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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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들
누구나 유년 시절에는 최고 권력을 가진 지도자, 인기 있는 연예인 또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과학자 등 남다른 모습의 미래를 그리며 꿈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유년 시절의 동경과 환상이 뒤섞인 꿈을 이루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일수록 이상과 다른 현실을 점차 직시하게 되고,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내 본래의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안주하곤 하기에, 마지막까지 꿈을 좇아 나아가는 극소수의 성공이 더욱 빛나 보인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좋은 친구들(Good Fellas)>는 꿈을 좇는 세 친구의 성공 가도를 사실적이나 다소 희극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의 꿈이란 바로 영향력 있는 마피아가 되는 것이었고, 사회를 좀 먹는 이들의 행로는 배신과 몰락으로 점철되어 있다.
미국의 ‘리틀 이탈리아’ 지역의 어린 헨리는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마피아들의 모습은 마초적이면서 동시에 아름답다. 마피아의 세계는 경쾌했으며, 동시에 거리낄 것 없는 거리의 지배자였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헨리의 시선은 경애와 동경으로 가득하다. 한 마피아 단원의 밑에서 일하며 꿈을 키워나가는 헨리는 그를 닮은 지미와 토미와 어울려 점차 마피아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이렇게 즐거운 시절, 헨리가 바라보는 마피아의 모습은 이른바 조폭코미디 영화로 대중들에게 자주 미화되는 한국 조직폭력배나 일본의 야쿠자의 모습을 유사하다. 명랑하고 유쾌하지만 동시에 의리 있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그들은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처럼 곤경에 빠진 서민들에게 국가보다 든든한 지원군처럼 표현된다. 헨리와 그의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로 암울한 현실과 대비되는 마피아들의 강렬한 인상에 노출되어 왔기 때문에 범죄에 대한 죄의식은 존재하지 않았고, 거리낌 없이 일을 하며 또한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들에게 범죄는 주어진 의무에 불과했고, 그들은 이를 기쁜 마음으로 수행하며 점차 윤택해져가는 삶에 만족한다. 그들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였고 이에 충실하게 헐떡대곤 하였다.
고삐 풀린 짐승과도 같은 그들이 현실을 바라보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외부의 탄압이 아닌, 그들이 속해 있는 닫힌 사회의 규범에 의한 것이었다. 세 친구 중 한 명인 토미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마피아 단원을 죽이게 됨에 따라 그들이 그토록 열광하던, 조직원에 대한 복수를 반드시 행한다는 마피아들의 의리에 의해 토미와 그의 친구들은 해결사에서 목표로 변하게 되고, 거침없이 보였던 마피아 사회의 화살촉이 그들에게 향하고 나서야 그 사회의 진면모를 깨닫게 된다. 배신과 반목을 거듭한 끝에 결국 헨리는 동경하던 이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권리를 포기한 체, 그들을 고발하고 그가 속해 있던 사회의 대척점에 있던 국가의 보호를 받기에 이른다.
인간은 외부 환경과 시선에 의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의 행동을 제약받게 되며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도덕관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관념에 따른 행동은 다시금 자신 또는 타인에 의해 평가 받음으로써 보다 정형화되고 획일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헨리와 그의 친구들이 속해있는 사회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고, 이는 보편적이지 않은 가치관으로 나타났다. 강력한 증인보호프로그램에 따른 평안한 삶에 안도하나, 맘 한 편에 존재하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 없는 헨리의 아이러니함은 그가 목숨을 건 스릴을 즐기는 독특한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고, 무법자로 군림하던 난폭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뇌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도 아니라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피아의 삶에 푹 빠져 종국에 몰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헨리가 가진 죄의식은 범죄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친구를 배신함으로써 마피아의 덕목인 의리를 저버렸음에서 나타나는 점처럼 헨리는 마피아 중심의 세상에서 살아왔다. 간절히 희망하던 어릴 적 꿈과 실제로 꿈을 이루었기 때문에 느꼈던 성취감과 의무감에 대한 그리움은 다소 일그러져 있으나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단지 헨리가 행하고 있는 가장 큰 실수는, 그러한 그리움과 집착이 단지 자기 자신에게 상처 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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