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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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개개인의 가치를 그 사람이 가진 물질적 자산(돈)으로 매기는 세상이다. 돈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시간’이라는 공통으로 주어진 자산이 있다. 물리적 시간 또한 우리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이 0 이라면 그보다 절망적인 게 있을까?
회색 신사는 시간저축은행을 운영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시간저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다. 여기서 회색 신사는 그저 사람들의 여생에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방법으로 시간저축의 필요성을 알린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남은 시간: xxxxxxxxxx 초
- 잠: 441504000 초
- 일: 441504000 초
- 식사: 110376000 초
- 어머니 돌보기: 55188000 초
- 앵무새 키우기: 13797000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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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 ‘0’
“저것이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결산표로구나.” 회색 신사의 말에 현혹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기쁜 마음을 가지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고, 가능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하는 것, 그것만이 중요했다. 결국 도시의 모습도 변해갔다. 그 안에 살 사람들에 맞추어 집을 짓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똑같은 모양의 집을 지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획일화된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온 도시가 똑같아 보였다.
회색신사들이 도시를 점령하기 전 ‘모모’와 함께한 마을 사람들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모모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신비한 소녀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모모로부터 안정을 찾고 위로를 받는다. 어디서 왔는지, 몇 살인지 알지 못하지만 마을사람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아무튼 모모한테 가보게!” 라며 모모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가지고 있다. 이웃사람들이 만들어준 모모의 보금자리에는 모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사람과 모모로부터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넘쳤다. 하지만 모모의 친구들은 회색 신사가 방문한 뒤 더 이상 모모를 찾지 않았으며 그 이유 또한 자신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물질적 욕구로 인해 아이들을 방치했고, 아이들을 위해 쏟았던 시간도 이제는 장난감이 대신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 모모를 찾았다. 모모는 결국 호라 박사와 카시오페이아라는 신비한 거북과 함께 회색 신사들 물리치고 행복한 마을을 되찾는데 성공한다.
대학원에 들어온 이후로, 시간이 항상 모자라다. 비교적 시간을 관리할 수 있었던 대학생 때와는 달리 한 주마다 성과를 내야하는 압박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고, 그로인해 매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생활에 시간도 부족해졌다. 그래도 나는 뭔가를 더 이루기 위해 아등바등 시간을 아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순간 한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 순간 회색 신사는 내 마음속에 생겨났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시계로 재는 그 물질적 양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예로 들면 23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갖추고 있는 자아, 성격, 외형적인 모습으로 바뀌었고, 나에게 기억되는 23년은 연속적인 시간이 아닌 몇 가지 불연속적인 장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23년은 실제로 나를 대변해 줄 수 없으며 ‘나’라는 사람 자체가 그 시간동안 어떤 것을 겪었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시간은 양이 많다고 해도 그 양만으로는 아무것도 될 수 없으며 그 시간동안 느낀 어떤 추상적인 생각들이 모여 각자의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많이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다. 내가 20대를 보낼 대학원이라는 한 챕터 또한 먼 훗날에는 내 자아에 반영될 것이고, 기억은 몇 가지 장면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치열하게 시간을 아끼려 했던 목적도 학위라는 단순한 것이 아닌, 더 궁극적인 자아의 실현을 위한 행동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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