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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 존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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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선진
댓글 0건 조회 7,242회 작성일 15-12-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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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시험’은 대한민국 법조인이 될 자격을 검정하는 시험이다. 그 유래는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으로 시작하였고 1970년대까지는 고정된 합격자 수를 보장하지 않고 평균 60점 이상을 획득해야 제2차 시험에 합격할 수 있어 한 자리 수의 합격자만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선발인원은 1981년 제 23회 사법시험 때부터 300명으로 합격정원이 증원되었고, 제38회 사법시험에서는 500명을 선발한 이후 제43회 이후부터는 1,000명 내외를 선발하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서민들의 법률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로 법조인 양성방식을 바꾸면서 사법고시는 2012년 500명, 2017년 50명으로 선발인원을 감축하고 폐지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2021년까지 4년간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고, 그 동안 폐지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시험폐지가 코앞에 다다른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유예는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로스쿨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줄줄이 집단자퇴 의사를 표명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들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길이 다시금 열렸다”, 또는 “사시출신 법조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서민들은 로스쿨 제도가 고위층 및 부유층 자녀들만 누릴 수 있는 엘리트 코스의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사법고시 존치를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우리는 사법고시의 존폐를 논하기 전에 먼저 로스쿨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조계에 대해 불신이 많았다고 말한다. 상고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했던 대통령이었기에 학벌문화와 사법연수원의 기수 문화에 대해 혐오했다고 한다. 학벌과 기수로 뭉친 마피아 문화에 염증을 느껴서 철폐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내용이 진실인지 아니면 와전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학벌과 ‘우리가 남이가?’라는 대한민국 문화를 생각해보면 연수원 출신들의 끈끈한 우정이 어딘가는 분명히 있으리라 본다. 연수원 출신들이 만들어 놓은 법치주의는 현 대한민국 법의 기틀을 만들었기에 그 공로가 크다고 부인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만의 세계, 그들만의 법조계 시장은 법치주의 사회 속에서 실질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곳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어쩌다 재판을 받게 되면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적인 비용, 물리적·정신적으로 소비되는 비용들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실제 장기간의 법정싸움에서의 승자는 오로지 금전적인 보상을 받게 되는 법조인들이고 가해자와 피해자들은 결국 패자로 남는다고 한다. 따라서 법에서 소외된 서민들에게 좀 더 가까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자 로스쿨 제도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제도의 이면에 연수원 출신을 향한 칼날이 숨겨져 있던 없던 로스쿨 제도는 현 대한민국 법률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로스쿨 제도가 현 법률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로 본다. 과거보다 법조인 배출인력이 50%이상 늘어난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에 늘어난 변호사수에 의해 법에 대한 서민들의 접근이 보다 쉬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더구나 대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로스쿨에 진학을 하게 됨으로써 법조인들의 생각이 유연해 질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활동범위 또한 넓어지며 국민의 삶 곳곳에 스며들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로스쿨의 긍정적인 면을 주장하며 사법시험의 폐기를 쉽게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법률시장이 연수원 출신의 법조계 인사들의 리그가 된 것은 하나의 집단이 시장을 거머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법에 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던 이유, 법에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큰 비용을 치뤄가며 법조인에게 의지했던 이유가 닫힌 법률시장에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하나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법적으로 한 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50%를 넘길 경우 독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로스쿨 제도의 단독존립 또한 과거 사법고시 출신들이 법률시장에 야기시킨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갈 것으로 본다.

“권력의 집중은 부패를 야기한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역사를 보더라 쉽게 본 공리가 적용됨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상기 문구를 공리로 칭하는 이유는 우주는 인간의 본능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존본능,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권력집단들의 인성을 논하는 것 보다 권력자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의 확립에 대해 논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사법시험 폐지 유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필자의 의견은 사법시험과 로스쿨의 쌍생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싶다. 두 집단의 양립이 예측하지 못한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 수 도 있다. 예를 들면 과열 경쟁으로 인한 법률서비스 질의 하락이다. 허나 역사가 검증하듯 시장의 독점, 권력의 집중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들은 이권집단의 권력싸움에 놀아나서는 안되고, 자격지심으로 본 문제를 바라봐서도 안 된다. 사시출신, 로스쿨 출신 법조계 인사들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새롭게 탄생할 시스템이 우리 법치의 틀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며 진정으로 법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국민들에게 무슨 혜택이 돌아갈 것인지를 숙고하는 것이 사법고시 존폐에 대한 논쟁을 시작하기 위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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