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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작, 서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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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5,988회 작성일 16-01-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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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작, 서른이다-

 

라고 아무리 혼자 외쳐보아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절박하다.

나에게 남은 20대의 시간이 이제 6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이 마지막 몇 시간을 두고 나는 지금 리뷰를 쓰고 있다.

써야하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실험 장비 시간 기다리는 동안 할 게 없다.

‘이왕 쓰기 시작한 거 빨리 쓰고 남은 시간을 무언가 의미 있는 곳에 써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그마저도 좋은 대책이 나오질 않는다.

밤 10시 반이면 난 팹에 들어 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30대의 첫 날을 열어야 하는가.

새해 소원은 퍼니스 앞에서 비는 걸로.

      

                                                                                                                          - Choi, Hyeongdo (2015) -


          사실 이런 반응은 누구의 말처럼 쿨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서른이 뭐라고. 분명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득 30대의 내 모습이 어떨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어디를 갔는데 “실례지만 나이가?” 라고 했을 때, 서른이요, 라고 말하는 제 모습이 무언가 굴욕적으로 느껴질 것만 같았습니다. 이젠 20대의 자유로움을 내려놓고, 스스로 속박의 굴레로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나이일 것만 같았습니다.

Time to go.png

 

          서른 살. 어릴 때는 엄청 어른 같은 나이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정장입고, 외모도 세련되고, 번듯한 직장에, 그리고 여자 친구에. 하지만 그 나이가 사실은 제 생각보다는 많이 다른 나이임을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즉 지금의 저를 보면 안타깝게도 저런 어른이 아닙니다. 저는 아직 학생이고, 세련되지 않았으며, 그저 주위엔 여자 사람뿐. 하지만 제 주변 동갑내기들도 그렇게 어른인 애들은 별로 없습니다. 실로 참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였습니다.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때에 ‘내가 23살이 될 동안 도대체 뭘 한 걸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제가 보는 23살의 형도는 그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겪으면서 더 많이 배워야 할 게 많은 그런 아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23살의 형도는 지금의 저와 마찬가지로 쿨하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이뤄놨어야 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느끼는 아이였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 조언을 주신 분께서는 “본인을 어떻게 살았는지, 잘 늙었는지 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50은 돼야하는 것 같다. 그 쯤 돼야 ‘아 내가 이정도 했구나, 이런 길을 왔구나.’ 라며 성찰도 해보는 기회가 있는 것 같다”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며 자신의 경험을 전해주시는 분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멋있게 잘 늙어서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7년이 지나고 20대 결산을 앞둔 지금도 뭔가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23살의 형도와는 다르게, 이 30대라는 경계에서는 무언가 불안함이 느껴집니다. 한 달 전 그 불안함이 최고조를 찍었고, 끝내는 이런 책마저 사서 읽게 만들었습니다. 전 그렇게 절박했고 초조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결혼도 별로 확 당기지 않고, 지금의 삶에도 만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확실한 것은 이 책의 저자도 저처럼 이러한 것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30대로서의 불안감뿐만 아니라, 20대 삶의 추억과 아쉬움까지, 소소하면서도 슬픈(?)내용으로부터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보면 이 시기는 다 그런 건가 싶기도 합니다.

 

           책을 통해 30대의 불안감에 대해 어느 정도 합리화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문득 제 20대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아쉬움이 많습니다. 주변 사람을 모두 챙기지 못했고, 어떤 일이든 항상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으며,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접해보면서도 그래봐야 티끌모아 티끌인 삶이라 느꼈는지, 그렇게 막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도전해서 성공하는 것 보다는 실패의 두려움이 컸고, 항상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얻지 못한 게 너무나 많고, 그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 여기 와보니 더 크게 다가옵니다.

에헤헤.png

 

           그래서 30대에는 좀 더 각성해보고자 합니다. 겁먹지 말고 조금 더 공격적으로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은 이젠 제가 어떤 것을 하기에는 좀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했는데 몸상하는 것만 빼고는 다 해보고 싶습니다. 서른 살은 분명 시작일 뿐이겠죠?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앞을 보고 즐겁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흑. 안녕 내 20대.

혹시나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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