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 - 박영규, 류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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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일은 탤런트 故최진실씨의 7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7년 전, 국민배우라 불리던 그녀의 자살로 많은 사람들이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또 그녀가 자살한 이유가 악플이라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이를 위해 사이버 모욕 금지를 법으로 규제하자는 강한 여론이 형성되었고, 그것은 국회에 반영되어 ‘사이버 모욕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것을 보면 국회의원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 대표해야 한다는 대의제의 원리가 원활이 작동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회가 인기에 영합하여 무분별하게 국민의 여론에 휩쓸린 입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긴다.(물론 사이버 모욕죄의 입법취지와 그 존재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독일 유학을 다녀온 글쓴이가 국회 법제실에서 일하며 느낀 부분과 대한민국 형법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의 입장에서 쉽게 써내려가고 있다. 국회 법제실은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법 전문가가 부족하다. 법을 만드는 기관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국회 의원들은 그저 실적을 쌓고, 인기를 얻기 위해 당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 대충 법안을 제시하고, 법제실에서는 그 제안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 공무원의 근무태만에 대해서는 일찍이 언론을 통해 접해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외국의 입법례까지 검토하며 열심히 조사하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할 게 뭐 있냐” 식의 반응은 적잖이 충격을 줬다.
여론에 휩쓸리고, 법 전문가가 아닌(물론, 국회의원 중에는 변호사 등 법전문가들도 다수 존재한다.)의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생각해 이것저것 법을 만들어 낸 결과,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법이 존재하게 되었다. 간혹, 뉴스를 보다 보면 국민의 법감정과 법원의 판결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며칠 전 있었던 윤일병 사망사건의 주동자 임병장에 대한 대법원 1부의 판결일 것이다. 또는, 가게 주인이 아르바이트생을 성추행하였을 때 생각보다 작은 형량을 받게 되어 놀라기도 하다. 이것 역시 법 제정 체계의 혼란으로 인해 발생한다. 형법으로 처벌하면 될 것을 각종 특별법을 만들어 처벌 내용을 다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부정부패가 난무하다고는 하지만, 법이 있고, 정의는 살아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순수한 믿음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다. 부유하고 강한 사람은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 최대한 자기에게 유리한 논리를 만들어낼 것이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성관련 범죄만 해도 형법 외에 아동청소년 보호법 등 각종 특별법이 존재하고 있다. 성폭력에 대해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받아야 하지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하면 상대방의 의사에 따라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어떤 법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법을 모르는 나의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법만으로 해결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형법 아래 제정된 다양한 특별법의 존재로 동일 범죄를 어떻게 해석, 적용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원칙은 수호했을지 모르나 그 적용의 일관성은 지켜졌는지는 의문이다.
또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며 놀란 점은 독일인들의 법에 대한 인식이다. 대한민국의 법을 떠올린다면 많은 한자, 두꺼운 법전, 근엄한 판사가 연상되어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가정에 법전이 비치되어 있으며 심지어 사람들이 틈틈이 법전을 읽으며 법을 배운다고 한다. 그 이유는 법을 알아야 자신의 삶이 윤택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법을 잘 알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에서는 법대생, 로스쿨생, 사법고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법이 독일 사람들은 국민 모두가 접근하고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왜 독일이 법학 선진국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사실, 어느 집단이나 자신의 일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일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가의 일꾼인 공무원들의 성실하지 못한 근무태도는 사람들을 더 실망시킨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국회 법제실의 이야기는 일부의 직업의식이 투철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이야기이기를 바란다. 그래도 올바른 법을 제정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있기에 우리나라의 입법부는 살아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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