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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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2015)
지난 날을 추억하게 만드는 특별한 물건이나 순간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지 못하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더욱 그러한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지나가는 찰나로 보이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당사자에겐 일생일대의 사건이자 추억으로써 앞으로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곤 한다. 그런 중요한 사소함이 모여 하나의 인격을 형성해 감에도 불구하고 지난 날들을 추억하지 않으며 과거로만 치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영화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은 사춘기를 겪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 소중하지만 흐릿해진 기억들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준다.
여러 감정들의 의사 결정이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은 이성과 본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그린 <지킬 박사와 하이드>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유사해 보이나, 이러한 갈등으로부터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서스펜스적인 이야기들과 달리 성장 드라마로써 의인화된 독립적인 다양한 감정들이 맞부딪히는 과정에서 사람의 내적 갈등과 그에 따른 외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기쁨(joy), 슬픔(sadness), 버럭(anger), 까칠(disgust) 그리고 소심(fear) 5가지의 기본적인 감정이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며, 그 외에 과거의 기억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존재들이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면 심리에 따른 행동 묘사가 보다 직접적으로 묘사된다.
11살의 어린 소녀 ‘라일리’는 하키를 좋아하는 밝고 명랑한 아이지만, 고향인 미네소타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오면서 주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녀에게 있어 이사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일생 일대의 위기로, 이 위기는 그 동안 그녀의 감정을 주관하던 기쁨을 밀어내고 슬픔에게 힘을 실어준다. 기쁨은 이 상황을 견뎌내기 안간힘을 써보지만 결국 감정들의 충돌과 그로 인한 추억들이 소실되면서 라일리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져만 간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내면의 캐릭터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단연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슬픔이’과 잊혀진 동심을 나타내는 ‘빙봉’이다.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다른 감정들로부터 무시 받던 슬픔이는 이사를 계기로 자신도 모르게 라일리의 감정을 조절하고 핵심 기억을 슬픔으로 물들이려고 하여 기쁨에게 질타를 받는다. 하지만 이는 라일리가 현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와 감정을 해소하기 위하고자 했던 행동으로써, 이후 라일리의 추억을 되살리는 과정을 통해 슬픔이란 무기력하고 부정적이기만 한 감정이 아니라 여타 감정들과 같이 자연스러운 감정 임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곤 하는데, 특히 성공과 자기 통제를 위한 자기계발서가 범람하고 진취적이며 능동적인 열정이 일종의 덕목처럼 대우받는 현대 사회에서 슬픔이나 분노 등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자신의 연약함을 표출하는 치부와도 같이 여겨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경쟁 사회에서 더욱 심화되어, 인생의 즐거움을 좇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감정을 즐거움으로 포장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주객전도 하에 따뜻한 한 마디의 위로가 오히려 행복과 안정을 강요하는, 날이 바짝 선 훈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사를 통해 자기 자신 그리고 가족들과의 불화를 겪은 라일리를 비롯한 그녀의 감정들은, 인위적인 감정을 통제를 벗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감정의 자연스러움과 조화로움을 받아들임으로써 따뜻한 가족의 품에서 다시금 웃음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빙봉’은 라일리가 3살 때 만들어냈으나 지금은 잊혀진 상상의 친구로, 말도 제대로 못하던 시절 부드러운 솜사탕 몸과 같이 라일리가 좋아하는 소재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즐거울 때나 외로울 때나 늘 옆에서 손잡아주는 유쾌한 친구로서 아직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라일리가 밝은 성격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성이 발달함에 따라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동심의 존재인 빙봉은 라일리에게서 점차 잊혀져 가게 되는데, 인간 관계가 넓어지고 이성이 발달함에 따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친구를 찾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말 그대로 라일리의 머리 속에서 사라져간다. 그런 빙봉이지만 자신을 잊은 라일리를 미워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제 몸을 희생하며 방황하는 그녀를 돕는다. 불필요함에 잊혀진 지 수년이 지난 추억은 여전히 라일리를 위로하고 힘을 보태어 준다.
영화는 <토이 스토리 (Toy Story)>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어린 앤디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들은 소년이 성장함에 따라 점차 잊혀져 가지만, 장성하여 대학으로 떠나기 전에 이웃집 아이에게 장난감을 맡기며 눈시울을 적시는 앤디와 그를 대하는 우디의 모습은 지난 날을 함께한 진정한 친구에 대한 교감인 동시에 동심에 대한 아름다운 이별의 모습이다. 비록 <토이 스토리>의 앤디와 달리 라일리는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지만, 슬픔이를 비롯한 여러 감정들과 동심을 대변하는 빙봉의 활약은 추억과 현실의 간극에서 외면된 감정을 수용하게 만들고, 결국 그녀를 보다 정신적으로 성숙되게 하며 새로운 세계로의 추동력을 제공한다.
요즘과 같은 지난 날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가득한 연말에서 희망찬 새해를 기대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종종 지난 날의 추억과 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곤 하지만, 라일리나 앤디의 경우처럼 동심 또는 과거와의 졸업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정답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쁘거나 설령 슬픈 기억들일지라도 솔직하게 마주하게 마주할 수 있다면, 아기에서 소녀로,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한 그들에게 과거의 친구들이 힘이 되어 주었듯이 현재의 추억들이 후일 우리를 지탱해 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 가면서도, 해류에 배를 띄우고 파도를 가른다.”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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