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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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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6,110회 작성일 15-07-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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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이즈미 마사토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다. 돈이 너무 많은 것보다는 적당히 벌며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경우도 많이 봤지만, 그렇다 해도 궁핍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아감에 있어서 돈은 좋든 싫든 우리의 삶에 깊게 관여하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번 돈을 잘 유지/관리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할 수밖에 없다. 돈이 우리의 삶에 불가결한 존재라면 그 본질에 대해 알고 다루는 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다루는 방법의 일환으로 주식, 부동산, 금융 상품 등의 투자에 목을 매고 있다. 이 방법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을 모른 채 방법에만 의존한다면 결국 도박에 불과하다. 돈을 모음에 있어 순리에 역행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고자 한다면 돈의 본질을 이해하고 돈을 다루는데 있어 철학을 가질 필요가 있다. 본 책은 돈을 대하는 시각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 강의록 형태가 아닌 소설의 양식을 빌려 3억 정도의 빚을 가진 망한 젊은 사업가와 신분을 감춘 성공한 늙은 사업가 간의 대화를 통해 돈을 바라보는 각각의 시각을 표현함으로써 일반적인 사람들이 하는 전형적인 실수들에 대해 잘 풀어내고 있다. 책에서는 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소개되지만, 이 중 돈이란 것이 단순히 가치 표현의 수단을 위한 ‘물건’이 아니라는 점과, 돈을 결코 ‘소유’할 수는 없다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저자는 돈의 역사가 곧 ‘신용의 역사’와 같다고 한다. 최초 경제가 성립했을 때 사람들은 현물만 믿었다. 눈 앞에 존재하는 물건과 물건을 교환함으로써 경제가 성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에 ‘시간 관념’이 도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한 쪽이 물건을 바로 주는 대신 일정 기한이 지난 후 물건을 교환해 줌으로써 물건과 물건간 교환에 시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겼다. 실제로 교환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약속’이라는 형태로 성립시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돈’이 발행되었다 (현재와 같은 동전 혹은 지폐와 같은 모습이 아니라 문신, 끈, 조개껍데기 등과 같은 모습이었겠지만). 이것이 돈의 탄생이고 물건과 신용이 처음으로 거래된 순간이다. 시간 관념 이후에는 ‘지역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경제의 규모가 커지며 상호간 약속의 증표가 타 지역에서도 공통된 가치로 인정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쉽게 변형되지 않고 유통 비용이 낮은 ‘금화’가 발명된 것이다. 이후 현대의 ‘지폐’의 기원이 된다. 돈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돈은 곧 신용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는 신용의 가치를 보증하는 보증인에 불과하고.


위와 같은 논리하에서, 우리가 돈을 모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신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신용이라는 것은 결코 ‘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용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이 필요하고, 이는 “돈이라는 것이 결국 타인으로부터 올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뜻을 내재한다. 사실 그렇다. 살면서 최초로 돈을 누군가로부터 받을 때 돈을 발행하는 한국은행에서 직접 받는 사람은 없다. 부모님이던 고용주이던 혹은 그 다른 누구던지간에 우리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게 되고 그 양은 곧 그 사람의 신용도만큼이다. 여태껏 살아오며 사실 나는 신용에 대한 개념을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 신용을 단순히 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 필요한 것이라고만 생각하였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이 하락하고 패가망신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대출은 위험하고 안 좋은 것이라는 선입견과 함께 신용도=대출상한선이고 결코 깎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돈이 곧 신용의 다른 모습이고, 우리 삶에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해와 두려움을 고칠 수 있었다. 책에서는 특히 돈이 많은 부자들은 신용의 힘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고자 하고, 남의 믿음에 부응하려고 한다고 한다. 돈은 타인으로부터 오는 것이니까. 마침내 신용은 커다란 돈을 낳고 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돈의 크기도 자연히 커지게 된다. 그러면 또다시 신용도가 상승하는 구조가 된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돈에는 소유자가 없다는 점이다.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빚을 지는 것을 싫어하기 마련인데, 그 이유는 빚을 지며 빌린 돈은 자기 돈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고, 심지어 돌려줄 때에는 금리까지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난 이러한 빚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 동안 신용카드를 쓰는 것 조차 꺼려왔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빚을 진다는 것을 꺼리는 것이 그 돈이 내 것이 아니라 느끼기 때문이라면, 이는 다시 말해 그 돈에 주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그는 나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 혹은 은행일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의 돈은 누구의 것인가 생각해보면 이는 예금자가 된다. 결국 순환구조에 엮이게 되는 것이다. 또 아이러니 한 것은, 빚을 지기 싫으면 남에게 빌려주는 것도 보통 싫어하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윳돈이 생기는 즉시 은행에 맡긴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금리까지 붙여가며 빚을 지는 것이다. 은행은 이렇게 얻은 돈을 사업자들에게 대출해줌으로써 다시 금리를 챙기고 그 일부를 예금자들에게 지불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결국 개인은 금리를 지불하면서 동시에 받는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혼란스럽고 복잡한 구조는 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으로, 만약 돈에 소유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전 세계에서 돌고 있는 돈은 ‘지금’이라는 순간에만 그 사람의 수중에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쉽게 이해된다. 원래 소유할 수 없는 걸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고, 부자들은 이를 알기에 일정한 규칙에 따라 돈을 소비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지니고 있는 돈 (곧 자신의 신용)을 ‘투자’라는 방식으로 순환시키려 하고, 그 대상은 사람 혹은 물건이 된다. 사람 혹은 물건이 사실 다르지 아니한 이유는 그들의 가치를 기준으로 투자 기준을 정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투자할 경우 자신이 현재 지불해야 하는 금리 이상의 금리를 붙여 빌려주어 차액을 발생시키고자 하고,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의 신용도이다. 물건을 사는 경우에는 판단이 더 어려운데, 투자자는 사람에게 금리를 붙여 빌려주는 경우와 똑같은 효과를 해당 물건으로부터 얻길 원한다. 즉, 어떤 물건을 소유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해당 물건의 가격이 상승함으로써 수익이 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물건이 시장에서 갖는 교환가치가 되고, 신용도와 마찬가지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게 된다.


여태껏 살아오며 막연히 돈을 많이 벌고 소유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졌다. 하지만 본 책을 읽음으로써 그 동안의 생각이 얼마나 안일하고 무책임하였으며 무분별한 사고였는지 알게 되었다. 돈이란 것이 곧 신용을 가시화한 결과물이라면, 신용을 키우는 것이 곧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신용이란 결국 지난 행동들의 결과물이고, 하루하루의 행동들이 신용을 만들게 되며, 그 신용이 결국 돈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니 돈을 벌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음과 동시에 소비에 대한 이해도 할 수 있었다. 결국 책에서 강조하듯이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돈의 크기는 신용의 크기가 되고,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판단하고 돈의 흐름을 유지시키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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