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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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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환
댓글 0건 조회 5,889회 작성일 16-01-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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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000미터, 8000미터만 올라가면 철학적인 생각이 막 떠오를 거 같죠? 그런데 안 그래요. 너무너무 고통스럽고 힘겨울 때 제 얼굴이 나옵니다. 비로소 가면을 벗는 거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 맨 얼굴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극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나오는 모습이 진짜 자신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인즉슨 사람들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평소에는 선량한 가면을 쓰고 있지만, 힘든 상황에 내몰리면 누구나 그 가면을 벗고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때로는 상대방의, 자신의 예상하지도 못한 본모습에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히말라야’의 주인공인 엄홍길 대장과 그 대원들은 생사의 갈림길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이기적인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쩌면 이들은 산을 너무나도 사랑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 강한 결속력을 갖고 있으나,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하고 싶어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는 또다른 면에서는 이미 이기적인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히말라야’는 크게 두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의 만남, 그리고 두 사람이 칸첸중가, k2 등정을 함께하며 단단한 의리를 쌓는 모습을 보여준다. 칸첸중가를 등정하면서도 기상악화로 인한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엄 대장과 박무택 대원이 서로를 강하게 의지하며 이겨내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희열과 기쁨을 맛보게 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기대할 수 없다. 영화의 후반부는 에베레스트에 있는 박무택 대장(박무택은 대원에서 엄홍길과 많은 산행을 경험 후 대장을 맡아 엄 대장 없이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게 된다.)을 비롯, 나머지 두 대원들의 시신을 찾기 위한 원정대의 이야기로 사람들의 눈시울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망한 대원 중 박정복 대원은 박무택이 조난당한 사실을 알고, 기상악화로 아무도 구조지원을 하지 않을 때 혼자 박무택을 찾아 올라갔다가 실종, 사망하였다.

 

  엄홍길 대장이 은퇴를 하고도 다시 팀을 꾸려 에베레스트에 있는 동료들의 시신을 찾으러 간 것은 우리 같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동료들이 소중한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내 주위의 가족들, 또 다른 동료들도 중요하다. 막말로 산 사람을 찾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시신을 찾으러 가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소중한 가족들도 뒤로 하고 같이 생사를 함께 했던 동료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엄 대장과 그 팀원들의 행동을 보며 가슴 속 뜨거운 뭔가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과잉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오직 나만을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을 100%신뢰하지는 않는다. 만일 일반적인 사람들이 엄 대장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아무런 보상, 명예도 주어지지 않는 엄 대장의 휴먼원정대는 50여일이 넘는 수색 끝에 나머지 두 대원의 시신은 찾지 못하고, 박무택 대장의 시신만을 찾게된다. 영하 40도에 딱딱하게 굳은 시신을 가지고 내려 오려 하지만, 기상 악화와 체력 저하로 하산 속도가 더뎌 모두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다. 결국 그의 시신은 산에 두고 돌무덤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그의 넋을 기린다. 휴먼원정대 대원 모두가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시신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쳐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이 바로 이 영화의 감동 요인인 것 같다. 에베레스트 초모랑가에 결국 시신을 두고 와야하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현대사회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단단한 모습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한편으로는 이기적이기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등반대 사상 최고의 위대한 등반은 2004년 에베레스트 등반 중 조난당한 박무택 대원을 구하기 위해 눈보라가 휘몰아쳐서 아무도 시도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8700미터 데스존을 뚫고 단독등반한 박정복대원이 했던 등반을 가장 위험하고 고독하고 외로웠지만, 가장 위대하고 아름대운 등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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