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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 모타니 고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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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준
댓글 0건 조회 5,741회 작성일 15-12-0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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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 산촌 자본주의, 가능한 대안인가 유토피아인가?



    우리는 하루 대부분을 일하며 보낸다. 집에 가도 겨우 잠만 자고 다시 일터로 향한다. 밥도 밖에서 사먹는 경우가 많다. 돈을 벌기 위해 애쓴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카드 결제일이 지나면 수중에 남아있는 돈은 별로 없는 것이 대부분의 회사원들의 고충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둥바둥 한다. 시간이 갈수록 월급은 쥐꼬리만큼 늘지만, 지출은 껑충 늘어난다.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오늘날의 경제는 끊임없이 소비를 독촉한다. 금융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의 사회적 지위, 외모, 품격, 인간관계 이 모든 것은 소비에 의해 결정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씀씀이도 커지지만, 아무리 소비해도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풍요로움’은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 현대의 금융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생산자겸 소비자가 겪는 고통의 굴레이다. 

 

    이 책은 ‘산촌 자본주의’를 현재의 복잡한 금융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산촌 자본주의는 예전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휴면 자산을 활용해 경제를 살리고 공동체를 부활하는 경제 시스템을 뜻하는 신조어다. 쉽게 말해,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자급자족하고, 산에서 구할 수 있는 목재로 난방과 취사를 하는 삶의 방식이다. 이런 양식을 통해 저자는 지역의 경제가 자립하고 경제가 순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쯤에서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나 짓고 살아란 것이냐’ 등의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산촌 자본주의는 현대인의 생활을 모두 과거의 농촌 생활로 돌려놓자고 주장하진 않는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지금의 생활 양식을 조금만 바꾼다면 산촌 자본주의를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말농장 등 부분적으로나마 자급자족이 가능한 환경을 확대할 것을 조언한다. 예를 들면, 최근 일본 도쿄 시내의 번화가 긴자에서는 빌딩 옥상에서 꿀벌을 길러, 그 꿀을 사용해 케이크를 만들었다. 세계 일류의 상품들이 모여드는 긴자에서도 이 유명한 케이크는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버려진 공터를 일시적으로 빌려서 밭을 만들어 가꾸거나 시골에 세컨드 하우스를 빌려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보는 경험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산촌 자본주의라는 것은 돈의 순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전제하에서 구축된 ‘금융 자본주의’ 경제시스템과 함께 돈에 의존하지 않는 서브시스템도 재구축해두고자 하는 사고방식이다. 돈이 부족해져도 물과 식량과 연료를 계속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시스템, 이른바 안심과 안전의 네트워크를 미리 준비해두기 위한 실천이다.’

 

    복잡하고도 거대한 현재의 자본주의 체계에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마음속에서 이 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불안은 커져갈 수밖에 없다. 이 불안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은 다른 체계의 서브시스템뿐이다. 산촌 자본주의는 금융 자본주의에 의해서 생겨난 뒤틀림과 고충을 보완하는 서브시스템, 그리고 비상시에는 금융 자본주의를 대신해서 앞에 올 수 있는 백업시스템으로서 현재의 자본주의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인류가 살아남을 길을 제시해줄 것이다.

 

    하지만, 산촌 자본주의에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산촌 자본주의가 활성화가 되면 GDP 등의 표면적인 경제지표나 눈에 보이는 경제활동은 축소될 수도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은 풍요로워진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산촌 자본주의의 심오한 점이라 생각한다. 산촌 자본주의의 실천은 인류가 몇만 년에 걸쳐서 쌓아온 주변의 자연을 활용하는 방법을 계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우리가 우상처럼 떠받들고 있는 기존의 경제질서를 의심해 보고, 대안을 꿈꾸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비현실적인 대안이 구체화되면 정말 언젠가는 현실이 달라질수 있지 않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모두 시골로 돌아가서 농사짓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라는 산촌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나 비판이 많을 수 있지만, 산촌 자본주의는 현대인의 생활을 이전의 농촌처럼 자급자족의 생활로 돌려놓자는 주의나 주장이 아니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돈을 매개로 복잡한 분업을 시행하고 있는 지금의 경제사회에 등을 돌리라는 것도 아니다. 숲이나 인간관계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에 최신 기술을 더해서 활용하면 돈에만 의지하는 생활보다도 훨씬 안심할 수 있고 안전한, 안정된 미래가 출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령화·과소화와 더불어 폐허로 변하고 있는 일본 사회을 되살리기 위한 이론적·실천적 작업을 펼쳐온 모타니 고스케의 이 책은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 재생의 길을 성장·경쟁 등 기존 방식에서 찾아서는 힘들다고 얘기한다. ‘금융 자본주의’의 승자로서의 일본의 지위를 어떻게든 회복시켜서, 그곳에서 얻어지는 돈의 힘을 바탕으로 토목공사를 통해 자연재해를 방지하고, 군사력을 강화해서 주변국에도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마초적인 방법들, 공공투자에 의한 국토 강인화, 금융 완화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도함으로써 경기를 자극하는 방법의 조합이 그것인데, 아베노믹스가 집착하는 이 방식엔 답이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산촌 자본주의는 미국 주도하의 이 금융 자본주의, 마초경제에 대비되는 개념인 것이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에 세계가 휘청거리고 서구 국가들의 금리인하, 소위 근린 궁핍화 정책에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경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높은 부채를 조장해, 생산 중심 경제보다 금융 중심 경제로 몰아가며 정치인과 기업의 기익이 결탁해 다수 시민의 경제적 이익을 뒤엎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금융 자본주의 모델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대안으로써 산촌 자본주의가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우리의 태도와 인식의 전환에 달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p.s. 물론 이 책은 일본인이 자국의 경제난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어떠한 태도와 관념으로 접근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의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우리 역시 충분히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몇 년 앞을 먼저 가고 있는 성장모델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노령화나 저출산문제 등 실제로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를 일찌감치 겪으며 해결해 나가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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