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행복의 정복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대현
댓글 0건 조회 632회 작성일 25-12-22 20:34

본문

행복의 정복

-버트런드 러셀-


'행복은 마치 무르익은 과실처럼 운 좋게 저절로 입안으로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연말이 되어 캐롤이 귓가에 들리면, 자연스럽게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공존했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2025년의 나는 대체로 행복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행복이 단순한 기분이나 우연이 아니라 어떤 조건과 태도 위에서 만들어지는지를 분석하는 책처럼 읽혔다. 공대생의 직업병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왜 행복했는가”를 감정의 결과로만 두지 않고, 원인과 구조를 갖춘 하나의 모델로 설명해보고 싶었기에 더 관심이 갔다.


'내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 데 있다.'

저자는 불행의 요인 중 하나로 ‘자기 안에 갇힌 사람’을 먼저 언급한다. 인상깊은 점은 행복해지기 위해 오히려 ‘나’에 대한 관심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기 몰입이 깊어질수록 생각은 과잉으로 치닫고, 작은 실수도 확대 해석되며, 그 결과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돌이켜보면 석사 입학 초기에 내가 정확히 그랬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할수록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졌고, 그 엄격함은 결과적으로 긴장을 과도하게 만들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했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능력 자체보다도 나만 바라보는 시선이 만들어낸 고립감이었는지 모른다. ALD 장비 앞에만 가면 그 때의 긴장의 감정이 다시 느껴지는 듯 해서 그 장소를 좋아한다.


그 불행의 고리가 끊기기 시작한 순간은 역설적으로 내 시선을 바깥으로 돌렸을 때였다. 신입생을 챙기고, 가까운 사람에게 더 신경을 쓰면서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조금씩 약해졌다. 행복은 나 혼자만의 성과로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유대적인 관계와 환경 속에서 함께 만들어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오로지 나만을 중심에 두는 태도는 겉보기엔 자기관리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고 결국 자기파괴적으로 흐르기 쉬웠다.


또 하나의 변화는 취미였다. 나는 배드민턴을 다시 시작하면서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연구만을 중심에 두고 살 때는 머릿속이 늘 실험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배드민턴을 하는 시간만큼은 자연스럽게 생각의 과부하가 내려갔다. 무엇보다 배워나가는 과정 자체가 일상에 에너지를 다시 공급해주었다. 배드민턴을 배우고, 게임을 진행할때면 순수한 열정을 가진 나 자신을 볼 수 있게 한다. 저자가 말한 세계에 참여하는 삶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이렇게 내 관심을 분산시키고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작은 실천들로도 충분히 시작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를 관찰하고 성찰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의도적으로 비워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저자는 불행을 키우는 습관으로 걱정과 ‘질투’도 다룬다. 걱정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시작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붙잡을수록 현재의 집중력과 에너지만 소모시키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연구를 하며 남들보다 늦을 것 같은 걱정에 쉽게 사로잡혔다. 그러나 그 불안은 나를 더 치열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나를 더 좁은 세계에 가두었다. 이때 내가 배운 해결책은 불안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향한 집착을 비워내고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가까운 사람을 진심으로 챙기는 순간에는 걱정이 사라진다기보다 작아졌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미래 대신 지금 내 앞의 사람과 일에 책임 있게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질투 역시 마찬가지였다. 질투는 타인의 성취를 위협으로 해석할 때 커지고 그 순간 삶의 기준은 내 성장에서 비교로 이동한다. 하지만 타인의 성취를 경쟁의 신호가 아니라 배움으로 바라보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을 응원할 수 있을 때 질투는 힘을 잃는 듯 싶었다. 결국 걱정과 질투는 나라는 중심이 과도하게 부풀어올랐을 때 생기는 감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연말에 이 책을 읽며 내가 느낀 행복의 이유는 내 마음을 더 꽉 쥐지 않고 나를 비워내며 타인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를 비워내고 타인을 사랑하는 태도, 그것이 내가 발견한 행복의 가장 확실한 원인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