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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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간대표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AI기술의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한번에 보여주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스페이스X는 로켓과 우주선 개발 및 발사를 통한 우주 수송업무를 하는 미국의 민간기업으로 이미 발사된 로켓이 스스로 지상으로 되돌아오는 ‘로켓 재사용 기술’을 개발하며 기존보다 100배 저렴한 우주수송의 시대를 열었다. 이처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머물던 기술들을 현실에서 구현해내며 기술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기술혁신이 단순히 기술진화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혁신은 기업가의 리더쉽 및 전략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한때는 핀란드 수출 물량의 20%를 책임지며 세계 핸드폰시장의 40%를 육박하는 점유율로 호령하던 공룡 IT기업 노키아,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서 ‘소니왕국’을 건설했던 일본의 초우량기업 소니는 수 십년간 축적해 놓은 탄탄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내리막 길을 걸어야만 했다. 이유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기업가의 안목이였다.
유필화 교수의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서는 기업의 혁신, 영속성(sustainability)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논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기업, 그 기업과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에게 필요한 지혜를 담아낸 본 저서는 제목과 일맥상통한 과감한 ‘버림’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이 아니면 모두 버려라’로 세계시장을 움직이는 기업들의 공통점을 통해 경영의 원칙을 얘기한다.
독일의 경제학자 헤르만 지몬이 주장한 개념인 ‘히든챔피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칭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전 세계의 히든챔피언은 2,744개로 그 가운데
절반 가까운 1,307개가 독일에 있다. 미국 (366개), 일본 (220개), 스위스(110개), 중국(68개) 그리고 한국(23개)이 그 뒤를 잇는다.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독일 히든챔피언들은
독일의 경제기반을 탄탄히 하고 있다. 이들의 경영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전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화이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전 세계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것이다. 반면 돈이 되지 않는 기술은 과감히 버린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을 세우고 기업의 덩치를 줄이고 최고의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제품의 핵심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해내기 때문에 부가가치 자체생산비율이 높다.
그 만큼 다른 기업에 퍼주는 로얄티가 적다는 의미이다. 또한, 매출의 평균 5.9%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데, 이는 독일 벤처기업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이처럼 독일의 히든챔피언들은 ‘선택과 집중’, 과감한 투자를 통해 독일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첫 선보일 무렵인 2007년, 노키아CEO 칼라스 부오는 “오직
노키아가 표준”이라고 말했다. 노키아는 성쇠를 가를 중요한
시점에서 기존의 기술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고 맹신했던 것이다. 결과는 2G폰의 사용이 점차 줄고 몇 년 뒤 점유율이 반토막이 났고 시가총액 120조의
기업은 7조에 매각되었다. 삼성이나 LG같은 한국회사들에게는 영원히 극복하기 힘든 벽처럼 느껴졌던 소니의 경우에도 컴퓨터와 텔레비전 부분에서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대에 뒤쳐지게 된 것이다. 저자가 얘기하는 과감한 ‘버림’을 통한 혁신의 부재가 이들 두 기업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이다.
유필화 교수님의 저서를 내내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기업도 과감한 ‘버림’을 통한 혁신을 이뤄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히든챔피언이 생겨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뒤 따랐다. 작년 IMF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삼성전자 매출이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의 약 14%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30대 대기업의 총 매출액은 대한민국의 GDP보다 8.7%가 많은 1,345조원이나 된다. 거대기업들이 한 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항상 경영난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면 ‘사상누각’이라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기반으로 하는 벤처육성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 새로운 영양분을 제공하고 있지만 갓 부화한 벤처기업이 인큐베이터를 빠져나가는 순간 맞딱드리는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도 소규모 기업이 살아남기에는 힘든 환경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낼 수 있는 기업환경, 지식재산권 침해 및 기술유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은 기업이 자신의 고유기술을 현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치명적인 환경적 문제점이다. 앞으로 과감한 버림을 통한 ‘기술혁신’ 뿐만 아니라 버림을 통한 ‘기업환경혁신’도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중요한 과제일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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