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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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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5,354회 작성일 16-05-1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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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 세간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국정교과서가 아닐까 싶다. 기존의 교과서를 하나의 교과서로 정부에서 지정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이 정책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우려를 표명했다. 사실 학창시절에 배워왔던 역사에 대한 이미지는 과거의 일을 모아 정리해 놓은, 그렇기에 객관적인 사실의 총집합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기에 내게 역사서는 마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바로 펼쳐보면 그에 대한 사실이 정의되어 있는 크고 방대한 사전과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다양한 역사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하나의 사건도 어떠한 입장과 관점에서 서술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해석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절대불변의 사실로써의 역사라는 나의 생각은 무너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역사란 무엇으로 정의되는지, 거기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깨달아야 할 지 고민하며 인문학 고전이라는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펼쳤다.


 책은 역사의 사실로부터 개인, 과학, 도덕, 진보 등의 6가지 텍스트로 풀어 본인의 역사관에 대해 설명하고, 기존 주류 역사관 및 비관주의 역사관에 대한 반박을 통해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설명한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주장하는 역사관은 근대 역사학의 확립자 랑케가 주장한 ‘역사적 사실’ 그 자체에 집중하는 역사인식론에 정반대되는 것이다. 예전의 역사가들은 사실들만을 나열하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이 들어가 있지 않고 공정하다고 말했는데, 이는 결코 객관적이라는 증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고 역사가는 그 중 몇 가지를 골라 이를 서술하기 때문에 애초에 역사가가 선정하는 요소들에서부터 역사가 자신의 성향과 주장이 그대로 담긴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논란에서와 같이 극단적으로 바라보면 정권을 잡은 측에서 서술하는 역사에서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 ‘광주 폭동’이 되고, ‘군사 쿠데타’가 ‘군사 혁명’이 되는 것처럼, 역사를 바라볼 때는 그 역사를 서술한 인물과 그 배경, 시대적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서 받아들여야 한다.


 허나 비록 역사가 서술하는 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지만, 그 사실이 가지는 진실이나 해석의 우열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역사를 받아들이는 우리에겐 인간으로서의 지성과 도덕 관념들이 명백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책 본문에서 저자는 “보는 각도에 따라 산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고 해서 본래의 산은 객관적 형태가 없다거나 무한한 모양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논지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방향에서 역사를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선택을 해야만 한다.


 책의 내용 중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역사를 과학과 비유한 것이다. 언뜻 과거의 특수한 상황에 집중하고 매 순간 다양한 상황과 해석이 펼쳐지는 역사와 몇 가지로 함축되는 세상의 법칙과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이 공통분모를 이룬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역사를 과학이라 부르기 힘들다는 견해에서는 ‘(1) 역사는 오로지 특수한 것만을 다루며, 과학은 일반적인 것을 다룬다. (2) 역사는 교훈을 가르치지 않는다. (3) 역사는 예견할 수 없다. (4) 역사는 인간이 인간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주관적이다. 그리고 (5) 역사는 과학과는 달리 종교와 도덕의 문제를 포함한다.’ 라는 근거를 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가가 언어사용에서부터 과학자들처럼 일반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역사적 사실들에 간여하는 요소들을 단위로 분해하여 그들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방법론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결과, 역사가와 과학자는 목표와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과학이 과거의 결과로부터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새로운 것을 찾아내듯, 역사도 과거의 역사적 사실 안에서 끊임없이 인과관계를 추구해감으로써 답을 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과학자들이 발견하고 개척한 새로운 지식이 단순히 어떤 포괄적인 법칙을 세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연구에 대한 길을 개척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와의 공통점을 말한다. 뉴턴 시절의 고전역학이 현대의 양자역학으로 대체되었다고 해서 과거의 산물인 뉴턴의 이론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과거의 산물이 쌓여 현대의 과학이 진보될 수 있었듯이, 역사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가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관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단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이슈가 휘몰아치는 현재는 훗날 미래에서 바라봤을 때는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 있을 것이며, 그 때 우리가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역사로써 기술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마주보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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