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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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고대부터 철학자들이 인간에 관해 깊이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은 인간은 동물과 다르며, 그 이유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생각하는 존재, 이성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 말이 과연 100% 타당할까? SNS 상에는 xx충, xx녀 등의 자극적인 신조어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고, 대중들은 소위 ‘떡밥’에 낚여 흥분하고 순식간에 달려들며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우리는 한번쯤 우리에게 이성보다 본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게 하는 이 ‘프레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조지 레이코프라는 인지언어학자의 저서이다. 책의 제목이 하는 기능이 그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것임을 생각할 때, 이 책의 제목선택은 탁월하다. 이 책의 제목인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머릿속에 이미 덩치 큰 코끼리의 모습을 떠올린다. 즉 우리가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말을 듣고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코끼리를 떠올려야 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논리를 출발점으로 하여,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 즉 ‘프레임’, 그리고 그것을 지배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토대로 미국의 진보진영이 선거에서 매번 패하게 되는 이유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침을 제시한다.
책은 “왜 서민, 혹은 빈민들은 자신의 이익과 반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할까?”는 의문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민주진영의 사람들은 서민들이 자신의 이익과 반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서민들이 보수 정당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이며, 따라서 '사실'을 알고 이해하기만 하면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혹은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진실만으로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투표한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체계와,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와 '프레임'에 근거하여 정치와 후보자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는 반대로 투표하는 것이다. 진보진영이 선거에서 패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보수 정당이 펼치는 ‘프레임의 덫’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진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프레임, 즉 ‘생각의 틀’을 재구성 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말, 즉 언어이다. 그러므로 민주진영은 자신들의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의 프레임을 재구성해야 한다.
저자는 위와 같은 주장을 ‘인지언어학’과 두 가지의 가족모델, 즉 보수진영의 가치체계를 대표하는 ‘엄격한 아버지’모델과 진보진영의 ‘자상한 부모’모델을 중심으로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논리 전개의 과정은 꽤 신빙성 있고, 흥미롭기까지 하다. 또한 이 책은 일반대중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사용했던 여러 단어들이 그 안에 각 정당의 가치를 담고 있었다는 것과 특정 정당(보수진영)이 그 언어를 사용하여 대중들의 생각의 틀을 지배하고, 나아가 그들의 관심과 지지 또한 통제했다고 제시하면서 우리들에게 놀라움까지 안겨 준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예로 들었던 단어들, 이를 테면 ‘세금구제’라는 단어에 담겨 있는 ‘가치체계와 프레임 구성의 논리’는 매우 흥미롭다. 다만 저자가 민주당의 편에 서서 책을 저술했기 때문에 보수정당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책 전반에 깔려있다는 점은 ‘프레이밍’에 대한 경계라는 좋은 교훈이 오로지 민주당의 승리라는 작은 목표에 덮여져 버린 것 같아 다소 아쉽다.
사람들은 누구나 프레이밍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프레이밍에 쉽게 빠져든다. 보다 자극적인 단어와 행위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 프레이밍 전술은 사람들의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해 무언가를 쉽게 결정하고 행동하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프레이밍이 빠지지 않기 위해 상대가 눈에 띄는 정보를 제시하면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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