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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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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유진
댓글 0건 조회 6,067회 작성일 16-02-0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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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장르를 가려서 보지는 않지만, 작품의 배경이나 설정에 몰입하기 위해 슬랩스틱 같은 과장된 제스쳐가 들어가거나 신파극 같은 과도한 감정을 연출하는 작품은 꺼리는 편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물이나 사건을 춤과 노래로서 표현하는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장르였고, 때문에 고전 명작을 독파하겠다고 <대부>나 <아마데우스> 같은 영화를 찾아 유난을 떨던 한 때에도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영화는 의식적으로 기피하였었다. 하지만 최근, 대도심 외에는 볼 것이 없는 관광지 뉴욕에서 가장 뉴욕스러운 것을 경험해보고자 거금을 들여 관람한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단순한 연기 이상의 웅장함과 비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조카를 위해 빵 한 덩이를 훔친 죄 몫으로 19년의 옥살이를 지낸 장 발장이 한 주교와의 만남으로 인해 개심하고 새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교훈과 함께 어린이 도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내용이나, 이는 <레 미제라블> 전체 이야기의 도입부에 불과하다. 그 후 끝없는 선행과 수완을 통해 몽트뢰유 시장의 자리에 오른 장 발장이 그를 뒤쫓는 자베르를 피하며 혁명을 겪고, 수양딸 코제트와 그녀의 배필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을 감는 <레 미제라블>에는 단지 장 발장 한 사람에 대한 전기일 뿐만 아니라 19세기 초 격동의 프랑스에서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랑스어로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레 미제라블>의 뜻처럼 누가 더 불운한지에 대해 경쟁하는 듯한 비참한 사람들이 다수 등장하며, 이들은 왕정을 타도하고 공화정을 이루기 위한 움직임이 술렁이는 혼돈이 가득한 사회 속에서 절망적인 시기를 보낸다. 하지만 이러한 불행 이외에 그들이 갖는 공통점으로는 그러한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노래하며 적극적으로 쟁취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이다. 

 장 발장은 빈곤으로 죄를 저질렀던,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가득했던 과거를 딛고 명망 높은 시장의 자리에 올랐으나 팡틴의 죽음과 자베르의 계속되는 추적 그리고 과거에 대한 마리우스의 의심 등 끝을 모르는 난관이 계속된다. 워낙 불운하고 도망자의 이미지가 강해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장 발장은 마차를 들어 올릴 정도의 괴력을 가졌으며 빈곤한 죄수였던 과거를 벗어나 교양을 쌓고 막대한 재산을 축적함으로써 자신을 감옥으로 내몰았던 부조리한 사회의 지도층까지 올라올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하나 사람이었으며, 이러한 초월적인 스펙과 지위를 통해 자신을 추적하는 자베르를 배제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평생 타인을 위해 살았으며, 단지 팡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금을 들여 데려온 수양딸 코제트에게 부성애로 가득한 애정으로 평생을 다하는 등 항상 선을 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자신과 대립해 온 자베르 또한 감화시킨다. 엄격하기만 하고 갱생의 여지를 주지 않는 당시 사법체제에 걸 맞는 경직된 신념을 가진 자베르는 그러한 신념에 따라 법률에 의거한 사회 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종국에는 엄벌주의적 사법체제가 갖는 결함과 법 너머의 존재하는 정의를 깨닫게 됨으로써 그 동안 자신이 행해왔던 정의의 모순점을 확인하게 된다. 비록 이러한 모순점으로 인한 죄책감으로 종국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만, 자베르 또한 장 발장처럼 그가 믿는 신념과 정의실현을 위해 평생을 몸 바친 정의와 이를 통한 질서 정립을 위해 평생을 몸 바칠 정도로 우수한 직업적 소명 의식을 가진 경감이다.

 극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처럼, <레 미제라블>은 당시 분위기를 한껏 표현하여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극의 마지막에 장 발장이 큰 짐을 내려놓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긴 하나, 앞선 혁명에서 무수히 죽어 간 청년들의 모습이나 해결되지 않은 사회 부조리는 여전히 남겨진 이들에게 고난이 뒤 따를 것임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희망을 노래한다. 장 발장은 코제트를 위한 내일을,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에포닌은 마리우스의 안녕을, 자베르는 진정한 사회 정의의 실현을, 그리고 파리의 대학생들이 위시하는 프랑스의 대중은 자유로 가득한 새로운 시대를 노래한다. 신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경제는 불황이며 국제적으로도 지카 바이러스나 무차별 테러와 같은 흉흉한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누구에게나 고단한 삶의 연속이지만, 장 발장과 그의 친구들이 그랬듯이 이런 때일수록 절망에 빠진 스스로 희망의 메시지를 웅변하며 내일을 기약해야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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