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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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비교적 덜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 어떤 사회현상을 설명하려고 어설프게 과학적 이론과 용어를 끌어다 설명하는 기사가 보인다. 또는, 자신도 잘 알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어렵고 복잡한 용어들을 중간에 섞어가면서 쓴 칼럼들도 가끔 눈에 보이기도 한다. 본인도 어렸을 때 친구들 앞에서 있어보이려고 자기딴에는 이런저런 내용들을 끌어다가 설명하고 자랑하고 다녔으니, 생각할수록 그때는 확실히 철없고 어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얼핏 드는 생각은 이러한 “지적 허세”는 인류의 유구한 전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러한 지적 허세가 강하게 나타난 시기가 1970 ~ 90년대인데, 이때는 포스트모던 기반 인문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난 시기이다. 급진적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사회현상과 인식은 상대적인 것이며 이는 자연과학에서 조차 양자역학과 상대성 원리로 표출된 것이며 또한 과학은 사회현상을 설명 될 수 있고, 사회현상은 과학을 끌어다가 설명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실 이들의 주장들을 살펴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이러한 주장들을 “지적 사기”라면서 일침을 가한 사람이 앨런 소칼이다(뉴욕대 물리학과 교수).
이 책이 쓰여진 원인과 결론을 말하자면, 앨런 소칼이 과학적 지식 없이 과학 용어와 개념을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데 남용한 철학자, 사회과학자, 인문학자, 사상가들(자크 라캉, 줄리아 크리스테바, 뤼스 이리가레이, 브루노 라투르, 장 보드리야르 등) 즉,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을 비꼬기 위하여 "Social Text"에 게재한 “경계의 침범: 양자중력의 변형해석학을 위하여”에서 시작되었다. 포스트모던 사상을 과학적 지식을 끌어다가 그럴싸하게 설명한 텍스트가 발표되자, 자칭 진보적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자신들의 사상을 뒷받침하는 “과학자가 쓴 글”이 투고되었다고 쾌재를 외쳤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보기 좋게 배신당했는데, 이 글을 투고한 앨런 소칼이 자신의 글은 아무런 의미도 논리도 없이 그저 보기 좋게 과학적 지식만을 끌어다 그럴싸하게 쓴 글이며, 글을 쓴 목적은 과학적 지식과 용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를 끌어다 자신의 이론을 주장한 사람들을 풍자하기 위하여 썼다고 폭로하였다. 쉽게 말하면 “나도 너희들처럼 있어보이는 과학 이론을 나열하면서 글을 썼는데 사실은 아무 의미도 근거도 없다. 그런데, 엄밀한 검증도 없이 저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더라.”라고 풍자 한 셈이다. 이런 지적 허세와 자신도 모르는 수리, 과학적 용어를 이용하여 대중들에게 겁을 주고 무조건 옳게 여기게 만드는 것을 통렬하게 비판하였다. 연이어 다음의 부류들에게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 권위에 기댄 터무니없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대중
- 이러한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하는 언론과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일부 학자들
- 해당 분야에 대한 섬세한 이해 없이 간섭하거나 터무니없는 기류에 편승하려드는 정치권
20년 정도 흐른 지금도 이러한 부류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점점 늘어가고 성향은 극단화 되는 추세이다. 몇 달 전 벌어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이후의 반응을 살펴보자.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완승을 예상했다가 4:1로 패배하자 한국 전체가 충격을 받았고, 일부 사람들은 알파고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공정하지 않은 대결이었다고 주장하였다. IT 전문 변호사라고 하는 사람의 주장은, 알파고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여 브루트 포스 방법이라는 다수의 컴퓨터 그리드망으로 병렬적인 연산을 통해 대국을 펼쳤으니 이는 사기극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있어보이는” 용어를 이용한 주장에 일부 대중이 호응하여 법원에 고발해서 사기극이라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하였고, 이러한 주장과 반응을 여러 언론들이 인터넷에 유포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일부 정치인들이 여기에 부회뇌동하여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다행히도 논박되었는데, 알파고가 사기극이라고 말하는 근거인 브루트 포스 방법이 알파고의 동작 원리가 아니며, 설령 브루트 포스 방법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연산을 하더라도 불가능 하다는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 CPU가 1초에 10^10 번 연산을 한다는 가정하에 바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면 최소 2.45 x 10^36 개의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100 % 이길 수 있는 방법인데, 알파고가 4국에서 패배 한 것은 최소한 브루트 포스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반박하였다(출처 :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10998). 결정적으로, 알파고는 브루트 포스 방법의 단점이 명확하여 도입 된 딥러닝 방법을 사용하는 인공지능이라고 내내 설명하였다. 알고리즘의 구동 원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얕은 지식으로 IT 전문 변호사임을 내세워 경솔한 발언을 펼친 사람이나, 이러한 IT 전문 변호사라고 검증 없이 기사를 유포한 일부 언론들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새삼 본인도 피상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내 이야기를 주장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살아가면서 모든 분야에 정통 하기란 힘들다. 또한 필요하다면 다른 분야의 지식을 끌어다가 본인의 논리를 전개 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명확한 이해와 지식 없이 권위와 용어에 기대어 지적인 허세를 뿜어내는 것은 명백한 사기 행위이며, 반드시 지양 되어야 할 풍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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