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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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필요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저)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일본의 한 문학상(호이 신이치 공상과학 문학상)의 공모전에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했다. 그 소설의 제목은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로, 인공지능의 고독한 심정을 섬세히 묘사했다. A4용지 세 장 분량의 이 단편소설을 읽는 내내 인공지능의 실제 ‘자아’를 목격한 느낌이 들었다. 기술이 아닌 예술, 창작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던 나에게 이 소설은 신기함을 넘어 ‘섬뜩함’을 전해주기 충분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드디어 침범하기 시작한 것일까. 그 영역은 도대체 어디까지인 것일까.
2016 CES의 기조연설을 맡은 IBM 로메티 화장은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이 장착된 로봇 페퍼와 함께 등장해 인공지능 기계가 IT산업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다보스 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생명과학 등의 기술 발전으로 2020년까지 약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미래 보고서가 공개됐다. 여지껏 매 산업혁명때마다 사라진 일자리의 수는 많았지만, 이번은 그 수가 차원이 다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법정보학센터 교수이자 저명한 인공지능학자인 이 책의 저자 제리 카플란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생활 방식과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분석했다. 기술의 다양화를 비롯한 변화들로 새 일자리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기술 발전 속도가 노동자들이 새 기술을 배우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실업은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책의 한글제목은 ‘일하는 인간은 필요없다’가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실제로 이 세상에 인간이 필요 없어지게 될지는 모른다. 그리고 나는 후자가 더 심각한 문제이며, 이 정도의 범위까지 인류가 대응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기계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왔고 아직은 이게 위협일지 행복일지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구글의 알파고에 의해 4천 년 이상의 공든 탑, 바둑이 무너지고, IBM의 왓슨은 인간을 누르고 퀴즈대회에서 우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의 인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에 대해 탄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치 산업혁명 초기 방적기를 파괴한 러다이트들 처럼 말이다(기술발전 저해에 앞장서자는 말이 아니다). 올해 초 개발된 안드로이드 ‘딕’의 개발자는 한 뉴스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화 중 이 인공지능 로봇에게 핵심적인 질문을 하나 던졌다. 질문은 바로 ‘로봇이 언젠가 세계를 지배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가?’ 였다. 이 물음에 로봇은,
‘오늘 굵직한 질문들을 많이 던지시는 군요. 하지만 당신은 나의 친구니까 걱정마세요.
만약 내가 터미네이터로 변하더라도 당신에게는 좋게 대해 드릴게요.
제가 하루종일 감시하고 보호할 수 있는 ‘인간 동물원’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농담이겠지? 하면서도 씁쓸한 동영상 속 그들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기술 개발 추이와 실제 결과들을 보면 언젠가는 인간의 영역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래도 한 경기를 이긴 그 바둑기사를 찬양할 때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이를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인류에게 그런 고민이 없다면 인공지능과 같이 급격히 변화하는 과학기술은 인류를 위협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시대는 찬란한 기술문명과 함께 광할한 미래를 개척하는 스타트렉의 시대가 될지, 살인기계와 전쟁을 하는 터미네이터가 존재하는 시대가 될지 상상해 보자,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대중 모두의 지혜를 짜내어 복합적인 정책적 아젠다로 구체화시켜 대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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