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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린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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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주
댓글 0건 조회 5,892회 작성일 16-07-0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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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그 누구도 예상 하지 않았던, 그리고 원하지 않았던 시나리오 하나가 갑자기 생겨났다. 상당수의 도박사들은 한순간의 헤프닝으로 끝날 것이라 예상하였고, 사람들은 설마설마 하면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가장 먼저 패닉에 빠진 것은 금융 시장이었다. 투자자들은 세계증시에서 자금을 빼내 안전자산으로 옮기면서 각국의 증시가 폭락하였고, 투자자들은 일본의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판단하여 아베 신조 총리가 4년간의 아베노믹스를 통해 만들었던 엔저를 단 4시간만에(...) 엔고로 되돌렸다. 미국은 영국의 이탈로 인한 유럽에서의 자국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고, 당사자인 유럽연합은 다른 회원국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하여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고심하고 있다. 기껏 영국과 각종 경제 협력을 성사한 중국은 유럽이라는 단일시장에 접근하는데 다리 역할을 할 영국의 이탈이 반갑지는 않다. 월가와 함께 양대 금융시장인 시티 오브 런던에서는 다국적 금융 회사들이 회사를 옮길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정작 당사자인 영국에서는 탈퇴파들이 서둘러 탈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잔류파들과 유럽연합의 빈축을 사고 있다. 더하여 탈퇴파들이 유럽 연합 탈퇴 이후 상황에 대한 대책이나 비전 없이 대중을 기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탈퇴파의 다수를 차지한 보수당 내부에서도 극심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스코틀랜드의 독립 재점화에서 엇갈린 투표를 한 세대간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으로 내몰리고 있다. 브렉시트라는 단 한번의 상황 때문에 전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브렉시트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이민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하층민들이 지지와 이를 선동한 정치인들의 합작품. 두 번째, 30억 유로의 분담금을 부담하고도 자신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다고 생각하는 점. 세 번째, 어업쿼터나 각종 규제로 인하여 영국 고유의 산업이 침해받는다고 생각. 네 번째, 유럽 연합을 재정적, 정치적으로 마음대로 하는 독일에게 끌려다니기 싫은 영국인들의 자존심. 마지막으로, 동유럽 이민자들뿐만 아니라 중근동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는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난민사태를 통하여 강하게 표출되었다는 점이다. 더하여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고립주의와 반 이민-외국인정서, 극우의 준동과 과거 체제로의 국민들의 자발적 회귀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서적을 보면서 위의 배경들을 생각하면 이는 유럽연합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구조적인 모순이 난민 사태와 IS의 연이은 테러로 촉발되어 예상치 못한 시점에 영국에서부터 터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유럽 연합(EU)은 소속된 국가간에 강하게 결속된 경제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국경과 관세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경제적인 이점은 연합내의 모든 투자자, 국가, 지역, 산업, 피고용자들에게 두루 공평하게 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참여 국가들의 경제적, 제도적, 지리적, 정치적 환경이 저마다 엄청나게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단일한 규제와 경제 정책으로는 모두에게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발트 3국과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에 가입함으로서 서유럽과 동유럽간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오히려 동유럽의 경제활동 인구가 부유한 서유럽으로 이주해가면서 동유럽 국가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유럽 각국의 경제적 격차를 생각하지 않고 회원국을 무리하게 늘린 유럽연합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하여 이를 종용한 미국의 조지 부시 정권의 크나큰 실수 중 하나이다.


 


더하여 경제공동체에서 정치적, 사회적 공동체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하고 있는 유럽 연합이 개별 국가 이상으로 커진 시장에 대하여 충분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점이 소속 국가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장이 작동하면서 국가간의 격차는 자연스럽게 좁혀질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자들과 시장론자들의 장밋빛 조망은 애초에 틀렸으며, 유럽 연합이 정치적 공동체로 나아가지 못하면 분열되고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자가 지적한 문제와는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브렉시트가 찾아와서 유럽연합이 분열이냐 단결이냐의 기로에 서있지만, 유로존은 애초에 체급이 다른 참여자들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된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에는 부인 할 수 없다.


 


저자는 위기의 유럽 연합이 나아가야 할 두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EU가 개별 국가에 대하여 더 강한 구속력을 갖는 정치 기구화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로존의 해체와 개별국가로의 회귀를 제시한다. 첫 번째 방법은 저자도 그렇고 본인이 보기에도 쉽지가 않아 보인다. 현재 유럽연합의 세 기둥(독일, 영국, 프랑스)중에 하나가 뽑혀 나간 상태에서 나머지 두 개의 기둥을 중심으로 결속해야 하는데, 유럽 각국은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강하게 결속되는 유럽 연합에 대한 반감이 존재한다. 특히, 유럽 각국은 영내 제 1 경제국으로서 현재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의 과거사(1, 2차 세계대전) 때문에 반감이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저자는 두 번째 방향을 지지하고 있는데, 본인이 보기에는 이 또한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경제적으로 이미 강하게 결속되어 있어서 섣부른 해체는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아직은 부족하지만 정치적으로 조금씩 결속해 나가고 있는 유럽연합이다. 비록 독일의 강한 영향력 때문에 독일 제 4제국이라고 조롱받기도 하지만, 수십년전 단순한 경제 블록에 지나지 않았던 EEC가 EU로 탈바꿈 한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회원국을 마구잡이로 늘이는 무리한 확장과 이에 맞물려 터진 세계금융위기 및 난민 사태와 테러로 인하여 많이 휘청거리고 있지만, 유례없이 강하게 결속된 국가간 공동체로서 기능을 시작한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앞서 말한 모순들을 서서히 해소하면서 위기를 극복한다면 보다 강한 공동체가 탄생 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보아야 알겠지만, 뚜렷한 비전 없이 막연한 기대감으로 탈퇴에 투표한 영국 국민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얼마일지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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