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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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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818회 작성일 25-11-0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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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다 ”

- 신효원 著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을 읽고 -


 ‘고맙다’ 라는 말은 대부분 의식하지 못하지만, 순우리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유독 ‘감사합니다’라는 말 보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에 진심을 더 담으며, 진심을 더 느낀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으레 감사하다는 말은 대화에서도, 주고받는 문자나 메일에서도 자주 쓰게 된다. 그 말 자체로도 마음을 표현하기에 충분하지만, 너무 자주 사용해서 그런가 날이 갈수록 형식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져 왔다. 그런 느낌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어느 순간부터, 나는 정말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을 때에는 꼭 ‘고맙습니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말의 모양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일 테지만, 그릇이 예쁘면 그 안에 담긴 음식도 맛있게 보인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곧 마음의 그릇이다. 신효원 작가의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은 잊힌 말을 되살려 우리의 오래된 말들이 품고 있던 마음의 결을 다시금 만져보게 했다. 언어는 단순한 소리나 글자가 아니라, 마음의 온도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또, 언어는 곧 우리가 살아온 마음의 모양이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이러한 마음의 모양이 뭉그러질 만큼 너무 바쁘고 무관심하며, 차갑고 각박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며 절실한 얼굴로 “정말 감사합니다”라 말하던 사람도, 그 일이 해결되면 이내 모른 척 돌아선다. 마치 ‘은혜’라는 단어가 사전 속 한 줄의 설명에 불과한 것처럼, 우리 사회 속 대부분인 그들의 말에는 결국 진심이 빠져 있다.

 

 이 책의 작가는 그런 시대를 향해 질문한다. 당신의 말은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왔는가? 그가 소개하는 ‘순우리말’들은 모두 저마다의 감정을 품고 있다. 아스라하다-는 아득하면서도 그리운 마음을, 사부작거리다-는 조용히 무언가를 움직이는 소리를, 도담하다-는 야무지고 단단한 마음을. 먼 옛날부터 우리는 이런 말들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졌고, 또 그런 마음을 솔직하게 나누었다. 이렇게 마음을 담은 말 속엔 감정이 살아 숨 쉬었다. 그러나 이제는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말조차 빈 껍데기처럼 힘없이 흘러가는 듯하다.

 

 도움을 받을 땐 세상 다 잃은 듯 절박하다가, 일이 풀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가없다’는 말을 떠올린다. 끝이 없고, 한이 없다는 뜻이다. 그들의 무심함은 끝이 없다. 또 그런 마음에는 다솜(사랑)이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다솜이 있어야 하고, 그 다솜 위에서만 고마움이 자라날 수 있다. 그렇게 자라난 고마움이라는 감정은 그저 인사치레나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우리라는 관계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정성이다. 정성이 없으면 모든 말은 금세 바람에 흩어지는 먼지와도 같다.

 

 다시, 언어는 바람과 같다.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언어는, 그런 바람과도 같은 말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형태의 표현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보내는 온기의 증거이다.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은 결국 말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다.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는 것은 곧 자신이 누구의 손으로 일어설 수 있었는지를 잊는 일이다. 그런 사람의 말과 마음은 가벼워서, 금세 또 흩어진다. 그에게 언어란, 보드라운 하늬바람이 아닌 폭풍우와 같은 된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고마움을 아는 사람의 말은 온화하며, 어딘가에 오래 남는다. 그의 말은 곧, 누군가의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샛바람이 된다.

 

 이 책의 제목인 ‘우리가 사랑하는 단어들’은 결국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들’과 같다. 우리의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말을 담는 우리의 마음이 닫히면, 이내 그 말을 꺼낼 용기조차 잃게 된다. 물론 나 또한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을 당연히 여겼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마움의 말을 알듯이, 고마움의 마음을 잘 안다. 그 말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온기를 내 안에 새기는 일이며, 스스로의 사람됨을 확인하는 나만의 작은 의식과도 같다.

 

 우리의 말에는 온기가 있는가. 우리의 말은 오래된 나무의 결처럼 단단하면서도 따듯한가. 우리의 말에는 뿌리가 있으며 그것이 삶의 도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단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그들이 품고 있던 ‘고마움’을 잊지 말고, 마음의 말씨로 되살렸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도 모른 척하는 이들이 언젠가 깨닫기를 바란다. 진정한 어른의, 사람의, 진실한 말의 품격이 곧 자신의 모든 것을 담는다는 지혜를. 그리고 그 고마움을 잃은 말은 결국 자기 자신부터 잃어버리게 된다는 아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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