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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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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윤
댓글 0건 조회 5,571회 작성일 16-09-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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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 주자

 

아직 젊은 나이기에 이룬 것보다 이루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편승하여 복잡한 사회를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과 종종 맞닥뜨릴 때가 있다. 질문과 다투며 갈팡질팡 정신 차리지 못할 시기에 책을 읽다보면 완독 후에도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은 별로네’라는 생각을 하며 적당히 독후감을 작성하며 마무리한다. 혹시 꽃을 보았으면서도 풀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반성의 마음을 가지며 책읽기 자습서의 용도로 이 책을 읽었다.

 

독서는 나만의 해석이다

: 쇼펜하우어 [문장론], 프루스트 [독서에 관하여]

 

다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 지나친 독서는 현식에 대한 감각을 떨어뜨리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있지만, 독서량이 적은 사람들은 외우고 다니면서 그럴듯한 고차원의 핑계거리로 사용하기 좋은 문구다. 위 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하여 문맥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쇼펜하우어는 다독 그 자체보다는 독서를 위한 독서로서의 다독의 위험성을 말한다. 다독의 정량적 기준은 모호하지만, 독서량이 많은 사람들은 쉽게 상대적 우월감을 얻거나 박식한 티를 낼 수 있다. 세계적 거장의 어구 혹은 문구를 인용한다는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무조건적인 동의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독서량이 많을수록 책에 담긴 저자의 생각이 아무런 비평 과정 없이 그대로 흡수되기 마련이다. 쇼펜하우어는 읽는 이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사색 없이 책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무분별한 지식 습득으로 생각할 여력이 없어지는 사람은 차라리 책을 읽지 않는 것만 못하다.

 

독서와 학습은 객관적인 앎이다.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이다.

심불시불 지불시도, 즉 마음은 곧 부처가 아니다. 앎이 곧 도가 아니다.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가. 단순히 책을 읽으며 치열한 비평과정을 거쳐 저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것은 아니다. 독서를 통해 풍요롭게 된 삶을 사색하며 완전하게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인 과정이다. 주관적이기에 틀린 것이 아니라 그만큼 다른 생각을 하는 능력이 개발되는 것이다. 사색을 하며 새롭게 성립되는 세계관을 통해 한 단계 발전된 인간으로 세상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독서가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독서-사색 과정을 여러 번 거치게 되면 다양한 시선의 변화과정이 중첩되고 이는 폭넓은 인간을 만든다.

 

관찰과 사유의 힘에 대하여

: 곽재구 [곽재구의 포구 기행], [길귀신의 노래],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 법인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두 번째 강독회를 읽으며, 차갑게 굳어있던 머리에 오랜만에 심장이 활기차게 일을 하며 따듯함을 나눠주는 기분을 느꼈다. 결혼을 하고 또 다른 가족을 맞을 준비를 하며 따듯한 삶의 중요성을 느끼는 지금, 이 부분을 읽으며 행복했다.

 

아름다운 순간들을 운문/산문을 통해 글로서 표현하는 작가들은 일반 사람과 어떠한 다른 점이 있을까. 기본적인 글짓기 실력 이외에 그들은 시적인 순간을 찾는 습관이 있다. 마음 한 구석을 따듯하게 하는 글의 내용을 보면, 보통 특별한 내용이 별로 없다. 오히려 특별할수록 대중 독자와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그런 순간들을 표현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따듯한 감성을 갖고 행복한 사람은 그 순간이 바로 시적인 순간이 된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크고 비싼 집과 재물을 갖고 있고, 권력과 명예를 갖고 살아간다 해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느낌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진짜 가치를 찾아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 풍부하게 소유하느냐, 풍요롭게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 소유로부터의 행복은 어느 적정선을 지나치는 이후 더 이상 행복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삶에 만족하며 존재의 풍요로움을 느낀다면 그 행복은 영원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작은 마음들이 결국 삶이다.

 

최근 평생 기억할만한 행복의 순간이 있어 공유하고 싶다. 산부인과에서 면역관련해서 집사람이 세 시간 정도 링거를 맞을 때가 있었다. 운이 좋게 그 날 함께 할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같이 있을 때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이 책은 강독회를 채록하듯이 책으로 옮겨 문투가 말하기 화법이라 보다 좋았다. 나는 책을 읽었고, 집사람은 누워서 들으며 서로 감정을 공유하였다. 지금도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최근 강렬하게 기억나는 최고의 행복한 순간이었다.

 

매달 한 권씩의 책을 정기적으로 읽다보면 내가 왜 책을 읽는지,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가 궁금할 때가 있다. 저자인 박웅현씨는 전작인 ‘책은 도끼다’를 통해 첫 번째 질문의 답으로서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읽는다고 말하였고, 후속편인 ‘다시, 책은 도끼다’를 통해 책은 천천히 읽는 것이라는 답을 들려준다. ‘다시, 책은 도끼다’는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여덟 번의 인문학 강독회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여덟 개의 서로 다른 주제에 맞는 책을 저자의 생각과 함께 소개한다. 독서 초보자임에도 다른 책들을 읽기 전 필수 이수 도서로서 이 책을 먼저 읽지 못함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소개하지 못한 여섯 편의 다른 강독회 내용을 공유하지 못한 것 또한 아쉽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우리네 시골의 풍경을 묘사한 시를 한 편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11월의 저물녘에

낡아빠진 경운기 앞에 돗자리를 깔고

우리 동네 김씨가 절을 하고 계신다

밭에서 딴 사과 네 알 감 다섯 개

막걸리와 고추장아찌 한 그릇을 차려놓고

조상님께 무릎 꿇듯 큰절을 하신다

나도 따라 절을 하고 막걸리를 마신다

23년을 고쳐 써 온 경운기 한 대

야가 그 긴 세월 열세 마지기 논밭을 다 갈고

그 많은 짐을 싣고 나랑 같이 늙어왔네 그려

덕분에 자식들 학교 보내고 결혼시키고

고맙네 먼저 가소 고생 많이 하셨네

김씨는 경운기에 막걸리 한 잔을 따라준 뒤

폐차장을 향해서 붉은 노을 속으로 떠나간다 - 박노해, [경운기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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