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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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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6,176회 작성일 16-02-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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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지 그래

 - 남정욱 저


   나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이런 책들은 공정하지 못한 기회와 과정으로 생겨난 피해자들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자신 때문이라고 단정 짓고,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환경이나 능력을 무시한 채, 행복과 성공의 방법을 일반화시키는 자기계발서의 부조리들은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이 없고, 위기를 직시하지 않고, 깊이 있는 책을 멀리하며, 단지 책에서 주는 따뜻한 한마디의 위로에 목말라하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시크릿>과 같은 전형적인 자기계발서류의 책들의 특징은 뜬구름 잡는 달콤한 소리, 개인을 고려하지 않은 저자만의 기준, 교묘한 선동 등으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나아가야할 현실을 가리고 이상적인 세계를 보여주며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불안한 심리에 이끌린 독자들을 매혹하기에는 자기계발서만한 달콤한 것도 없다. 단지 책 한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까.

 

   누군가가 함정에 빠졌을 때 다시 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거나 사다리를 내려주는 일이지 ‘그건 빠진 것도 아니야. 내가 옛날에 빠졌던 것은 더 깊었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함정에 빠진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화가 난다. 이 때문에 6년 전 베스트셀러가 된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책 중 하나인데, 그 이유는 저자 김난도 교수가 인생에서 아픔을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김난도 교수는 책에서 말했다. ‘요즘 청년들은 빨리 취업하려 하고 빨리 성공하려고만 하는게 문제다. 빨리 성공하는 것보다 크게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 말은 바로 김난도 교수가 아파해본 적이 없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대학생들은 대학교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지 않는 이상 스스로 등록금을 충당하기 빠듯하여 대학교 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과외를 해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고, 이것도 모자르면 휴학을 하면서 대학교를 다니게 된다. 집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 경우 한달 내내 꼬박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는 돈은 100만원 정도인데, 1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그 해 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많은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되는데, 당연히 졸업하자마자 빚을 짊어지게 되며, 이것을 해결하려면 얼른 취업을 하거나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사회에서 빨리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말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이지 않는가. 눈앞에 빚이 산더미이고 당장 먹고 살아갈 걱정을 해야 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돈 때문에 유혹을 받지 말라고 하는 말은 굶어 죽으라는 소리이다. 청춘을 아파해본 어른이라면, 충분히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요즘 우리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춘이 아프니 어떠니 하는 소리는 유복하게 자란 김난도 교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죽지 그래>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책은 내가 자기계발서에 대해 생각하는 그 것과 상당히 일치한다. 자기계발서에 열광하는 우리 사회와 청춘에 대해 신랄하게 질타함으로 계발서가 가진 내적, 외적인 모순을 가차없이 파헤친다. 책의 앞부분에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면서 써내려갔다.

 

  ‘나는 인생이란 이런 것이고 너는 그 삶을 이렇게 살아라, 단언하면서 격려하거나 힐책하는 책을 보면 그저 놀랍기만하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만만할 수 있지? 그리고 화가 치민다. 타인의 소장한 삶을 자신의 기준과 경험으로 함부로 재단하면서 방향을 제시하다니.’ - p. 24

 

   저자는 역설한다. 청춘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을 사는 일은 정말로 뜻대로 되지 않고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라고, 내가 생각한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이 청춘임을 일깨워준다. 누구도 함부로 언급하지 못했던 청춘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거침없이 끄집어내어 재단한다. 일단 모든 서술의 기반이 저자가 젊은 시절에 겪었던 처절한 경험이기에 청춘들이 듣기에 보통 자기계발서보다는 공감이 간다는 사실이 이 책이 주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래에 적어놓은 책 일부의 내용은 저자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아파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화사했던 봄날에 안양역 벤치에서 눈을 떴다. 빗방울이 얼굴을 때렸다. 전날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차비가 없어 노숙을 한 그 새벽에 측정 불가의 공포가 밀려왔다. 나는 울었다. 무서워서 울었다. 내가 과연 이 세상에서 사람 구실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를 받아줄 곳이 어딘가에는 있을까.’ - p. 21

 

   저자는 현재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저자는 직업상 수많은 대학생들을 일상적으로 만난다. 그런데 저자가 얘기하는 현재의 대학생들은 정말 놀랍다. 비싼 등록금으로 다니는 대학 강의는 뒷전이고 인기 때문에 SNS에 ‘좋아요’를 관리하느라 바쁘며, 사회 구조를 탓하지만 사회적 나이를 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유아적 상태에 머물러있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명한 사람들이나 소위 ‘멘토’라고 하는 사람들이 청춘을 미화하면 좋아한단다. 저자는 ‘힐링’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힐링과 달콤한 말보다는 오히려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말로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는다.

 

   물론 저자의 책이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소 직설적인 비판과 책 중간에 보이는 정치색이 보이는 부분들은 독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다른 자기계발서를 가차없이 비판한 뒤에 ‘이 책이야말로 청춘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자신만의 계발서를 만든 것 같은 느낌이, 책 뒷 부분에 나오는 저자의 충고는 기존의 통념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진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들에게서 유아적 상태에 머물러있는 젊은이들을 구해내고 싶은 저자의 마음 하나는 진심으로 느껴진다.

 

   나도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청춘이 아름답다느니 그 때가 좋았다느니 하는 얘기가 싫다. 아직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도 않았고 지금이 백퍼센트 안정된 삶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등록금 때문에 성적에 미친 듯이 목 매달렸던 그리고 생활비 때문에 시험기간에도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도서관에서 밤을 샜었던, 불안정하고 매사가 걱정이었던 그 때로 돌아가기는 죽어도 싫다. 내가 앞에서 말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교수나 혹은 여타 다른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의 인생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획일화된 기준에 맞추어 지금의 청춘들을 미화시키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로서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했던 내용이 무척 인상깊어서 마음에 담아놓고싶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멋진 말이고 당연한 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인간에게 관대한 세상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뒤에 반드시 따라붙어야 하는 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되 절대 즐기지는 말아야 한다. 실패를 싫어해야한다. 실패를 극도로 증오하고 이를 악물면서 그 실패를 탓해야한다. 물론 자기만의 시간에 그러라는 얘기다. 사람들과 있을 때는 당연히 대범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털털하게 웃어넘겨야 한다. 뭐 하다 보면 되는 날도 있겠죠. 그러나 밤에 집에 돌아와서는 내가 무엇을 방심했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순간의 방심이나 게으름 때문에 실패가 찾아왔다면 책상에 머리를 박고 반성해야 한다. 다음에 또 실패를 반복하면 나는 사람도 아니다 혈서라도 써야한다. 실패는 실패하기 위해 실패하는 게 아니다. 실패는 배우기 위해서 하는 거다. 어떤 일을 완벽하게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일에 완벽하게 실패하는 것이다.’ - p.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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