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를 통해 본 현대사회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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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왕자’를 통해 본 현대사회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해 인간관계의 가치가 물질 위주로 평가되는 사회이다. 즉, 시장이 물질의 교환가치를 중시하고, 모든 것을 상품화하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물질의 소유를 통해 인간관계의 가치를 매기는 데 길들여지게 된다.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내면의 모습 대신에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모습, 예를 들어, 그가 가진 학력, 직장, 외모 등을 통해 타인의 존재 가치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현대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신자유주의에 의한 세계화 흐름으로 인해 효율과 경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고, 무한 경쟁이 대세인 것처럼 강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듯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 정성을 기꺼이 나눌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이와 같은 사회구조 속에서 진정한 관계 맺기는 어려워지고, 상투적이고 피상적인 관계만이 일상화되어 각 개인들은 관계의 단절과 소외를 끊임없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외 가운데서도 사람은 살면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나 식물이든, 사물이든 어떤 것이든지 의미를 부여한다. 이런 의미부여가 없으면 사람은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특히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어린왕자의 여정을 통해서 각박한 현대인의 삶 속에서 마음을 다하는 ‘관계 맺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말해준다.
어린왕자가 도착한 첫 번째 별에서 만난 왕은 끝없이 남에게 군림하려고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런 사람은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사람이다. 두 번째 별에서 어린왕자는 허영심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이 사람은 자기 칭찬외의 말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 허영쟁이로, 위선 속에 사는 사람을 나타낸다. 세 번째 별에는 술을 마신다는 것이 부끄러워 그걸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술꾼을 그리고 있는데, 그것은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을 이야기한다. 네 번째 별에는 우주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며 별을 세고 있는 상인이 살고 있는데, 이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진 물질만능주의자를 가리킨다. 다섯 번째 별에는 1분마다 한 번씩 불을 켜고 끄는 점등인 한 사람이 살며. 남을 위해 유익한 일을 하고 있으나 기계 문명에 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처럼 자기 일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는 존재를 그려낸다. 여섯 번째 별에는 지리학자가 있는데, 이 지리학자는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서 세계지도를 그리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론 속에서만 살아가는 행동이 결여된 사람으로 표면만 건드릴 뿐, 본질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린왕자는 여섯 개의 별을 여행하면서 스스로의 답을 찾지 못한다. 그것은 이 여섯 개의 별의 주인들이 참된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서 여우를 만나면서 해답을 찾기 시작한다.
여우는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마음과 깊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여우는 ‘길들인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한 사람, 수많은 여우 가운데 오직 한 여우가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즉 어떤 대상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것은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며 사랑하지 않았을 때엔 결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어떤 것의 소중함, 그것의 존재의 의미와 가치는 오직 그 대상과 맺고 있는 특별한 관계에 의해서만 생겨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그가 맺는 관계 속에서만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며 인간의 참된 가치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관계는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이 중요성은 뱀과의 대화에서도 알 수가 있다. 사막에 떨어져서 이곳이 매우 쓸쓸하다고 느낀 어린왕자에게 뱀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도 외롭긴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 말은 외로움의 원인이 사람, 어떤 상대가 없는 것 때문이 아니라 진정한 길들여짐의 관계가 없기 때문인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인간관계와 더 나아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겉으로만 보이는 외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바로 내면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어린왕자가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에 그 꽃이 그토록 중요하게 된 것처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마음으로 볼 수 있기 위해선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그만큼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여우는 길들이는 법에 대한 마지막 제안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책임감’이다. 여우가 말하고 있듯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책임감을 수반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는 피상적이고 가볍고 얕은 관계가 아닌 영원히 서로가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지는 관계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서로가 단 하나뿐인, 매우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있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관심 가질 시간조차 가지지 않는 우리의 생활에서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오늘날 너무나도 계산적이고 삭막한 사람들 사이에서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만큼 서로 특별한 관계를 맺어나가면서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나도 과연 길들여져서 아쉬워 지는 사람이 있는지, 기다림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길들여짐’으로 인해서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도 아니었던 것이 내 삶에 특별한 존재로 자리매김 하게 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그리고 그로인해 다른 것까지 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는 사랑에 서툴러서 사랑할 줄을 모르는 채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닌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쳐 주는 여우를 통해서 나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외면적으로 똑같아 보이는 존재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여기기까지 마음을 쏟고 정성을 들이고 뜻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헌신의 시간’을 가지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싶다. 여우가 말한 ‘길들이기’ 혹은 ‘길들여지기’까지의 참을성과 노력의 시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시간도, 노력도, 정성도 바치지 않고 무조건 상대방이 나를 사랑해 주기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린왕자>는 어렸을 때 이미 읽었었지만 언제 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책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책을 20여년이 흐른 뒤에 다시 읽게 되었다. 단순히 동화라고 여겨왔던 이 책에서 이야기 속의 길들여진 여우가 되어버린 나 자신을 발견했고, 내 주변의 ‘인간관계’에 대해 사색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책 속의 한 구절 한 구절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린왕자가 그의 여정가운데서 배우는 것들이 나에게 인간으로서, 또한 많은 관계 속에 있는 나란 존재를 성숙하게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누가 수천, 수백만 개의 별들 중에서
하나밖에 없는 어떤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그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야." - 어린왕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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