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 임건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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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철학적인 것이 현실적이고,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철학적이다. 개인과 조직이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철학적 뼈대가 튼튼해야 한다. 그래야 사사로운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유망하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빛을 잃는 것은 바로 이러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포모사그룹의 왕융칭 회장도 이처럼 말했다. 그는 기업의 발전단계를 세 단계로 나누었는데, 첫 단계는 창업 단계로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 단계는 발전단계로 경영기술과 관리 방법이 중요하며, 마지막 단계는 규모의 단계로 철학이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즉, 사회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이념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사업을 하는 사람이 얘기하는 일은 조금 이례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경영을 한다고 하는 사람은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장사꾼, 상인, 기업가가 바로 그것이다. 장사꾼은 이익만 좇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한다. 상인은 이익을 생각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한다. 기업가는 사명감을 가지 사회적 가치를 완수한다.
얼마 전에 2014년에 세계 자동차 회사의 순이익 순위를 기록해놓은 자료에서 놀라운 결과를 보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9.78%, 8.03%로 1위와 2위의 자리에 나란히 위치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얼마나 바가지를 씌우고 있는지, 얼마나 지독하게 원가절감을 했는지 가늠을 할 수 있는 결과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놓고 정작 중요한 부품들은 질이 낮은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이 사명감을 갖고 사회적 가치를 완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인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는 장사꾼 기업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기업들이나 많은 사람이 본인만의 철학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지금의 사회는 철학을 가지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본인만의 철학을 가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고전을 읽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동양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제자백가는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 특히 민생과 민본을 주장했던 맹자의 사상은 지금 우리의 정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본받을 만한, 본받아야 할 그것이다.
맹자는 전쟁을 반대하는 주의자였고, 원칙주의자였다. 그는 어떠한 제후가 부르더라도 자신의 원칙과 맞지 않으면 가지 않았다. 맹자는 도덕을 통해 전란을 멈추고 백성을 고통에서 구제하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백성을 최우선으로 했는데, 지금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상당히 민주적인 철학을 갖고 있었다.
첫째, 그는 군주보다 백성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고 했다. 제자백가 가운데 이러한 주장을 한 사람은 맹자가 유일한 사람이다. 맹자는 그 시대의 통치자들을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특히 절대권력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군주가 신하를 자신의 손발과 같이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자신의 심장이나 배와 같이 여길 것이고, 군주가 신하를 개나 말과 같이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길 가는 사람과 같이 여길 것이며, 군주가 신하를 진흙이나 지푸라기와 같이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원수같이 여길 것이다.”라는 맹자의 말은, 군주와 신하는 상호견제를 해야 하고 대등하며 서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맹자의 주장을 보여준다.
둘째, 모든 것은 백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민본과 민주는 백성을 위해 결정하느냐, 백성이 직접 결정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정치의 출발점을 통치자가 아닌 국민에게 두고 국민을 통치자의 이익보다 우위에 두었다.
셋째, 인정을 바탕으로 왕도를 수립하고 의(義)와 이(利)를 구분해야 한다. 도덕 문제가 해결되어야 정치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주는 의를 생각하고 백성은 이를 생각한다. 의리지변(義理之辨)이다. 통치자라면 이익보다 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2천 년 전, 맹자는 이(利)보다는 의(義)를 바탕으로 하는 왕도를 꿈꿨다. 수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자신보다 백성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가, 정치의 출발점을 국민으로 두고 있는가, 이익보다 의에 더 관심이 있는가.
나라에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손을 잡고 울고 대화하는 것이 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수장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슬퍼하는 위로는커녕 외면하는 수장의 모습은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자신이 국민을 모독하는 것은 상관없고, 국민이 자신을 모독한 것을 문제로 삼는 것은 전형적인 봉건적 군주의 마인드이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의 소통이 무엇인지 모르며, 자신이 다수의 표로 뽑힌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없다. 마치 아버지의 대권을 세습해 국가를 물려받은 듯하다.
"사람을 사랑하되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거든 나의 사랑에 부족함이 없는가를 살펴라. 사람을 다스리되 그가 다스림을 받지 않거든 나의 지도에 잘못이 없는가를 살펴보라. 행하여 얻음이 없으면 모든 것에 나 자신을 반성하라. 내가 올바를진대 천하는 모두 나에게 돌아온다."
대통령이 성현 맹자의 가르침에서 빠뜨리지 말고 새겨들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이 다스림을 받지 않거든 나의 지도에 잘못이 없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일침이다.
신자유주의의 절정. 국가의 사유화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시대. 민중들의 삶이 비정규직의 양산과 정리해고로 혼란에 빠지고, 위정자들의 탐욕이 당연시되며 잇달아 백성들의 도덕관념이 무너져 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타인과 비교하며, 이익만 좇는 장사꾼의 마인드를 가지고 살 것이 아니라, 본인의 철학과 신념을 지키고 살아야 하겠다. 제자백가의 사상들, 특히 맹자의 민본사상이 이러한 철학을 단단히 다져주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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