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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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氣) : 생태계 일반을 두루 관통하고 있는 우주적 생명력.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간혹 우리는 주위사람들 또는 미디어를 통해서 기(氣)에 관한 얘기를 접하게 된다. 그 내용이 신(神)이든 자연계 전반에 퍼져 있는 미스터리한 힘이든 그 내용이 매우 흥미롭고 신기하다. 그러나 우리는 잠깐의 호기심에 빠질 뿐 매우 과학적 그리고 현실적으로 세상을 다시금 바라보기 시작한다. 마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신의 존재에 호기심은 갖지만 실제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스터리한 일들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조차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것을 과학적으로 면밀히 들여다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선뜻 인정을 못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럼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보통 동양학에서는 기(氣)라고 일컫는다.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기(氣)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육감[六感]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재미있는 현대적인 말,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표현을 예로 들자면 바로 ‘촉’으로 기(氣)를 느끼는 것이다.
동양학에서 특히 기(氣)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 풍수지리학[風水地理學]이다.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명당을 찾게 되면 누구나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그늘지고 습기가 많은 터에서는 음기 즉 서늘함을 느낀다. 당연한 얘기일 수 도 있지만 이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풍수지리학적 기(氣)를 경험으로 기억하고 판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어떠한 풍수지리적 특징 때문에 명당과 흉당이 구분짓게 되는지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 지종학의 ‘풍수지리’는 ‘풍수지리를 알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글귀로 풍수지리에 대한 내용을 가볍게 써내려가고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땅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본다고 한다. 그러므로 땅의 생명력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살면서 하는 일이 더욱 잘 된다고 믿는다. 풍수는 흔히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나뉜다.
‘양택풍수’ : 개인의 집터에 관한 풍수
‘양기풍수’ : 마을이나 도읍터에 관한 풍수
‘음택풍수’ : 묏자리에 관한 풍수
세 가지 풍수의 가장 기본은 배산임수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양기풍수의 한 예로 한양(漢陽)을 들 수 있다. 여기서 한(漢)은 한강을 의미하고 양은 음양(陰陽)의 양으로, 풍수에서는 산의 남쪽을 양(陽)이라 하고 물의 북쪽을 양(陽)이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양이란 한강의 북쪽을 말한다. 산의 남쪽은 당연히 양지바르기 때문에 양이지만 물의 북쪽이 양이 되는 까닭은 물이 동서 방향으로 흐른다고 할 때 북쪽이 남향이 되고 남쪽이 오히려 북향이 되는 이유이다.
집터의 경우도 배산임수 형태를 명당으로 여긴다. 만약 북향에 산이 없을 경우 바람이 많이 분다. 특히 고갯마루나 능선 마루터기, 산이 갈라진 지형 등에서는 더욱 바람이 많이 불어서 집터로는 좋지 않다고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은 기압 차이가 생기는 곳이기 때문에 뇌출혈이나 심장마비가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약간의 기압차가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의아하기도 하지만 단단한 바위도 세월이 지나면서 마모되는 것을 보면 맞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음택풍수는 묘자리를 보는 풍수를 말한다. 한 혈족이나 가문의 융성은 그 조상의 유해를 지기(地氣)가 성(盛)한 혈에 묻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화장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음택풍수도 상당히 영향력을 끼치는 이유이다. 실제로 햇빛이 잘 안 들고 땅이 음습한 곳에 묘가 있으면 시체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예전에는 시신을 흉당에 묻어 혼을 가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매년 추석이 오기 전 친척들과 제초기를 메고 벌초를 간다. 여러 묘소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가 명당인지 아닌지 비전문가인 필자의 느낌만으로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전망이 탁 트인 양지바른 묘소를 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허기진 배는 배고픔을 호소하기 시작하며 입맛을 돌게 한다. 하지만 그늘진 산기슭에 위치한 묘를 가게 되면 습하고 벌레들이 많아 금방 벗어나고픈 생각이 먼저 들기 일쑤였다. 또한 휴가철 양지바른 명당에 위치한 펜션에서 하룻밤 묵게 될 경우 그 아침이 얼마나 상쾌한지 모른다. 이처럼 풍수지리학에서의 지기(地氣)는 사상적 개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증명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풍수지리는 환경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앞서 산 사람들의 설명이며 논리이다. 풍수지리가 현재에 이르러 사상의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이전에 비하여 인간이 환경의 영향을 덜 받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본다. 다르게 말하면 현대의 인간은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산 남쪽의 밝은 볕은 꺼질 줄 모르는 조명으로 대체되었고 동네 앞을 흐르는 맑은 물은 언제든지 수도꼭지만 돌리면 물을 얻을 수 있는 상수도망으로 대체되었다. 꼭 배산임수의 볕 좋고 물 좋은 장소가 아니더라도 식생(食生) 주생(住生)에 불편함이 없으니 굳이 그러한 자리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양지바른 묘소 앞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편안함과 필자의 몸에 생기는 힘은 무엇이고, 이런 곳에 머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문득문득 조명의 빛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피로감은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은 풍수지리학의 기(氣)의 존재와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도록 한다.
필자는 공학도로서 동양학과는 사뭇 거리가 먼 서양과학기술을 공부해 왔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 모호한 형태의 기(氣)를 비과학적일 것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풍수지리학의 기(氣)는 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부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었던 것 같았고 이는 기(氣)의 존재에 대한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기(氣)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한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앞으로 동양학에 관심을 좀 더 갖고 나아가 세상을 바라 볼 때 필자가 배운 서양과학의 한정된 관점이 아니라 동양과학의 관점에서 자연현상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서 사고방식의 유연함을 높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더불어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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