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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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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윤
댓글 0건 조회 6,072회 작성일 16-07-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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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이 시대의 진정한 힘이란 무엇인가. 어쩌면 사람들의 무수히 많은 인생 최종 목표는 힘을 얻는 것일지 모른다. 단지 본인은 세속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목표의 모습을 행복, 사랑 등 형이상학적 초월적 가치로 포장하여 말하는 것일 뿐이리라. 그나마 이렇게 포장된 ‘좋은 가치’를 인생 목표라고 말하며 조금이라도 행실을 조심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올바른 방향으로서의 사회’가 유지되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 현 시대는 물질 만능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이며 지식 범람의 정보화 사회이다. 이에 따라, 당연하게도, 자본과 정보를 원하는 만큼 얻고 통제할 수 있는 집단은 사회 지배 세력으로 성장하여 시대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을 만들고 수정한다. 지배 세력은 필연적으로 악한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지구촌에서 질서를 세우려면 시스템이 생겨야하며 이를 운영할 사람들이 필요하기에 이런 거대한 힘을 가진 집단은 필요악적 존재이다. 가끔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지도자들이 있는 것처럼 권력 집단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기에 그 자체로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 집단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관이 일반 윤리 및 규범을 따르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일그러진 가치관을 가진 거대 집단의 위험성을 실화를 바탕으로 약간의 각색을 통해 선보인다. 본 영화는 미국 내에서 세 번째 손가락 안에 드는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이 수 십 년에 걸친 가톨릭 교회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보스턴 글로브에 새로 부임한 편집장의 지시로 시작된 가톨릭 교회에 대한 심층취재는 기자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보스턴에서만 약 90명의 사제들이 아동 성추행에 가담하였다는 사실을 600개의 스캔들 기사를 통해 폭로했다. 스포트라이트 팀의 기사들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며, 진실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에 퓰리쳐상을 수상했다.


“신체적 학대를 넘어 영적인 학대에요. 성직자에게 당하면 믿음까지 뺏기는 거예요.”


 먼저 영화 내용에 집중하여 이 사건을 바라보자. 미국은 개신교가 전체인구의 51%, 가톨릭이 23% 정도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를 갖고 있으며,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섬긴다. 개신교의 목사도 성직자로서 존중받지만, 상대적으로 성당의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의 신부들의 지위는 ‘살아있는 하나님’ 정도이다. 이런 환경에서 일반 신도들은 신부들을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맹목적이라 표현할 정도로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신부에게 몹쓸 짓을 당한 기분은 어떠할까.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평생을 믿던 부모에게 버림받은 기분 정도라야 비교 할 수 있을 것이다. 육체적 고통을 넘어 정신 영역으로 침범한 학대는 영화에서 본 것처럼 수 십 년이 지나도 치유가 불가능하다. 죄는 모두 악한 것이지만 그 경중을 가리자면 치유 불가능한 영적 학대는 극형에 가까울 것이다.


“우린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요.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죠.”


 영화 내용에 국한하지 말고 이를 일반화 시켜보자. 더욱 씁쓸하지 않은가. 갑자기 불을 켜면 법적, 윤리적 규칙을 어긴 사례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불을 켤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 환경에서 살고 있다. 개개인들의 자그마한 절도, 범죄, 음주운전 등에는 완벽을 기하는 수사를 통해 뿌리를 뽑아내지만, 정작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유도하는 거대 기업 혹은 정치인들의 범죄에는 눈을 감는다. 위 대사가 씁쓸한 마음을 갖게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의미와 유사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기에 충격은 덜하다. 이 말에 충격이 덜한 사회 속에 사는 것에 또 다른 충격이 전달된다. 우리는 “큰 물고기가 빠져나갈수 있는 아주 촘촘한 그물”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시스템이야. 시스템에 집중을 해야 해.”


 문제가 발생했고, 발생사실을 확인했다면 우리는 해결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거대한 범죄일수록 관련된 몇몇 아래 사람들의 책임으로 ‘꼬리 끊기’를 하기 때문에 쉽게 수뇌부를 일망타진하기 어렵다. 권력 지배 세력과의 유착 혹은 지배 세력들에 의한 범죄로 인한 거대 범죄일 경우 외압으로 인해 수사의 진행이 더디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밝은 빛이 어둠을 한 번에 밝힌 것과 같이 한 번에 너무 큰 범죄의 몸통이 발견되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여 이를 통째로 묻는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쉽사리 봤던 일반적 한국 범죄 영화의 구성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외압에 굴하지 않고, 범죄를 철저히 조사하여 그 몸통을 내놓았다. 최근 일부 언론의 심층취재 프로그램에서 스포트라이트 팀과 같은 조사를 할 때가 있다. 거대 지배 세력과의 유착 없이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의 고유 기능을 발언의 자유를 십분 이용하여 밝혀내었으면 한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에요.”
“그게 당신이었을 수도 있었고, 나일 수도 있었고, 우리 중 누구일 수도 있었어요.”


 수사기관이나 언론이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들에겐 전혀 잘못이 없는 것일까. 영화 속 한 인물은 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지만, 그 아이를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라고 한다. 단기적, 일회성 아동 학대는 직접 당사자 이외의 인물이 학대 정황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장기 지속적 학대는 주위 사람들이 스스로 본인의 눈을 가리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으로서 가톨릭 전체의 암묵적 공동행위에 대항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거대 권력의 압제에 눌린 사건 이외에도 우린 때때로 불의를 보고 스스로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이는 피해자가 당신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피학대자가 만일 당신이거나 나와 가까운 누군가였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인가.


 거대 권력 집단은 구성원들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악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리라. 그러나 사람은 절대 선이 될 수 없고, 권력 집단의 구성원도 사람이기에 권력의 유혹에 이끌려 잘못된 선택으로 부당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이 신실하고 진실해야만 하는 성직자라도 말이다. 나라의 행정적 지도자 또한 삼권분립으로 인한 견제를 받기에 모든 권력집단은 스스로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한다. 그리고 잘못이 발각될 경우 재범을 막기 위해 납득할 만한 형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현실세계에도 검찰 내 비리, 정경유착 등 가톨릭 교회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만큼의 철저한 수색을 필요로 하는 큼직한 사건들이 있다. 밝혀지지 않았기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엇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홍만표 변호사, 진경준 검사장 사건으로 대표되는 추악한 법조계 비리와 네이쳐 리퍼블릭의 정경유착, 롯데 그룹의 비리 등 대중이 충분한 심증을 갖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선 수사기관 혹은 언론이 충분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 속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일간지 내 스포트라이트 팀의 영웅적 이야기는 영화적 상상에 의한 각색이 아니다. 더 이상 연예인 관련 대형 스캔들이 났을 때, 반사적으로 뉴스의 사회, 정치면을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현 시대의 대중들도 더 이상 3S 정책에 휘말려 이목이 팔리는 시대의 대중이 아니라, 적극적 정보습득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기반으로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권력자들에게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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