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 In Cold Bl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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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 In Cold Blood
미국 캔자스 주에 사는 클러터 일가족 살해 사건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연루되어 있다. 이상적인 미국 시민이자 피해자인 클러터 가족을 살해한 두 명의 살인자들은 단연 해당 사건의 주역이지만,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살인 사건과 달리 불운한 피해자들은 그리 부각되지 않는다. 목격자도 없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친구들과 이웃들, 한 걸음 떨어져 불안한 호기심을 갖고 방관하는 지역 사회, 이러한 사람들을 통제하고 사건을 처리하고 경찰들도 아닌,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방관자인 트루먼 카포티 야말로 누구보다 깊게 이 사건에 개입되어 있다.
트루먼 카포티의 소설 <인 콜드 블러드 In Cold Blood>는 1959년 캔자스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클러터 일가족 살해 사건에 대해 그 범인들의 재판과 처형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실존 인물인 카포티가 직접 취재하여 저술하였기에 사실적이지만, 관련 인물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주관적 관점이 가미되어 가해자들에 대한 동정적 시선으로 재구현하여 표현되었다. 이미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통해 그 능력을 인정받은 소설가인 카포티는 신문을 통해 우연히 접한 일가족 살인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언론인이 아닌 소설가이기에 취재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특유의 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각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변인들 그리고 경찰 관계자들에게 접근하여 누구보다 사건에 깊게 다가가 언론에 공개된, 단순한 살인 사건과는 다른 사건의 이면에 집중하게 된다.
베넷 밀러의 영화 <카포티 Capote>는 이러한 카포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넘치는 증거 앞에서 페리와 히콕의 앞날은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이렇게 사형이 구형된 살인자들 중, 자신과 너무나도 유사한 면을 보이는 페리 스미스에 강한 연민을 느끼게 된 카포티는 희대의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욕망과 사형수에 대한 동정심에 혼란을 겪는다.
푼돈에 쫓겨 안면도 없는, 평화롭게 사는 일가족을 살해한 페리와 히콕의 과거는 무관심과 냉대에 점철되어 있었고, 그러한 불운한 성장 배경과 그들이 내동댕이쳐진 또는 그렇게 내몬 냉정한 사회의 모습은 불공평한 현실과 맞물려 일말의 동정의 여지를 남긴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과 달리 그들의 죄에 대한 책임을 씻을 수 없었고,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며 그 이상을 위해 개입하지 않는다. 일견 안타깝긴 하나 수수방관할 뿐이다. 이렇듯 대중이 바라보는 불쌍한 두 젊은이들은 처벌받아 마땅한 존재였기에, 이 냉혈한들이 사형을 구형받은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뜻을 내비치는 이는 없었다.
작은 키에 속삭이는 말투, 이지적인 외양과 같은 보이는 면을 떠나 사고방식조차 평범함과 동떨어진 카포티는 본심을 숨긴 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고,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사형수들에게 접근한다. 대중의 시선을 즐기며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 호의적이지만 영악한 가면을 쓰고 그들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한 카포티는 예상외에 찾아온 페리와의 깊은 정서적 교감에 자책하며 괴로워 하지만, 그 또한 대중들과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 철저히 거리를 두며 방관한다. 페리의 연이은 연락을 외면하였지만 사형일이 확정되고 마지막으로 그들을 방문할 때, 카포티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최선을 다 했다며 울먹이는 카포티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을까 아니면 안도감을 느꼈을까.
극의 초반부터 변명할 수 없는 증거들 앞에 범인이 확정되었고 사형이 언도되었기에 일반적인 범죄 소설과는 달리 스릴 넘치는 추리 요소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일가족 살인자와 그런 살인자를 관찰하는 사람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타인에 얼마나 배타적이며 자기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지 보여준다. 페리와 히콕은 푼 돈을 위해서 안면도 없는 한 일가족을 몰살한다. 그런 그들에게 사회의 시선이 집중되지만, 정작 그들이 그렇게 내몰린 이유와 그에 대한 방안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불쌍한 살인자와 방관하는 대중들을 날카롭게 응시하는 카포티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음으로써 큰 명예를 거머쥐게 된다. 자신을 위해 타인에게 가차 없는, 자신이 주인공인 축제를 즐기는 이러한 냉혈한들의 모습은,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 여겼지만 그럴싸한 변명과 함께 타인의 상처를 간과해온 내 자신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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