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974회 작성일 16-03-02 12:28

본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신 의 중

 

사람들은 이별 때문에 죽느니 사느니 힘들어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괜찮아진다. 이별한 직후 자신들은 특별한 사랑이었다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사랑도 결국은 흔해빠진 사랑 이야기 였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다들 비슷한 사랑을 하는 것은 씁쓸한 사실이지만 그 경험은 사랑에 대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빠지는 흔한 사랑에 대해 철학적인 고민을 풀어나간다.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 앉게 된 남녀가 서로를 운명이라 느끼지만, 그 느낌은 점차 희석되고 결국 운명이 아니라는 회의감에 헤어지는 진부한 스토리는 여느 소설에서의 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겪어보았을 현실적인 연애담이다.

 

알랭 드 보통은 1인칭 화자인 ‘나’가 연애를 하며 느꼈던 심리를 철학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풀어나간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으라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 ‘Karl Marx’가 아닌, 미국의 희극인 ‘Groucho Marx’를 말한다. 이 사람은 “자신과 같은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들여줄 클럽에는 가입할 생각이 없다”고 농담을 했다. 클럽에 가입하기를 소망하면서 그것이 실현되자마자 소망을 잃어버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작가는 이러한 터무니없는 모순을 사랑에 적용하고 있다. 즉, 마르크스주의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져서 자신의 사랑이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사랑이 공상의 영역에 남아있길 바라는 모순을 말한다. 사랑은 잡힐 듯 말 듯 한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마르크스가 이야기 했던 모순을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공상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 또한 웃긴 일이다. 이 터무니없는 모순을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그토록 사귀고 싶던 사람이 내 연애상대가 되었을 때 왠지 모를 허무감에 휩싸였다. 허무감을 이기지 못한 나는 얼마 안 가 연애를 끝냈고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이상을 바라지 않기로 했다.

 

연애는 단 두 사람간의 감정적인 관계라고 생각하기에 ‘왜’라는 이성적인 잣대는 우리의 이상을 깨고 만다. 주인공이 느꼈던 ‘마르크스주의’ 또한 이러한 이성적인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이 소설은 사랑에 있어 우리가 바라는 이상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동시에 사람들은 다른 감정을 가지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사랑이 있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하고, 감정적 관계에서의 이성적인 물음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이 책을 덮으면서도 결국 사랑에 대한 본질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이 질문도 이성적 잣대의 연장선일 수 밖에 없다. 사랑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하는 법의 첫걸음이며 나아가 그 ‘다름’을 공유하고 내어주는 것이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