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센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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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발달함과 동시에 현대 사회는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살 수 있는, 이른바 금전만능의 시대가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행사인 결혼식에서 하객조차도 돈을 주면 살 수 있으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이러한 금전만능 세태에 대해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값만 지불한다면, 어느 것이든 살 수가 있다는 것일까?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시장경제를 수용해서 엄청난 부와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경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근래 들어서면서 경제의 성공에 부수적으로 생겨난 난제로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증가하는 각종 불만들을 어떻게 완화할지,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구축할지, 시장가치가 가족 지역사회 공공선을 훼손하거나 잠식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바로 이러한 난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가정생활을 비롯해 개인이 맺는 관계, 교육, 건강, 환경, 시민생활, 스포츠 심지어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돈과 시장이 차지하는 적절한 역할을 놓고 토론하도록 독자를 격려한다. 우리는 시장이 공공선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과 시장논리를 적용하면 안 되는 영역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모두가 거래 대상이 되는 사회를 만들지 않고서도 시장 체제가 제공하는 최상의 이익까지 누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체제는 대표적으로 자유시장경제와 사회주의체제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자유시장경제가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구 소련의 붕괴와 현존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형편없는 경제상황이 입증해준다. 나 역시도 시장경제옹호론자이자 시장지상주의자로 철저하게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형성이 되고 자연스레 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공급과 수요가 있고 대가만 지불한다면 어떤 재화이던 거래가 가능하다는 나의 믿음은 이 책을 읽으면서 깨졌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부익부빈익빈으로 가난한 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우리는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하다보니 도덕규범에 대해서는 둔감해졌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놀이동산이나 항공사는 일정 가격을 더 지불한다면 줄을 서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얼핏 보면 굉장히 합리적이다. 시간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돈을 더 내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일명 새치기 특권이라고 책에서는 부르는데, 이것은 ‘평등’이라는 도덕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내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이러한 원칙은 학교, 화장실, 버스 정류장 등 모든 곳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고 있고, 새치기 하는 사람은 비난을 받곤 한다. 그런데 돈을 주고 앞에 끼어들 권리를 산다는 것은 어려서부터 지켜온 하나의 도덕규범에 의문이 들게 할 수 있다.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게 하는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고가의 자동차 등 사치재를 사는 행위와 선착순대로 줄을 서서 놀이기구를 타는 행위나 좋아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순서를 기다렸다가 티켓팅을 하는 행위는 그 성질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줄 서는 사람을 고용하고 원하는 것을 얻는다. 미리 줄을 서서 기다려 표를 사는 행위와 돈을 많이 주고 표를 사는 행위 중 어느 것이 과연 가장 필요한사람에게 재화가 배분되었다는 것을 보여줄까? 실제로 책에서도 공연에서 가장 비싼 좌석이 비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논리가 아무리 좋다지만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대리모시장은 아이가 필요한 불임부부들에게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해 준다는 이유로 형성되어있다. 수요와 공급이 있으니 이 시장을 합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리모 시장의 이면을 살펴보면 아이를 사는 것이고, 대리모 여성은 자신의 생식능력을 파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돈으로도 사람(생명)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아닌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친구 딸에게 “아저씨에게 뽀뽀를 하면 천원을 주마”라고 하자, 그 아이의 엄마가 “아이에게 뽀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안 된다”라고 했다는 사례를 저자가 소개한다. 아이 엄마의 발언이 처음에는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여 웃음이 났으나,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어쩌면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논리 속에 완전히 익숙해져버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 우정, 감사한 마음, 진심을 담은 편지, 나의 생명과 같은 사람에게 내재하는 일신전속적인 것들에게는 돈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미국은 완벽한 자본주의사회라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난점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도 자본주의사회임은 확실하고,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단점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직 우리사회는 본인의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공정한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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