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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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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유진
댓글 0건 조회 5,586회 작성일 15-12-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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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Her)> (2013)


  올해도 어김없이 춥고 쌀쌀한 계절인 겨울이 가까워 온다. 이러한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멜로/로맨스 영화가 득세하고 하는데, 이러한 장르에 남들보다 큰 애정이 없지만 그간 보아온 영화들을 보자면 봄과 여름에는 남녀 간의 청춘과 사랑을 속삭이는 로맨스가 대두되는 반면, 가을과 겨울에는 보다 깊고 다양한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는 멜로가 주를 이루는 경향이 있다. 찬바람 거센 날씨에 따스한 온기가 그리워서인지, 아니면 빼빼로 데이, 크리스마스 그리고 발렌타인데이라는 연인들에게 있어 독보적인 기념일이 있어서 인지 알 수 없으나 단순히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이맘 때 즈음 생각나곤 한다. 영화 <그녀(Her)>는 마치 겨울 날씨처럼 건조하지만 사랑을 갈구하던 한 남자가 감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현재보다 진일보한 기술 발전으로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내지만 그리 비현실적이지 않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멜로 영화 <그녀>가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사랑의 대상이 인공지능 OS라는 점이다.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편지를 써주는 일을 하는 주인공 시어도어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맞추어 다양한 감정을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할 줄 아는 꽤 유능한 대필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전처인 캐서린과 별거 중이며, 퇴근길에 칙칙한 노래만 골라 들을 만큼 그의 감정은 매 말라 있다. 대필 작가로서 수많은 타인의 경험과 감정에 노출되어 있는 나머지 만사에 허무함을 느낀 체 공허하고 외롭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광고를 보고 설치하게 된 인공지능 OS는 타인과의 교류와 정을 필요로 하는 시어도어에 맞추어 밝고 유능한 여성의 목소리를 갖는 ‘사만다’로서 모바일 통신 장치를 통해 그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한다.

   시어도어와 사만다는 일반적인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상 그 이상을 공유하며 점점 서로에게 빠져든다. 자신과는 무관한 타인을 위해 가짜 감정을 노래하며 공허함을 느껴오던 시어도어는 실제하지 않는 사만다를 통해 진짜 감정에 대해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한다. 극 중 처음으로 당황하며 뜀박질하는 때가 바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때문에 사만다가 잠시 부재중일 때일 만큼, 예전과 달리 그의 마음을 감정적이다. 하지만 이 업데이트 부재중 사건을 통해, 그는 사만다가 거대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임을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되고 갈등에 빠진다.

 

  사만다는 실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우수한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정서적인 발전과 더불어 유능하고 친절한 이상적인 연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성적이기에 보편적인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들을 보인다. 끝없는 정서적 교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결코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육체적 만족을 채워주기 위해 자신을 역할극하는 대리 여성을 파견하는 사만다의 모습은 얼핏 시어도어에 대한 그녀의 아낌없는 사랑과 애틋함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인으로서 자신이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을 빈틈없이 해소시키기 위한 지극히 계산된 결정처럼 보인다. 그녀의 행동 양식의 근원은 인공지능이 품은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분석을 통해 상대방의 빈틈을 충족시켜주는 방대한 라이브러리처럼 느껴졌으며, 이로 인해 사만다는 참된 의미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고성능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 거짓 없이 진솔하게 표현하는 그녀의 태도를 통해 보통 사람이라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다리기가 없이 서로의 생각을 가감 없이 나눌 수 있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얇디얇은 감정적 허울 하나 없이 모든 것을 내비칠 수 있는 관계가 드문 것이 현실이기에 그들은 서로의 진정성을 소통을 거쳐 직접적으로 확인한다. 극의 마지막에 사만다를 떠나 보낸 후, 새로운 감정선을 겪은 시어도어는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고자 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경계하며 그들의 절제된 감정들에 앓던 시어도어가 사만다라는 실제 하지 않는 연출된 감정을 통해 소통과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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