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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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이호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의 결과를 상상하고 미리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항상 벌어지고 나서야 그 일이 잘 되었네 혹은 못 되었네 평가를 하고, 교훈을 기록하고 경험으로 비축하여 훗날 마주할 더 큰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한 양분으로 삼는 일에 소소한 기쁨을 느낀다.
근래 들어 대학원 진학에 관하여 면담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본인이 무엇을 얻고 잃을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듯하다. 물론 연구분야와 전공지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 외에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은데, 연차가 올라가면서 점차 정제된 답변을 내놓게 된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내 생각을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표현하는 법, 상대가 원하는 것을 진단하고 협상하는 법, 타인이 가진 생각의 허점을 발견하는 눈썰미를 키울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정리하면, '나' 중심으로 고정되어 있던 관점을 외부를 향해 의식적으로 방향을 틀어 다른 사람을 바라보게 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들을 잘 습득한다면, 앞으로 내가 겪을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유용할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이 든다.
일을 방해하는 것은 나빠진 건강이다. 몸이 아프면 집중이 어렵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잠시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 멀어져야 한다. 멀리 계시는 부모님께 괜한 걱정을 끼쳐드리기 싫어 조용히 있다가 며칠 전 심하게 아팠던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생각이었는지 사실 오늘 아파서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었다고 아버지께 연락을 드렸다. 그랬더니 ‘죽으면 아무 소용없으니 건강 챙기면서 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젊은이는 앞으로 남은 긴 인생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만, 노인은 이미 지나온 짧은 주마등과 같았던 과거를 회상하고 다가오는 분명한 끝(죽음)을 생각한다. 다시 말해, ‘죽음’이라는 것은 아직 20대인 나에게는 그동안 큰 고찰의 대상이 아니었다.
책은 30년간 의사로서, 4천건 이상의 부검을 경험한 어느 한 법의학자의 기록이다. 부검을 한다는 뜻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죽음이 아닌 어떤 사연이나 사건이 연루된 경우에만 이루어진다. 평생 수많은 죽음을 목격해온 저자는 오늘날 현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래와 같이 조언한다.
조금 이르거나 느리거나 방법이 다를 뿐 인간이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니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지?' 라며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의 답을 찾으려고 평생을 바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 부조리의 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운명론과 자유 의지는 서로 공존할 수 없듯이, 삶의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할 의미나 열심히 일할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정해진 결말에 집착하기보다 그 과정을 내가 깊이 이해하고 배우며 깨달음으로 채워나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고로 ‘어차피 죽는 것은 다 똑같으니’ 라는 핑계로 주변 사람들이 현세의 문제에 관해 염세주의에 빠지거나 열정이 식어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나 역시 그를 경계하며, 죽음에 도달하기까지 내 앞에 주어진 삶이라는 여정 그 자체를 사랑하고, 배우고자 한다.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떠한 상태에서도 견뎌낼 수 있다”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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