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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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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성호
댓글 0건 조회 6,178회 작성일 15-11-0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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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C 44년 로마의 독재자 율리우스 시저는 공화국 정치 체제 되신 종신 황제가 되려 했다. 이에 평소 자신의 아버지가 로마 공화국을 건국한 원훈으로서 공화국은 곧 부친의 위대한 위업임을 자부해 오던 브루투스는 시저 반대파인 카시우스 일파등과 공모하여, 상원에 나온 시저를 죽인다. 로마 상원은 이 사건을 놓고 난감해 했다. 브루투스는 분명 살인자이긴 하지만, 그가 공화국의 존립을 위한 대의명분에서 저질은 살인임을 알기에 곧장 브루투스를 살인자로 규정하지 못했다. 이 때 로마 상원의 제 1등 율사 키케로 의원이 내놓은 안이 바로 amnestos, 잊어버리자 였다. 이 amnestos가 라틴어로 amnestia가 되었다가 다시 영어의 amnesty 사면이 된다. 현대에 와서도 경제, 사회 등의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지은 죄 값을 다 받지 않고 사면되어 나오거나 지은 죄 만큼 형량을 받지도 않는다. 희한하게도 죄가 잊혀질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부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수 억원을 배임하고 사기를 저질러도 집행유예나 고작 몇 개월의 형을 받는 사람들이 수두룩 하다.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는 미국 ‘롤링스톤’지의 기자 맷 타이비가 미국의 이러한 현실에 대해 쓴 글이다.

 

  현대 미국의 사법 시스템은 경제 논리에 따라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올곧은 법치주의는 서서히 퇴색되어 가고, 그 대신 실패한 자, 가난한 자, 약한 자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강한 자, 부유한 자, 성공한 자의 위법 행위를 눈감아 주는 방향으로 설계된 특이하고 거대한 관료주의가 서서히 강화되어 왔다. 한 마디로 현대 미국은 과거에는 가난(poverty)을 상대로 싸워 왔다면 지금은 가난한 자(poor)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현 미국 법무부 장관 에릭 홀더가 클린턴 정부 시절 작성한 회람문에 ‘부수적 결과’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말은 앞서 로마 때 amnestos 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현재 미국 법무부가 대형 금융 회사를 배임, 사기 등의 죄로 기소를 하거나 형사 처분을 할 경우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소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 판단할 때 미국 법무부 장관 홀더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법무부 밖의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우리가 취하는 조치가 미칠 파급력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이 말인 즉슨, 범죄를 저지른 월스트리트를 기소하고 처벌 할 때 월스트리트에서 자문을 구했다는 말이다. 결국 어떤 사람이 도둑질을 했는데 그 사람의 죄를 처벌할지에 대해 그 사람에게 당신을 처벌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 말을 바탕으로 그 사람을 사면해준다는 말이다.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진화되어 이제는 사법 시스템에서조차 경제성을 따지게 되었다. 법무부 자체의 존재 이유를 자기 자신이 보다 더 경제적으로 피력하고 유지하기 위해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많은 범죄를 벌하려 하고 있다. 이 논리에 따라 돈과 인맥의 비호를 받는 금융 범죄를 단죄하는데 많은 검사들과 자원을 투자하는 것은 첫째,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둘째, 그렇게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해도 유능한 변호사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지극히 높아 비효율적인 일이 된다. 반대로 변호사를 선임할 여유도 백도 없는 사람들의 범죄는 최소한의 자원으로 심판할 수 있으므로 미국의 사법 정의는 가진자들의 죄를 찾는 일은 그만두고, 가난하고 인맥도 없는 사람들의 시시한 위법 행위를 적발해 지엄하게 엄벌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선회했다.

 

  이러한 추세는 구체적인 통계수치에서도 확연히 들어난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살인, 폭행, 강간, 무장 강도와 같은 폭력범죄는 44% 넘게 감소했다. 하지만 감옥에 수감된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년동안 100% 넘게 증가했다. 현재 미국의 수감 중인 인구는 거의 600만에 달하며 이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다. 더 인상 깊은 것은 미국 인구의 12.6%정도 차지 하며 백인에 비해 경제력이 떨어지는 흑인은 전체 수감자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이에 반해 인구의 56.1%를 차지하는 백인은 전체 수감자의 34.2%를 차지한다. 인구 비율을 감안할 때 흑인의 수감율은 백인에 비해 6~7배나 높고 현재 미국의 흑인 청소년들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보다 감옥에 갈 확률이 높다. 이들이 감옥에 가게 된 이유는 어이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 때 전 세계 부의 40%를 허공에 날려 버린 금융계의 조직적인 범죄 행위의 대가로 감옥에 수감된 금융 회사 고위 임원은 지금껏 단 한명도 없다. 이들은 총 260억 달러의 손실을 정부와 사회에 배상 했는데 미국 법무부는 260억 달러의 금융 사기를 수감이 필요한 중범죄로 다루지 않았다. 어떤 주에서는 복지 급여 몇 백 달러를 부정 수급한 빈민층을 잡겠다고 해마다 수 만 가구를 수색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저자는 관료제로 뽑는다. 불합리한 사회와 그런 사회를 만든 법률을 바꾸기 위해 수천 명의 로비스트를 동원하고 수 십년간의 법정 싸움과 수만, 수십만 페이지의 반박 문서와 의견서, 정책 문서와 씨름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일을 돈 없는 일반 시민이 하기는 불가능하다. 광복 후 미국의 사회, 법률, 경제 시스템을 많이 배워간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러한 문제가 항상 있어왔다. 매 해 재벌 총수들이 광복절, 성탄절 특사로 항상 받은 형보다 일찍 나오고 생계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형량을 꼬박꼬박 채워야 사회로 돌아올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관료제도 미국 못지않게 보수적이고 딱딱해서 몇몇 힘없는 사람들이 바꾸려고 노력해도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20년 이상 우리나라에 살아오면서 여러 문제들을 마주칠 때마다 그저 수긍하고 사회의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바꾸려는 생각들이 모이고 모이면 약하디 약한 물이 한방울, 한방울씩 바위를 깎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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