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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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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5,865회 작성일 16-05-0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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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우리 나라는 아직 냉전시대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가지 이념으로 대립되어 여전히 서로를 향해 총포를 겨누고 있고, 어려서부터 우리에게 북한은 적이라고 배워왔으며 그들은 악당이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념의 차이만으로 누군가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정당할 수는 없다고 말한 한 변호사가 있었다. 바로 미국의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이다.


영화 스파이브릿지는 ‘스파이 맞교환’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비밀협상의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세계적인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고, 그 못지않은 명배우 톰행크스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미국과 소련이 냉전으로 핵무기 전쟁의 공포가 최고조에 이른 1957년, 보험전문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이 우연찮게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미국에서는 전기기술자 로젠버그 부부가 원자폭탄 제조기술을 소련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간첩죄로 사형된 사건이 있었고, 그만큼 미국의 반공운동이 극에 이르러 있던 시기였다. 때문에 적국의 스파이를 변호하는 일은 자신의 목숨은 물론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도노반은 여론의 질타와 협박 속에서도 “변론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과 원칙에 따라 기꺼이 아벨의 변호를 맡고 최선을 다한다.


아벨의 변호를 맡은 도노반의 모습은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그 자체이다. 소련의 기밀정보를 털어놓으면 죄를 묻지 않겠다고 회유하는 미국 정부를 향해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거절하는 아벨의 모습은 분명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낮 스파이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조국인 소련의 입장에서 본다는 아벨은 훌륭한 애국자이며, 믿음직스러운 국민일 것이다. 도노반은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모순된 잣대는 옳지 않기 때문에 아벨을 사형시켜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즉, 적이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나의 신념에 반한다고 해서 목숨을 앗는 일을 해서는 안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도노반의 논리에 결국 아벨은 사형에서 징역 30년이라는 감형을 받게 된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뿐이며, 나쁜 것이 아니라 입장이 다른 데서 오는 시각 차이일 따름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도노반의 모습은 분명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은 결여된 논리일 것이다. 도노반의 변론에 분노한 괴한들이 그의 집에 총격을 가하고, 사건 후 나타난 경찰조차 어째서 빨갱이를 변호하냐고 항의하는 상황이 이를 보여준다. 가까운 예로 일제식민지의 앞잡이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우리 나라에서는 분노의 대상이지만 일본에서는 구국의 영웅으로 숭배를 받지 않은가? 하지만 분명한 선악의 구분과 이념의 차이는 분명 다른 것이기에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고민 거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변호사들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듯이 “약자의 편에 서서 말로 싸워 승소를 이끌어 내는 직업”이라고 한다면, 도노반은 변호사 본연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주었다. 법과 정의를 통해 이념의 차이에서 오는 인권 유린을 지켜낸 도노반의 모습을 통해 증오와 분노라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이성적인 인간의 면모를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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