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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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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규
댓글 0건 조회 912회 작성일 25-11-21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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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은 절도 사건으로 교도소에 갈 위기에 처한 청년 나오이 레이토가, 존재조차 몰랐던 이모 야나기사와 치후네의 도움으로 풀려나는 대신 ‘월향신사’의 영험한 녹나무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면서 시작된다. 레이토는 녹나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녹나무의 파수꾼이 되지만, 보름달 밤마다 소원을 빌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기념’이라는 독특한 의식을 지켜보며, 서서히 녹나무가 지닌 진정한 역할을 이해하게 된다. 


작 중에서 녹나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기념은 그믐달이 뜰 때 진행하는 ‘예념’과 보름달이 뜰 때 이루어지는 수념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된다. 예념은 자신의 염원 (사념, 잡념, 감정 등을 포함한 모든 것) 을 녹나무에 맡겨 두는 것이며, 수념은 예념을 통해 맡겨 염원을 예념자와 혈연 관계에 있는 사람이 녹나무를 통해 받아들이는 것이다. 새롭게 녹나무의 파수꾼이 된 레이토는 처음에는 말과 글이 존재하는데도 굳이 이러한 절차를 통해 기념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레이토 이전에 녹나무의 파수꾼으로 오랫동안 일해온 치후네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언어의 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음 속에 있는 생각 모두를 언어만으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이 문장은 사람들이 단순히 말하거 유언을 남기지 않고, 매달 그믐달이 뜨는 날 월향신사의 녹나무를 찾아와 파수꾼이 준비한 밀초를 켜고, 시간을 들여 기념을 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핵심 구절이다. 즉, 말과 글만으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않는 마음이 있고, 이를 작 중의 사람들은 녹나무를 통해 비로소 풀어낼 수 있어 ‘기념’이라는 어찌 보면 번잡할 수 있는 의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는 이런 녹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작품을 읽는 나는 역설적으로, 내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언어와 행동’으로 조금 더 충실히 표현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표현이란 단순히 일을 하는데 있어 업무 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군더더기 없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작고 사소한 고마움까지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태도에 가깝다. 


최근 연구실 생활을 하며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종종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던 중 문득, 나는 내가 받고 있는 도움에 대해 얼마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으며, 또 그 마음을 얼마나 상대에게 잘 전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연구실에서는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보다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경험을 나누어야 하는 일들이 훨씬 많다. 간단한 예로 여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공정의 조건을 공유 받는 것처럼,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도움을 주고받는 순간들이 적지 않다. 더 넓게 보면 하루의 대부분을 연구실에서 지내다 보면 꼭 업무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주위의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나의 하루에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지금껏 그러한 도움을 받을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고마워’ 나 ‘감사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고마움을 전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치후네의 말을 읽고 난 이후에는, 간단한 감사의 말과 함께 고마움을 마음 한 켠에 오래 기억하고, 언젠가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먼저 다가가 자연스럽게 받은 것을 다시 되갚을 수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현실 속 녹나무는 마음 속 생각을 솔직한 말과 작은 행동으로 꺼내어 보이는 그 순간에 비로소 생겨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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