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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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쇼
한 명의 개인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가끔 특정 상황을 나만 모르는 것과 같은 상황이 온다. 텔레비전에서 특정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몰래 카메라를 찍으며 속이는 상황을 학습한 탓인지 위와 같은 상황을 마주하면 본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속는 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속일 때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 관음증적인 쾌감인지 본인이 조종당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지배할 때 느끼는 쾌감인지 구분은 되지 않으나 어떤 것이라도 권장 할 만하지 않다. 이렇듯 사람들 위에서 거대한 양의 정보 독점을 통해 그들을 지배하고 속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만약 모든 사람이 합심하여 평생 완벽하게 한 사람을 속이면 어떠한가? 속는 사람이 그 속에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끼며 안정된 삶을 산다면 속이는 사람은 정말 나쁜 사람인가? 영화 ‘트루먼쇼’는 이러한 역설적 발상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영화 ‘트루먼쇼’ 속의 주인공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는 거대한 드라마 세트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를 둘러싼 모든 환경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배우이다. 매일 완벽하게 동일한 삶을 사는 그는 그의 삶이 약간은 이상하다고 한 번은 의심할 만하지만 주변 배우들의 노력(?)으로 인하여 의심을 거둔다. 그의 삶은 24시간 전 세계로 생중계되어 그는 그도 모르게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완벽한 플롯과 배우들의 연기지만 그의 나이만큼이나 긴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드라마를 찍어왔기에 곳곳에 트루먼이 의심을 품을만한 구석이 존재한다. 어릴 때 돌아가신 줄 알았던 아버지를 봤다거나, 그에게 그의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이 가짜라는 것을 말하는 사람은 모두 갑작스럽게 없어진다거나 하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트루먼의 의심은 점차 큰 덩어리가 된다. 그가 세트를 떠나지 못하게 세트 주위는 바다로 둘러 쌓여있으며, 그에게 어렸을 때 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는 것을 인지하게 하여 연출자는 트루먼에게 물 공포증을 강제로 주입한다. 이렇듯 트루먼의 모든 물리적 배경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지배한 연출자 크리스토퍼지만 트루먼의 생각까지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한다. 트루먼의 첫사랑이며 대학 동창인 실비아는 트루먼에게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려다 갑작스럽게 그를 떠났다. 트루먼이 실비아를 찾으려 배를 타고 떠나며 영화는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라더’이다. 영화 속 드라마 트루먼쇼를 제작 중인 연출자 크리스토퍼는 완벽한 빅브라더이다. 트루먼을 둘러싼 모든 정보의 독점으로 그의 삶을 통제한다.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과 그들의 행동패턴까지 통제하기에 어쩌면 크리스토퍼는 빅브라더 보다 더 전능할 수도 있겠다. 크리스토퍼의 존재로 인하여 역설적으로 트루먼에게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면에서 큰 어려움이 없다. 빅브라더의 긍정적인 의미인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가 적절히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속 트루먼을 보는 사람들이나 영화 속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안전한’ 트루먼을 향해 연민을 느낀다. 우리는 은연중에 빅브라더 통치 아래의 ‘살만한’ 삶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으며 개인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트루먼이 거대한 세트의 존재를 자각한 후 물 공포증에도 불구하고 폭우를 이겨내며 세트의 끝으로 가려할 때 크리스토퍼는 이렇게 말한다.
“정해진 대로 살면 되고 정해진 직업으로 평생을 편안하게 살 수도 있다.”
“바깥세상은 아름답지 못해. 사회 부조리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남발하고, 하루가 멀다해 범죄가 일어나지. 그에 비하면 이곳 시헤븐은 천국이야. 그 어떤 고난도 없는 곳이란 말이야. 트루먼.”
현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본인의 이야기를 방송하여 실시간SNS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그러나 우리가 SNS를 사용하는 이유가 단순히 일상생활의 공유이외에 다른 사람의 생활을 감시하고 염탐하고 싶은 관음적 욕구 때문이 아닌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런던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루에 적어도 5번이상의 CCTV에 노출되어 “the CCTV of the world”, 빅브라더의 도시라는 오명을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도 각종 인터넷, SNS의 검열 및 감청이 논란이 되곤 한다. 과연 빅브라더와 같은 정보독점과 사생활통제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면이 많은지 부정적인 면이 많은지는 다시 한 번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를 보며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것은 시각의 오류이다. 사람들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느끼며 살아간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잘 발달된 오감을 통해 현실인지 허구인지를 구별한다. 다섯 가지 감각 중에 가장 속이기 어려운 감각은 무엇일까? 영화 트루먼 쇼는 가장 속지 않을 것 같은 시각을 속인다. 영화 속 트루먼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틀에 갇힌 작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가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빅브라더 사회의 일원이 그렇듯이 그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30년 동안이나 그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속으며 산다. 우리가 가장 신뢰한다고 믿는 눈이 우리에게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생각의 흐름이 여기까지 미치다보니 도저히 생활할 수 없을 것 같은 갑갑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맛집의 실태를 다룬 영화 트루맛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눈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눈은 가장 거짓말을 잘 한다. 중요한 것은 직접 느끼고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 트루먼은 역경을 이겨내고 세트를 벗어나며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다음에 다시는 보지 못 할 테니 한 번에 하루 인사를 모두 하는 것이다. 세트를 벗어난 그의 삶에는 이전과 같은 평화가 깃들기 어렵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모험과도 같을 그의 삶을 응원한다. 그러나 세트 밖의 세상 또한 어쩌면 규모만 더 큰 또 다른 세트가 아닐까. 그의 삶을 통해 현재 나의 삶을 돌아보며 세상에 대한 가치관을 재정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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