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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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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위주형
댓글 0건 조회 5,477회 작성일 15-11-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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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신 -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 >

 

 

 

 

 

 

역대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 1위,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2위... 박정희 전 대통령. 한국갤럽이 조사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역대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으로 선정되었다. 박정희. 왜 우리는 그를 이토록 연호하는가? 그는 광복이후 어려웠던 우리나라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새마을운동, 제5차 경제개발계획 등을 시행하였고 많은 가시적인 성과들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성과들은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의 밑거름이 되었다. 광복 이후 힘든 시기를 겪었던 지금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대다수가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해준 박정희를 연호한다.

 

그러나, 그러한 ‘명’ 뒤에는 큰 ‘암’ 이 존재하였다. 단시간에 이루어진 경제개발로 인해 상대적 빈부격차가 심화되었고, 자신의 야심을 모두 채우고자 ‘유신’이라는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집권 체제를 만들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혹자는 이러한 반발에 대해 당시의 ‘경제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던 결정이었으며 당시에는 배고파서 원했던 사람들이 배부르고 나서 욕한다며 오히려 꼬집는 경우도 허다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렇듯 확실하게 ‘명’과 ‘암’이 구별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신>은 한국 현대사학자인 한홍구가 유신 시대의 부활을 염려하며 쓴 책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대’라는 부재가 달려있다. 그렇다면 그 오직 한 사람, ‘박정희’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누군가는 찬란한 경제 발전의 영웅으로, 누군가는 민주주의를 탄압한 악랄한 독재자로 그를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아직도 대한민국은 박정희의 그림자 속에서 숨 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건 단순히 지금의 대통령이 그의 딸이라는 사실과는 좀 다른 생각이다. 화려한 경제 발전 속에서 양극화는 지속해서 심화되고, 공고화된 사회 계층 구조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기회마저 박탈해 버린다. 대기업이 경제를 쥐고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기꺼이 그들의 톱니바퀴가 되려 하고, 정치판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떠들며 리틀 박정희들이 민주주의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시점에 박정희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신>은 그런 면에서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많은 진통과 아픔 속에서 정착됐는지, 저항하지 않는 자들에게 진정한 자유는 주어질 수 없으며, 욕망의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파멸해 버린 박정희의 모습에서는 탐욕과 아집이 얼마나 빠르게 한 사람의 인생을 붕괴시키는지를 보았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박정희가 있었기에 우리가 이렇게 풍족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종종 말하곤 한다. 나도 그러한 의견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오히려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는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지난날의 과오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지나간 역사를 반성하고 그것이 주는 교훈들을 되뇌이며 기억해야 한다. 일본은 1945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후 7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국인 처녀들을 일본군의 위안부로 강제 이용한 것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위안부의 여성들은 자원하여 돈을 벌러 온 것이라는 망언도 서슴없이 해댄다. 최근에는 일본 총리인 아베가 위안부 문제는 외교적, 정치적으로 끌어들일 문제는 아니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우리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까지 했다. 이러한 국가적 수모를 당하고도 박정희 정권 당시 국가는 근대화에만 급급한 나머지 주한 미군들을 대상으로 기지촌이 운영되는 것을 암묵적으로 장려했다. 제2의 위안부인 것이다. 국가는 기지촌의 여성들에게 접대를 위한 영어회화를 알려주는가 하면 이곳 여성들에게 검진증을 나누어 주고 주기적으로 성병검사를 받게 하는 식으로 관리를 해 나갔다. 이는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미군이 철수하는 것을 억제하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큰 소득원을 지키고자 한 의도였을 것이다. 실제,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제정해 일반 국민에 대해서는 모든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미군부대 반경 2km는 '특수 구역'으로 설정해 성매매 단속을 면제했다.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는 국가 재건 최고 회의를 구성하고 군정을 실시하였다. 이후 1963년 제5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박정희 정부는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경제 성장 우선 정책을 추진하였고, 노동자들의 땀과 희생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 나갔다. 1967년 재선에 성공한 후에는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을 빌미로 3선 개헌을 추진하였다. 이에 야당과 학생들 그리고 재야인사들이 3선 개헌 반대 투쟁을 전개하자 국회 별관에서 변칙적으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3선에서 김대중 후보와 단 94만 여의 표차로 힘들게 당선된 박정희는 정상적으로는 정권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에 종신집권을 위한 기틀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에 1972년 10월 17일, 유신헌법을 선포하였고, 12월 17일 국민투표로 이를 확정하였다. 이 헌법 체제하에서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3분의 1과 모든 법관을 임명하고 긴급조치권 및 국회 해산권을 가지며 임기 6년에 횟수의 제한 없이 연임할 수 있었다. 또한 대통령 선출 방식이 국민의 직접 선거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간선제로 바뀌었다. 유신헌법 53조는 대통령이 위기라고 판단하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게 규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긴급조치를 발동했고, 긴급조치 위반으로 589건의 형사재판이 열려 1440명이 처벌을 받았다. 이 책에는 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 부마항쟁 등 유신 정권하에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의 진실이 수록되어 있다.1960~70년대의 우리들의 조부모님, 부모님이 살았던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그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유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책의 부재와 같이 박정희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내내 비관적이다. 내 생각엔 그를 증오하라는 명령보다는 그 시대를 냉철하고 깊이 있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물론 박정희를 두둔하고 그를 높이 평가하자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후퇴, 인권 유린, 친일 행적 등의 부정한 출신 등 그와 그 시대를 비판하려 하면 한도 끝도 없다. 하지만 박정희라는 인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누구나 모순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민이 아직도 그를 가장 좋아하는 통치자로 꼽는다면 그에 대한 보다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평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국민들은 무조건 반대만 하는 현재의 야당에게 상당히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여당도 역시 야당을 ‘발목 잡는’ 이미지로 부각되어 그 피로감을 정치적으로 강화시킨다. ‘유신’을 그리워하는 지금의 현실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작동하는 정치적, 심리적 의미를 찾아내야 진보가 그토록 비판하는 철옹성 같은 ‘유신’의 붕괴가 가능해 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 단재 신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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