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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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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준
댓글 0건 조회 936회 작성일 25-11-1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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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한국 남자에게는 지켜온 자부심이 세 가지 있는데 생산인으로서의 자부심, 가장으로서의 자부심, 수컷으로서의 자부심이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요즘은 호주제도 폐지되고 엄마 성으로도 성을 바꿀 수 있으며 키작다고 루저라 명명하며 여인들의 눈길에 맞추어 배에 식스팩 근육을 만드는 수술을 하고 클럽에 가도 여인들이 사랑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교태를 부리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어 남자들의 위치가 많이 약화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의 물건은 사회 저명인사들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이 무엇인지를 인터뷰한 것이다. 왜 좋아하는지 그 역사도 들어보고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어령 교수의 책상, 신영복 교수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 경기지사의 수첩 등등인데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는 차범근이 독일에서 이름을 날릴 때 아침마다 빵을 직접 사러 가서 사오고 함께 아침을 준비했던 추억이 담긴 것이라 애장하고 있단다. 빵 사오고 스톱워치에 맞추어 계란 삶고, 아이들 학교 데려다 주고 운동하러 가는 시간이 참 행복했고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는 차범근. 착한 기억이 많아야 착한 사람이 된다고 분석하는 김정운 교수의 말에 저절로 고개 끄떡이게 된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의 인생이 재미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의 인생이 재미없어지는 이유는 더 이상 설레일 물건이나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세상을 경험하지 않은 학창시절이나 20대는 모든 것들이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마흔 이상의 남자들은 이미 한 번씩 경험을 해 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 설레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자신의 욕망을 대체할 물건에 집착하게 된다." (본문 중에서)

한편, 시간에 대한 불안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도 흥미롭다. 이는 물론 그만의 독특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시간은 무한하다. 옆이나 뒤로 감이 없이 앞으로만 간다. 인간은 그 무한한 시간의 아주 짧은 순간 존재하다 사라진다. 존재의 사라짐은 필연코 불안을 동반한다. 그래서 인간은 시계와 달력을 만들었으며 수많은 종교를 탄생시켰다. 오늘 하나가 잘못되면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된다. 1주일, 한 달,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1년. 이렇게 시간은 반복된다.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한 번씩은 해보았을 '작심삼일'의 근본적 성찰이다.

따지고 보면 여성들에겐 물건이 참 많다. 옷, 핸드백, 화장품, 거울, 구두, 액세서리 등등. 그렇지만 남자의 물건은 딱 하나다. 지금 바로 당신이 상상하는 그것, 그 물건이다. 저자의 도발적인 마지막 문장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의 서글픈 자화상을 꿰뚫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때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던 내 '물건'은 이제 사회적, 생물학적 기능의 쇠퇴와 함께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마흔이라는 나이, 회사에서는 밀려날 걱정을 하고 집에서는 돈 버는 기계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설렘은 사라지고 책임감의 무게만이 어깨를 짓누른다.

결 국 저자가 말하는 '남자의 물건'이란, 단순히 애착을 갖는 사물을 넘어 한 남자의 역사이자, 꿈이며,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인 셈이다.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처럼, 나에게도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과거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물건'이 필요하다. 그것이 낡은 만년필이든, 빛바랜 스케치북이든, 먼지 쌓인 LP판이든 상관없다. 그 물건에 깃든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잃어버린 설렘을 되찾고 남은 인생을 다시금 뜨겁게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 아닐까. 이제 나만의 '물건'을 찾아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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