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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The Martian> - 앤디 워어

화성에 남겨졌다. 화성을 탈출할 추진체도 역시 없다. 화성에 거주할 만한 공간은 있지만 31일 정도만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음식 마저 부족하다. 지구와 통신할 방법도 없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살면서 우주를 실제로 겪어볼 기회는 극히 드문 만큼 우주가 주는 미지의 공포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최근 개봉한 영화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와 같이 간접적인 방법들만이 무(無)의 공간이 주는 경험과 공포를 미약하나마 상상할 수 있게끔 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범인의 범주를 벗어난 것 같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심리상태, 사고의 흐름 등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나 자신이 정말로 화성에 남겨진 것과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인물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주인공에게 남겨진 거주용 막사와 그 안에 있는 대기 조절기와 물 환원기, 두 대의 이동수단 로버, 밑 둥만 남긴 채 이미 이륙하여 떠나버린 화성상승선(Mars Ascent Vehicle) 등의 설정은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마치 정말로 일어날 법한 일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실제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와 오퍼튜니티 마저 소설 속 소재로 등장한다). 남겨진 우주비행사인 주인공이 화성에 남겨지는 것부터 마침내 화성 탈출에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는 철저히 과학/기술적 사실에 입각하고 있다. 일말의 가능성가능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결코 우연에 기대지 않고 철저하게 가능할 법한 방법으로 역경을 해쳐 나가는 모습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사실에 입각한 구성과 이를 잘 버무려주는 위트 있는 문체는 소설을 읽는 내내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끔 만든다.
소설에 우연성이라는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바이벌 스릴러에 위기가 없으면 얼마나 지루하겠나. 화성 탐사 중 하필 주인공만 화성 탈출에 실패한 것과 지구에서 쏘아 올린 첫 번째 보급선이 공중폭파 한 것은 분명 소설 속 긴장감을 주기 위한 의도적 장치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것들마저도 훌륭한 구성을 통해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끔 한다. 화성에서 모래 폭풍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빈번한 일이기에 작가는 강한 모래 폭풍을 이용하여 주인공만을 성공적으로 화성에 남겨둔다. 지구에서 발사한 보급선이 공중폭파 한 것도 발사 중 미세한 진동이 보급품에 주는 영향에 입각하여 정말 그럴 듯 하게 풀어낸다. 이렇듯 촘촘하게 짜여진 구성이 연속되어 전체 줄거리에 개연성을 부여하고 그것이 주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실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읽고 나서 무언가 얻은 듯한 느낌을 주거나 아니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 책도 우연한 기회에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을 뿐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책의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그 동안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순식간에 빠져들게끔 하였고 이렇게 완전히 감정을 이입하며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매 순간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거기서 오는 행복과 절망을 주인공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곧 영화로도 개봉을 한다는데 마땅히 그럴 자격이 있는 걸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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