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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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제자이자 음악적으로 친구였던 브람스가 자신보다 열네 살 연상인 클라라 슈만을 사모했다는 이야기는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정신적 질환에 자신을 질투한 슈만이, 자신에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던 브람스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길래 브람스의 사랑을 외면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라라 슈만도 브람스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폴’(여자)과 그의 연인인 ‘로제’(남자)가 나온다. 권태기에 접어든 중년의 둘. 구속을 싫어하는 로제는 폴과 결혼하지 않고 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자신이 내킬 때에만 그녀를 찾는다. 어떻게 보아도 좋은 사람은 아닌 로제 때문에 폴은 깊은 고독감을 느낀다. 이런 그녀에게 자신보다 열네 살 연하인 ‘시몽’이 나타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가 연애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이지만, 다른 여느 책들과 같이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물론 비극적인 결말로도 끝나지 않는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랑과 이에 대한 결말보다는 그 과정과 감정을 심도있게 묘사하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낸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사랑을 받는 프랑수아즈 샤강이 스물 네 살에 쓴 이 책은 어린 나이에 집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사람에 대한 깊은 고찰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파문을 일으켰다.
사랑이란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랑이란 말 자체가 연인과의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할 터이다. 내가 들었던 사랑의 정의 중 가장 공감되었던 말은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그저 흔한 사람이며 세상을 이루는 데 단지 한 명의 조연일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연인이 되면 서로를 생각해주고 아껴주고 함께 아파해주면서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를 이루는 대부분의 것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얼핏 보면 식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사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며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순간 사랑은 끝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인 폴 역시, 오랫동안 사귀던 연인 로제와의 관계에서 더 이상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로제가 다른 여자들과 만나는 것을 알면서도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외로워하며 고독해한다. 이 때, 또 다른 남주인공인 시몽이 등장하여 폴와 시몽, 로제 사이에 새로운 변화를 만든다. 이 책은 세 주인공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의 비극 중 하나는 시작할 때는 불같이 타올랐다가, 점점 그 열기가 식는다는 것이다. 점점 사랑이 식어가면서 서로의 관계가 주인공에서 일반적인 관계로 바뀌게 된다. 보통의 경우에 두 가지 중에 선택을 하게 되는데, 주인공이 아닌 조연임을 인정하면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혹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새로운 사람을 찾을 것인가이다. 폴 역시 새로운 남자인 시몽의 등장으로 인해 혼란을 겪게 되며 처음에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시몽을 선택하게 된다. 더 이상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관계보다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 시몽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사랑의 또 다른 비극 중 하나가 나타난다. 사랑은, 사랑을 얻기 전까진 두근거리며 애틋하지만 막상 그것을 성취하고 나면 이전의 감정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시몽은 그토록 폴을 원했고, 폴도 자신을 헌신짝 취급하는 로제를 버리고 시몽을 선택했음에도, 둘 사이의 사랑이 이루어지자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었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식어버린다. 사랑을 성취하고 싶긴 했지만 그 관계를 지속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꽃은 피면 지기 마련이다. 사랑이란 것도 꽃이 피고 지는 것과 같다. 봄이 아름다운 이유는 꽃이 피기 때문이고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꽃이 지기 때문이다. 지지않는 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조화뿐이다. 폴과 시몽은 서로가 서로에게 꽃을 피워주었지만 꽃은 지기 마련이다. 폴의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봄날과 같은 시몽을 떠나보내고, 로제를 선택함으로 권태롭지만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갔다. 서른 아홉 먹은 이 여자의 늙어버린 감정은 아마도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두려워 지지않는 조화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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