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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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았다.
케네스 배
2년 전쯤 이었나, 인터넷 신문기사에서 북한에서 2년여간 억류되어 있는 한국계 선교사가 석방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그 당시,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북한에 대해서 무지했던 나는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것이라고 하면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사방이 컴컴한 탄광에서 하루 종일 곡괭이로 땅을 내리치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고문을 받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북한에 억류된 그 선교사의 일상이 내가 생각하던 그런 것이든 아니면 좀 더 나은 모습이던 간에, 전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에서 언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상태로 억류되어있는 것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절망 그 자체일 것이기 때문에, 석방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심했던 기억이 있다.
케네스 배가 북한의 억류에서 풀려난 지 2년이 조금 안된 2016년 5월, ‘잊지 않았다’ 라는 제목의 북한에서의 억류생활을 그린 비망록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악몽과 같았던 735일 동안 케네스 배가 북한의 수용소 및 병원에서 겪었던 이야기들과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감정변화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는 억류자들에 대한 북한의 대우, 케네스 배 씨의 감정 변화 그리고 석방을 위한 미국의 대처에 관한 스토리를 읽어내려 가면서, 최근 읽었던 어느 책보다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케네스 배 씨의 담당 검사는 그와 면담할 때마다 ‘아무도 오지 않아.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 당신은 이곳에서 나와 함께 환갑잔치를 하게 될 거야.’ 라는 똑 같은 말들을 반복적으로 늘어놓으며 그를 실망시켰다. 하지만, 약 2년후에 장관급에 해당하는 국가정보국 국장이 포함된 미국 사절단의 방문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는 데에 성공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케네스 배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면? 아니면 북한이 제시할만한 협상 카드가 전혀 없는 제 3국의 국민이었다면? 아마도 석방까지의 길은 훨씬 험난했거나 다시는 못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몰랐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머지 않아 나를 석방하러 올 것이라는 믿음, 시기가 조금 늦긴 했지만 그 믿음에 응답할 수 있는 협상 카드와 힘을 가지고 있는 국가, 그리고 정부뿐만이 아니라 2년 여의 시간 동안 끊임없기 기도하며 구조 캠페인을 펼친 가족들과 전혀 친분이 없었지만 억류 소식을 뉴스로 접하고 석방 위원회를 만들어 석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사람들. 이러한 노력들이 합쳐진 결과로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은 이루어 질 수 있었고, 이런 내용들을 읽어내려 가면서 국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나에게 깊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것은 아무래도 같은 크리스천의 관점에서 ‘나를 구해 주세요’에서 ‘나를 사용해 주세요’로 변하게 된 선교사님의 기도였다. 간수들이 “예수는 어디 사는 사람이오? 북한에 사오? 중국에 사오?” 라고 말할 정도로 정상적으로라면 도저히 복음이 들어갈 수 없는 그곳에서 하나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한 그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케네스 배는 함께 수용소에서 일하는 북한의 간수들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하루의 일과를 해내고, 그것에 의문을 품은 간수들에게 예수님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도대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스스로의 절망 가운데서 벗어나 사명을 찾고 기쁨을 찾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내 일인 양 기쁘기도 하고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답지 않은 불만들로 가득한 지금의 내 모습과 주변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되돌아 보며 안타까워졌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세상으로부터 쓴 소리를 듣고 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불평을 늘어놓는 모습, 금전을 모으는 것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과 성적인 타락과 같은 인간의 본성적인 죄악에 오히려 더 쉽게 무너지는 모습들은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랑과 온유, 자비와 양선 등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긍정적인 단어들은 더 이상 지금의 크리스천의 모습을 나타내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지면 가질수록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게 되고, 더 가지고 싶어 지게 되고, 점점 더 내 자신에게만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주일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교회에서 배워왔던, 성경 속의 내용은 절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많던 간에 적던 간에,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용하시기를 원하신다. 내가 어디에 어떠한 모습으로 있던지 간에, 그 자리에 내가 존재함은 하나님께서 나를 선한 길로 사용하실 뜻이 있으시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 사람의 크리스천으로써, 내가 돈을 버는 것은 하나님의 뜻대로 선한 일에 사용하기 위함이지 단지 부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내가 사회적인 지위와 힘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단지 그 힘과 권위로 남을 누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케네스 배를 석방시킬 수 있었던 영향력과 같은 더 많은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하기 위함이다.
케네스 배 씨의 2년간의 북한 억류 생활은 고통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또한, 케네스 배 씨의 책을 통해 나도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어떻게 사용될 것이며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세상은 점점 ‘나 자신만 만족스러우면 상관없어!’ 라고 외치는 개인주의에 지배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이든 나쁜 영향력이든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이 세상은 자신만의 만족을 추구하면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곳이다. 이런 세상에서, 그리고 내가 지금 있는 바로 이 곳에서, 실력과 인성, 그리고 따뜻함을 갖춘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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