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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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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5,805회 작성일 16-08-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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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 어디냐는 이야기를 한다면 누구나 미국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이며, 모든 사람들이 한국어를 세계공용어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하고 말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국가가 생기고 사라졌으며, 그러한 일련의 흐름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지 어느 순간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현재 세계 제일의 강대국으로 여겨지는 미국 또한 그 위치에 이르게 된 계기가 있을 것이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은 문화적, 지리적 또는 인종적인 이유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다분히 승자의 관점으로 해석되기 쉬운 이러한 주장을 다르게 바라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 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라는 책을 통해 오늘날 국가 간 불평등의 기원과 그 해결방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저자들은 책 전반에 걸쳐 국가 간 국력의 차이는 바로 제도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총,균,쇠’의 저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주장과는 다른데, 단순히 지리적인 차이로 동/서양을 나누어 국가의 경제적 차이를 나눈다면 동독과 서독, 남한과 북한의 차이는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실패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착취적 (extractive) 정치 제도를 보이고, 이는 곧 착취적 경제 제도를 낳아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이야기 하며, 한 국가가 국력을 상실하는 과정을 다양한 나라들 (고대 로마제국부터 구 소련까지) 의 예를 통해 보여준다. 서방 열강들의 식민지 개척시대에 남미는 약탈과 강제노역으로 착취당하였고, 독점이 정당화된 사회 위에 건립된 이러한 나라들은 대다수의 국민들의 경제적 인센티브와 노동 의욕을 꺾어버렸다. 결국 악순환의 연속으로 남미는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하고 경제적 잠재력을 송두리째 빼앗긴 대륙으로 전락하였다.

 이와 반대로 경제적으로 국가가 발전을 하려면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용적 경제 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포용적 정치 제도가 존재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한다. 포용적 정치 제도의 핵심은 다원주의적 정치권력의 분배, 법과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수준의 적당한 중앙집권화, 그리고 착취적 제도로 흐르는 걸 방지하는 정치적 유연성과 견제활동이다. 이러한 포용적 경제 제도와 정치 제도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선순환을 이루면서 국가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단순히 국가의 발전을 위해 포용적 정치 제도를 도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포용적 정치 제도의 탄생이나 개선에는 ‘역사적 우발성’과 그 우발적인 사건으로 선택의 여지에 놓이게 된 국가의 지배세력이 결정하는 시점인 ‘결정적 분기점’ 에 영향을 받는다고 이야기 한다. 책에서는 흑사병 창궐 이후 봉건제도의 변화를 예로 드는데, 서유럽의 경우엔 봉건제도의 몰락을, 동유럽의 경우엔 재판농노제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게 되고, 여기서 파생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미미한 경제적 차이가 현재의 국력 차이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과 에스파냐의 예를 들어 포용적 제도의 탄생 배경을 살펴 볼 수 있다. 에스파냐의 경우, 식민지 수탈을 통해 얻은 과실은 고스란히 왕실과 귀족에게 집중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왕실의 힘이 약했던 영국은 그 과실이 비교적 넓게 퍼져 사회 구성원들에게 내려오면서 선순환이 시작되어 포용적 경제 제도가 성장하며 부유해졌다는 것이다. 또한 식민지 수탈에 늦게 뛰어든 영국으로서는 노른자 식민지를 전부 선점 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황량한 개척지를 개척하는 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였고 이는 현재 영국의 정치/경제 제도에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기존의 체제를 바꾸는 ‘창조적 파괴’가 필수지만, 그것을 배척하는 기존 소수 엘리트 세력이 존재하면 그 나라는 쇠퇴하게 된다. 착취적 제도의 예는 아프리카나 북한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초창기 권력을 지닌 자들이 효율적인 성장모델을 제시하지 않고 국가구성원을 위한 정책을 펼치지 않는 원인은 바로 그러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국민이 빈곤해지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물론 착취적 제도도 단기적인 성장은 가능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일 뿐, 경제적 인센티브와 노동 의욕의 부재로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 지속적인 성장은 대게 혁신을 필요로 하고 혁신은 창조적 파괴에서 기인하는데,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창조적 파괴가 자연스레 구 체제의 기득권 소멸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루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러한 착취적 제도를 해결하고 개선한 예가 있으니, 점진적인 노력으로 행한 예는 영국이며, 급진적인 기득권 뿌리뽑기로 행한 예가 프랑스이다.

 흔히들 국가의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려면 경제 시스템을 손보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며 다분히 원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공학적인 마인드로 A를 넣으면 B가 나오는 식의 단순한 계산식처럼 봐선 안된다. 경제 시스템이 갖춰지는 사회의 근간, 그 근간에 변화를 주는 정치 제도에 초점을 두어야 국가의 국력이 신장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논리에도 결국은 일종의 우연성이 개입되어야 한다는 점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일종의 관성에 의해 크게 바뀌기 힘들다는 것은 조금 암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나은 사회를 갈망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분명 포용적 제도가 자리잡고 우리 나라도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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