들이 거부한 것이다. 몇몇 언론들은 이에 대한 해명을 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성의 광고 중단을 두려워한 언론사들의 자발적인 충성이라 여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소문만으로 10만부 이상 팔렸다는 것은 이 책이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재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삼성 수뇌부의 행태와 조직 운영 방침은 일반적인 상식을 아득히 넘어선다. 소위 전제주의 국가가 기업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듯한 모습 이랄까? 기업의 최우선 가치가 재벌 일가의 말로 대변되는 상황은 과연 이것이 내가 알던 대기업 삼성의 모습인가 싶을 정도이다.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서는 너무도 비현실적인 책의 내용 때문에 은밀한 조직 내부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뭇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종의 픽션처럼 받아들이기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단순한 픽션으로 받아들이기에도 조금 무리가 있다.


 저자가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게 된 계기는 삼성 일가가 거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일부를 국가, 사회의 각 분야에 던져주어 부패 시킴으로써 공적 기능을 무력화하고, 나머지 비자금 대부분을 자신들의 권력체계 유지 및 확대에 사용한다는 것이 부당하게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순히 그들만의 불법 행위로 끝날 일이었다면 김용철 변호사가 ‘인생파산’을 감수하고서 이 같은 폭로를 저지를 이유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세간의 저자에 대한 평은 각지각색이다. 양심선언을 한 산 지식인이라 부르는 이도 있고, 실컷 해먹고 나서 손을 닦는 배신자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저자는 스스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살아왔으며, 삼성으로부터 다른 직원들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양심고백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어찌 보면 현 대한민국에서 한 개인과 기업집단의 싸움의 결말은 예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의 끝은 다음의 말로 정리된다.


“삼성 특검은 이건희 씨가 꼭꼭 숨겨둔 비자금 4조 5천억 원을 찾아내서 그 집안 재산이라며 돌려주었고, 재판부는 경영권 불법승계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매출 200조 원대의 거대 기업집단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고작 16억 원의 세금만을 물고 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그나마 구축한 법질서마저 완전 농락한 이 기상천외한 사술을 사법부는 끝까지 합법이라고 했습니다.” – <녹색평론> 109호


 과연 김용철 변호사의 인생파산은 의미를 가질까?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저자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의문과 불만을 목소리 내어 이야기하는 사람이 꼭 당신이었어야만 했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선각자가 존재하기에 세상은 조금씩이지만 더 나아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 큰 일을 결심하기엔 짊어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분명 영영 비겁자로 남을 것이다. 그의 양심고백이 그저 한순간의 가십거리로 역사 속에서 스러져 갈 헤프닝이 되지 않으려면 그가 보여준 용기를 떠올리며 우리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이 말보단 행동으로 보이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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