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속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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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솟아난 검은 뿔, 어두운 색의 피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나체에 등에는 박쥐 날개를 달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악의 형체, 바로 악마다. 작년 겨울 배우 김윤석,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은 악령에 깃든 소녀(부마자)를 구하기 위한 신부의 이야기를 다루며 큰 인기를 끌었다. 부마자 역할의 여배우 박소담은 소녀의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흉측스러운 악령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해내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를 보내는 내내 심적·육체적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던 여배우의 연기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영화에서 묘사하는 흉측스러운 악마가 현실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며 인간의 내면에는 존재할 수 있다고 얘기 한다.
생물학자이자 의사인 작가 장 디디에 뱅상은 사람의 내면에 악마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의 저서 ‘인간 속의 악마’는 사회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과 악마의 관계를 규정하고, 인간의 삶에 악마가 어떻게 개입하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악마는 생명체가 생성되고 서로 만나 결합하고 죽음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고 한다. 인간의 뇌를 지배하며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성장과정에 영향을 주며 증오, 복수, 혐오, 광기, 공포 등을 발현시키며 순수한 인간성의 성장을 방해한다. 일부의 사람들이 탐닉, 살인, 성범죄 등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이유도 악마가 그 사람들의 악한 감정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여성 연쇄 납치 살인범 강호순, 잔혹한 성범죄자 조두순 등 강력범들이 작가 장 디디에 뱅상이 말하는 악마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자라오면서 내면의 증오, 복수, 혐오의 감정을 키워왔고, 그것이 악령의 속삭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 했다. 어리석고 파괴적인 명분을 들이밀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악마의 길을 걸었고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이처럼 인간내면의 악마가 발현될 때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는 큰 혼란과 두려움에 빠진다. 그러면 강력범들이 품은 거대한 악마의 힘만 있는 것 일까? 곰곰이 생각을 하다 보면 우리를 미묘하게 움직이는 작은 악마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속에 있는 작은 악마 ‘이기심’ ‘욕심’의 무서움을 좀 더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작은 악마는 모든 생물이 갖고 있는 생존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수십 억년 전부터 생물 속에 존재하며 강하고 우수한 유전자가 진화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우며 생명체의 진화혁명을 이끈 자연의 섭리이고 원리이다. 하지만, 그 의미가 인간으로 넘어오면서 퇴색되기 시작한다. 인간 속의 작은 악마는 우수한 유전자의 진화를 돕지 않고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 것으로 변질 되었다. 가령 생존이상의 더 많은 물질적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마음, ‘갑’의 입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유·무형적 편의를 얻고자 하는 마음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타인의 생존을 위협하며 이기적인 편의를 더 얻는 것에 불과하다.
소리 없이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악마의 손짓은 사소한 일로 취급하기엔 상당히 위험하다. 서양 속담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 모든 일은 사소한 잘못으로부터 시작된다. 리더의 사소한 욕심은 많은 사람들을 배고프게 하거나 죽게 만들 수 있고 국가를 흔들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학교폭력, 왕따, 금전적 목적을 위한 집단의 단합, 사소한 횡령들이 만들어 내는 거대 비리범죄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어쩌면 강력범이 품은 악령의 잔인함 그 이상의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작은 악마에 의한 비극은 매우 느리고 간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기 힘들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내 자신이 악마와 더불어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악마를 곁에 두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 속에 있는 악마의 계략을 미리 감지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할 때 비로소 악마의 손짓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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