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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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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동욱
댓글 0건 조회 916회 작성일 25-11-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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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의 하루는 언제나 치열하다. 잠깐의 여유가 생길 즈음 새로운 일이 생기고, 자료를 만들다보면 미흡한 점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요즘 유독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명목 아래, 연구실에 처음 입학했을 때의 인간적이고 따듯한 모습은 이미 색을 바랜 것 같다. 그런 내게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 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책 속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사람 사이에서 가장 많은 오해는 ‘말 안 해도 알겠지’라는 기대에서 시작된다. 그 기대는 곧 실망으로, 실망은 차가운 거리감으로 바뀌어간다. 정말 소중한 관계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야’라는 기대 대신, ‘그만큼 말로 아껴주자’라는 다짐이 먼저여야 한다.


이 한 문장이 유독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일을 자주 미뤄왔다. 바쁘니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니까, 어차피 다 알 거니까. 하지만 그 ‘다 알 거니까’가 때로는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는 이상적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 침묵이 오해와 거리감을 만든다. 책이 말하듯, “그만큼 말로 아껴주자”는 다짐이 훨씬 더 현실적인 다정함이었다. 책은 또 이렇게 말한다.


매일의 다정함이 쌓여야 비로소 오래가는 인연이 된다.


우리는 흔히 특별한 날의 친절만 기억하지만, 진짜 관계를 지탱하는 건 매일의 사소한 다정함이다. 매일의 ‘감사합니다’ 한마디, 커피 한 잔을 건네는 마음, 혹은 짧은 눈인사 하나가 관계를 조금씩 단단히 만든다. 나의 연구도 다르지 않다. 한 번의 큰 성과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험들이 쌓여 하나의 결과를 만든다. 결국 다정함이란 삶을 연구하듯 꾸준히 쌓아가는 태도이다. 최근 논문을 작성하며 표와 데이터를 정리하던 중,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왔다. 나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약어와 기호들이 독자에게는 낯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내 논리와 기준만으로 이 정도면 충분히 이해하리라 여겼지만, 그것은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자세였다. 이 책이 말하는 다정함은 바로 이런 배려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내 중심의 시각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연구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통하는 진정한 다정함이라 느꼈다.


결국, 멋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다정함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존중하기에 가능한 태도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불안하게 굴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여유롭게 타인을 인정한다. 연구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노력과 과정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성장을 이룬다. 다정함은 연구 논문에 적힌 수치보다 더 정교하고, 인간관계의 온도를 유지하는 가장 섬세한 기술이다. 냉철한 연구자이기 전에 따뜻한 동료로, 무심한 말 대신 사려 깊은 말로, 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 이 책이 내게 가르쳐준 다정함은 결국 배려의 반복이다. 논문의 한 줄, 표의 한 칸, 말의 한마디에까지 배려를 담는 것. 그것이 학위 기간 중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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